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희 칼럼] ② 낯설지 않은 ‘천재들의 실패’ – 누가 치즈를 훔쳤나
상태바
[서진희 칼럼] ② 낯설지 않은 ‘천재들의 실패’ – 누가 치즈를 훔쳤나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31 11: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임, 위험 큰 무역금융펀드에 투자...미국도 운용사 몇 안되는데
미국 IIG사의 글로벌 무역금융펀드 '폰지 사기'에 걸려들어
라임, 싱가포르 로디엄에 6천억 자산매각...석연찮은 대목 많아
증권사 PBS, TRS계약으로 수수료 수입 기대
서진희 금융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이번 칼럼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논란을 가중시킨 해외무역금융재간접펀드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컬럼에서 간단히 살펴보았지만 작고 강한 자문사로 유명했던 이 운용사는 중소기업 메자닌 사모펀드의 성공으로 개인투자자를 위한 헤지펀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며 전문사모운용사의 리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 메자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상장 중소기업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고, 비슷한 운용전략을 구사하는 신생 전문사모운용사들의 대거 등장으로 경쟁이 과열되자 메자닌 전략만으로 자산규모를 늘리는 데에 한계가 왔습니다.

다시 TRS를 펀드의 중심으로

라임운용이 선보였던 메자닌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TRS(Total Reurn Swap 총수익스왑) 활용입니다. 증권사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PBS)와 사모펀드가 계약의 양 당사자가 되는 이 TRS를 통해 투자자는 ①펀드에서 대출을 받는 것과 같은 투자금의 레버리지 효과 ②펀드를 대신해서 TRS계약을 맺은 증권사 PBS가 투자자산에 직접 투자 ③따라서 투자자의 환매 요청 등 펀드에서 현금이 필요한 경우 증권사 PBS를 통해 수시로 유동성 확보 가능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무역금융재간접펀드 TRS 구조. 출처= 라임자산운용
해외무역금융재간접펀드 TRS 구조. 출처= 라임자산운용

그럼 증권사 PBS는 언뜻 보기에 손이 많이 가는 TRS 계약을 맺을까요? 아무래도 TRS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수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옆의 표는 라임운용의 해외무역금융펀드의 TRS 구조입니다. 여기서 표시된 비용은 ‘레버리지 비용 = CD금리+스프레드’만으로 되어 있고, 실제 지급한 비용이 몇 bps(스왑계약이므로 비용은 스왑포인트로 계산합니다)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펀드의 주요 당사자인 투자자, 운용사, 증권사PBS, 하위펀드 운용사 중 가장 핵심적 역할을 누가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해외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을까? 

그렇다면 중소기업 메자닌 사모펀드에 TRS를 도입해서 큰 성공을 거둔 이 운용사는 두번째 투자대상으로 왜 해외무역금융펀드를 선택했을까요?

아직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가 종료되지 않아 정확한 확인은 어렵지만, 몇가지 가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무역금융펀드는 라임운용이 이전에 성공한 중소기업 메자닌 사모펀드와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무역금융채권은 대출채권 혹은 매출채권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흔히 무역거래에서 발생하는 2-6개월의 단기 필요자금을 대출해주거나 외상매출대금을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무역금융은 원래 은행에서 담당하지만, 무역업체의 신용도가 매우 낮거나 무역상대국가의 리스크가 높은 거래에 대해서는 은행들도 내부 리스트관리 차원에서 대출이나 외상매출채권 매입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거래들에 대해서는 은행 대신 사모펀드가 무역금융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주선합니다.

무역금융펀드의 투자 예시. 출처= CIGP
무역금융펀드의 투자 예시. 출처= CIGP

물론 은행보다 위험이 높은 무역거래에 투자하는 만큼 사모펀드들이 무역금융채권에 적용하는 금리는 은행에 비해 휠씬 높습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고 부도위험이 낮은 소규모 무역금융채권들을 묶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펀드 사이즈가 되면 펀드의 현금 흐름이 단기 채권펀드와 유사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단기채권에 비해 수익율은 휠씬 더 높은 수준이 되겠죠. (사모대출펀드에 대해서는 지난 번 컬럼을 참고해주세요.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616)

