'우리금융 패닉', 회장 단독후보 '낙마 위기'에 은행장 인선 '무기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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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패닉', 회장 단독후보 '낙마 위기'에 은행장 인선 '무기한 연기'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31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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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중징계 시 향후 3년간 금융사 취업 제한
우리금융, 은행장 후보추천일정 무기한 연기
기관 제재, 금융위 의결 필요…제재 발효 시점 변수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차기 회장 도전 어려워
우리금융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연임 무산 위기에 처했다. 제재 효력이 주주총회 이후에 발생하거나 우리금융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연임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금융 입장에서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대립 각을 세우는 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일 DLF 사태 관련 세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손 회장(우리은행장 겸임)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사전 통보한 처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 변수는 금융위 의결 후 제재 발효 시점

손 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우리금융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 경고를 받으면 잔여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향후 3년간 금융권에 새로 취업할 수 없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손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낙점했다. 오는 3월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손 회장에 대한 징계가 주총 전 확정되면 금융업 재취업 제한에 해당돼 연임은 물거품이 된다.

가장 큰 변수는 제재 발효 시점이다. 제재 효력은 은행과 임원에게 제재 통보 후 발생한다. 주총에서 연임이 결정된 다음 제재안이 전달되면 손 회장은 잔여 임기, 즉 두 번째 임기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주총 전 제재안이 통보될 경우 연임이 불가능하다.

임원 개인에 대한 문책경고 처분은 금감원장 전결 사항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결재만 하면 제재안이 확정되고 곧바로 당사자인 손 회장에게 통보된다. 제재 효력이 발생되는 시점이다.  윤 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제제심 결과를 보고받았다"면서 "제제심이 내린 징계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되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DLF사태 관련, 은행 경영진에 대한 징계안에 대해 윤 원장이 번복하거나 시간을 끌진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통상 임원과 기관 제재가 함께 통보되는 점을 고려하면 통보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금감원은 손 회장 제재와 별도로 우리은행에 6개월간 일부 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230억원 과태료도 부과했다.

일부 업무 정지 처분 역시 기관 중징계에 해당하는데 기관 징계의 경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과태료 부과안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장이 기관에 대한 제재심 결과를 금융위에 건의하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같은 사안의 경우 개인과 기관에 대한 징계가 동시에 통보되는 것을 감안하면, 금융위에서 기관 제재를 확정해야 손 회장 개인 제재 통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의결 절차가 3월말까지 늦춰진다면 손 회장 개인 제재 통보 시점도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3월 24일로 예정된 우리금융지주 주총 이후 손 회장에 대한 제재 통보가 이뤄질 경우 연임도 가능할 수 있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관례를 따르지 않고 손 회장 개인 제재안을 먼저 통보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 절차가 주총 전 진행되면 손 회장 연임은 무산된다.

◆ 소송 진행 시 금감원과 대립 부담

우리금융이 손 회장 연임을 밀어 부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금감원 중징계가 예고된 상태에서도 손 회장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점도 우리금융이 연임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회장은 주총 전 제재 통보를 받을 경우 법원에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수 있다. 제재 효력이 멈추면 주총까지 시간을 버는 셈이다. 향후 행정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주총에서 이미 연임 결정이 났기 때문에 손 회장은 잔여 임기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감독당국인 금감원과 법정에서 맞붙어야 한다. 손 회장뿐 아니라 우리금융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이 중징계를 확정한 건 감독당국으로서 손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 제재가 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고 소송까지 가면 우리금융과 손 회장에 유리할 수 있지만 금감원의 입장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사 입장에선 감독당국 의견을 거슬렀을 때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우리금융, 차기 은행장후보 추천 무기한 연기 

한편에선 우리금융이 새 회장을 선출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지난해 출범한 우리금융은 지주사로서 자리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손 회장 연임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조직 안정화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실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후 자리를 지킨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많지 았다. 대표적으로 2014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권력 다툼을 벌이다 중징계로 사퇴한 바 있다. 같은해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저축은행 부당지원 관련 징계를 받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 연임이 어려워질 경우 우리금융 지배구조는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손 회장이 맡고 있다. 지난 22일 임추위 회의에선 손 회장 뒤를 이을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이 물러날 경우 지주 회장과 손발을 맞출 주요 계열사 선출 과정에 참여하기가 곤란하다.

우선 우리금융은 31일 열린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위원회는 이날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새로운 여건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차기 회장 인선에 변수가 발생한 만큼 은행장 인선을 차기 회장후보 재선출이후로 미루기 위한 조치로 볼 수도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아직까지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회장 도전 어려워

우리은행과 함께 DLF 주 판매처였던 KEB하나은행 또한 제재심에서 6개월간 일부 업무 정지와 과태료 250억원 처분을 받았다. 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도 손 회장과 같은 ‘문책 경고’, 즉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함 부회장의 경우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뒤를 이을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함 부회장 역시 제재 발효 이후 3년간 금융사 취업이 불가능해 사실상 차기 회장 도전이 불가능해졌다. 다만 소송에 나서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한편 내부통제 부실로 경영진 제재가 이뤄진 건 2018년 4월 ‘삼성증권 배당사고’ 이후 처음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금융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과 시행령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분을 들어 경영진에 책임을 물었다. 경영진이 실질적인 내부통제를 하지 않아 DLF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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