여기에 추가해서 메자닌 사모펀드와 같은 방식으로 TRS를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키면 메자닌 대비 저위험-중(고)수익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위의 표는 라임자산의 해외무역금융재간접펀드의 구조을 분해해서 정리해 본 것입니다. 운용사 기준으로 보면 미국, 아르헨티나(남미), 홍콩(아시아), 모리셔스(아프리카)로 분산되어 있고 특히 미국운용사의 비중이 높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미국 운용사인 IIG는 남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곳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모펀드의 무역금융채권은 은행이 커버하지 않는 무역거래에 주로 투자합니다. 따라서 남미, 이머징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리스크가 있는 국가 또는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하는데, 이 지역들의 특성상 지정학적, 정치적 위험 요인에 따라 무역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하고 환율의 급격한 변동, 극단적으로는 전쟁이나 화폐개혁 등의 리스크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증권사 상품인가 운용사 상품인가?

이전 메자닌 사모펀드는 국내 중소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에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초창기 주식 자문사로 명성을 높았던 라임운용의 특징이 드러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 전환사채는 채권의 특징보다는 전환 뒤 주식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주식 밸류에이션에 대한 전문가 판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운용사는 왜 해외무역금융펀드를 메자닌을 잇는 회사의 대표펀드로 내세웠을까요? 매출채권이나 대출채권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는 있었을까요? 해외투자 전문가를 영입했거나 해외무역금융 운용사에서 직접 펀딩 요청을 받았을까요?

헤지펀드 중에서도 사모대출(Private Debt), 그 중에서도 무역금융채권은 니치(niche) 전략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금융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미국에서도 무역금융(Trade Finance)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대형운용사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은 숫자입니다.

시기적으로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2016~2017년 국내 증권사 PBS에서 자사의 글로벌 헤지펀드 플랫폼을 적극 홍보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증권사 PBS가 자체 개발한 해외 헤지펀드 플랫폼을 통해 우수한 헤지펀드에 분산투자가 가능하며 여기에 TRS를 통한 레버리지로 약 7% 대의 수익율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개인투자자의 손쉬운 투자를 위해 운용사와 협업을 고려 중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운용사-PBS 또는 운용사-판매사는 가장 가까운 협력의 관계로 언제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시장에 새로운 투자상품이 소개되기도 합니다. 상호 간 충분한 이해와 철저한 검증을 통한 협업은 시장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투자자들에게는 운용사가 모든 펀드운용을 책임지는 주체이고, 운용사는 펀드의 운용에 전적인 책임을 지는 대가로 투자자에게 운용보수를 받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해당 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인 4개 해외무역금융펀드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실사(Due Diligence)과정은 당연히 거쳤어야 하고, 그랬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무역금융채권은 사모대출전략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참여하는 운용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Due Diligence 과정이 중요했을 걸로 보입니다. 최근 PEF(Private Equity Fund)와 PDF(Private Debt Fund)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대형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운용사 선정과 투자대상 펀드의 선정을 위한 별도의 팀을 갖추고 6개월에서 1년의 기간과 노력을 들입니다.

문제의 시작은?

해외무역금융재간접 사모펀드는 초기부터 판매사 PB를 통해 개인 전문투자자에게 집중적으로 마케팅되었습니다. 이미 메자닌 사모펀드로 중위험-중수익을 맞본 투자자들은 새로 출시된 펀드에도 투자를 주저하지 않았고, 여기에 과거 메자닌 사모펀드를 판매하지 않았던 판매사들이 새롭게 가세하면서 해외무역금융재간접 사모펀드는 가파른 수탁고 증가를 보이게 됩니다.

이렇게 순항하던 펀드는 2018년 5월 남미 무역금융펀드인 BAF Latam Credit Fund가 기존 개방형 펀드 구조를 폐쇄형으로 전환하고 만기를 6년으로 연장하면서 첫 번째 위기를 맞습니다. 해외무역금융재간접 사모펀드는 이 펀드에 레버리지를 포함한 펀드 전체자산의 32%를 투자했는데, 하위펀드 운용사인 BAF Capital의 조치로 한동안 해당 펀드를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펀드의 기준가 산정에도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11월에는 펀드 전체자산의 40%를 투자한 미국 IIG사의 글로벌 무역금융펀드가 자산 매각을 결정하고 매각 완료 시까지 환매 불가를 선언하면서 두 펀드를 합쳐 펀드 자산의 72%에서 유동성이 사라지는 위험에 노출된 것입니다.

2018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위에서도 잠시 설명했지만, IIG와 BAF Capital 모두 남미 관련 무역금융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2018년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를 비롯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현지 통화가 미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평가절하되었고, 원자재 가격의 급등락과 대표적 교역상대국인 미-중 무역갈등으로 무역거래의 왜곡이 심각해졌습니다. 대두, 원유 등 수출품은 물론이고, 중국과 미국에서의 공산품의 수입 등 수출입 모두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 한 해 였습니다. 이런 이슈들은 남미 무역금융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이벤트가 되지만, 한국에 있는 투자자들은 쉽게 소식을 듣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BAF Capital은 2018년 9월 운용 중인 다른 펀드인 BAF Latam Trade Finance Fund(BLTFF)의 청산 결정을 발표하면서 해당 펀드를 청산하는 이유가 향후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due to a lack of adequate investment opportunities for the fund in the short to medium term)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출처=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출처=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폰지 사기?

2019년 12월말부터 환매연기 대상 펀드가 추가로 있다는 얘기와 함께 갑자기 펀드가 ‘폰지 사기’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폰지 사기’란 아시는 대로 찰스 폰지라는 미국의 사기꾼이 1차 세계대전 직후 외국에서 사들인 국제우편쿠폰을 미국에서 현금으로 바꿀 경우 전쟁 전 환율을 적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통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확정 수익률(90일 기준 원금의 100%)을 투자자에게 약속하고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나중에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지인들을 끌어들이면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이른바 ‘다단계 사기’를 벌이다가 파산한 사례입니다.

갑자기 해외무역금융펀드에 왜 ‘폰지 사기’가 나올까요? 이 말의 시초는 하위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미국의 IIG 때문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뉴욕 소재 글로벌무역금융펀드 전문 운용사인 IIG가 2007년부터 펀드에 투자된 매출채권의 지급불능을 숨기고 펀드 수익율을 조작했다는 걸 숨겼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SEC는 추가로 IIG가 2013년 장부상으로만 보유한 (실제는 부도처리된) 부실매출채권들을 묶어서 대출담보부증권(CLO)를 발행했고(CLO 발행 주간사는 도이치은행이 담당), 심지어 IIG는 자사의 신규펀드에 해당 CLO채권을 투자하고 이렇게 유치된 투자금을 기존 펀드 투자자들에게 환매자금으로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즉 부실자산을 정상자산으로 분식처리한 것에 추가해 부실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채권을 발행해서 이를 근거로 신규투자자금을 모집해 과거 투자자의 환매자금을 준 셈이니 폰지 사기와 다를 바 없다고 본 것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라임 운용 역시 폰지 사기를 벌인 IIG의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피해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간접펀드의 운용사로서 하위펀드에 대한 분석과 Due Diligence를 제대로 했는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투자자들의 환매자금을 돌려 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죠.

새로운 방식

여기서 라임운용은 펀드의 유동자산 확보를 위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냅니다. 아래는 2019년 10월 환매연기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은 간담회에서 2019년 6월에 플루토-TF 1호 펀드(자펀드 설정액 2,436억원)의 총 투자금 6000억원에 대한 권리 전부를 글로벌 무역금융회사 A사에 넘기고 약속어음(연 5% 수익을 명시한 일종의 대출채권)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추가로 아래의 기사도 같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것인데, 좀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은 4개월 가량 원매자 확보와 협상을 이어간 끝에 무역금융펀드 지분 전체를 매각키로 했다. (중략) A사는 2년 8개월 뒤 매수 대금의 60%, 4년 8개월뒤 나머지 40%를 지급할 예정이다. 지급 연장에 따라 연 5% 수준의 이자를 부담한다. 또 무역금융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30% 이내일 경우 라임자산운용의 책임이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중략)
새 계획대로 펀드가 상환되면 투자자는 손실 없이 원리금을 회수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유동성이 예기치 못하게 4년 8개월까지 제한되면서 투자자 불만이 고조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이 최근 4개월 동안 원매자를 구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이같은 리스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하 생략)

위 내용을 종합해보면, 라임운용은 TRS계약을 통해 4개의 해외무역금융펀드에 분산 투자한 기존 운용전략에서 이번 매매 계약을 통해 레버리지를 포함한 펀드자산 6000억원 전체를 글로벌 무역금융회사 A사에게 매각했습니다. 대신 운용사는 매년 5% 이자를 지급하는 약속어음을 받았고, 약속어음 발행사인 A사는 ‘매수대금’의 60%를 2년 8개월 뒤에 지급하고 그 후 2년 뒤에 나머지 40%를 지급하는 조건을 추가했다는 것입니다.

 

즉 펀드에 투자된 자산이 TRS계약을 통한 4개의 하위펀드에서 약속어음(실제 계약은 Participatory Note라 불리는 P-Note 방식으로 보입니다.) 1건 100%로 변경된 것입니다. 이제는 이름이 밝혀진 이 매매계약의 매수자인 싱가폴의 로디움(Rhodium)사는 왜 이런 자산매각계약을 체결했을까요? 또 TRS계약의 당사자인 증권사 PBS는 자신들이 빌려준 3500억 레버리지를 포함한 펀드 자산 전체에 대한 매각을 왜, 어떻게 승인했을까요? 

추가로 위 내용의 마지막 문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운용사는 이렇게 중요한 펀드의 주요변경사항(투자목적의 변경)을 투자자 또는 판매사에게 사전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모펀드에는 공모펀드와 달리 많은 투자자 공시의무들이 면제되긴 하나 이정도 중요한 변경 사항은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더욱이 해당 기자회견이 열린 10월은 운용사가 자산 매각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6월부터 4개월이 경과한 후였습니다.

같은 듯 다른 듯..

2019년 4월, 펀드의 자산 전체가 매각되어 약속어음(P-note)로 변경된 기존 펀드 외에 이 운용사는 새로운 펀드를 출시합니다. 크레디트 인슈어런스 무역금융펀드로 명명된 이 펀드는 해당 운용사의 다른 펀드들과 달리, TRS 계약을 통한 레버리지도 없고 하위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방식도 아니었습니다. ‘무역금융펀드’라는 같은 이름을 쓰긴 했지만 다른 펀드일까요?

이 펀드의 주요 운용전략을 보면 싱가폴 소재 글로벌 무역금융회사가 발행한 매출채권에 100% 투자할 예정으로 5% 기대수익율에서 보수 등을 차감한 약 4%를 예상수익율로 제시했습니다. 아래는 해당 펀드의 주요 사항을 정리한 표입니다.

주요 투자대상이라고 내세운 ‘싱가폴 무역금융회사가 발행한 연 5%의 매출채권’은 전에 들어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운용사에서는 이 무역금융회사의 이름이 로디움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언론매체에 의해 라임운용과 로디움이 이전 펀드(해외무역금융 재간접펀드)의 자산 매각을 합의하고 채권(P-note) 발행이 완료된 것이 2019년 6월이 아닌 4월이라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확률적으로 이 운용사는 이전 펀드의 부실자산을 매각한 후 발행한 채권(P-note)을 신규 설정한 펀드에 투자한 것이 됩니다.

앞서 설명한 미국 운용사 IIG가 기존 펀드의 부실 매출채권을 담보로 CLO를 발행하고 이 CLO를 다시 신규펀드에서 투자하는 방식으로,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환매자금을 돌려주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것을 ‘폰지 사기’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약속어음, 매출채권 혹은 P-note로 불리는 싱가폴 로디움 사의 발행 채권도 현재 진행 중인 실사에 포함되어 있으니 앞으로 정확한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라임운용이 이 신규펀드 마저 계획대로 운용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투자자와 판매사에게 약속한 대로라면 이 펀드에는 로디움사가 발행한 5% 매출채권이 100% 투자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해당 매출채권을 절반 정도 편입하고 나머지 자산은 이전 부실자산 펀드들에 다시 투자했습니다. 결국 로디움사의 P-note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투자금으로 기존펀드의 유동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기에 신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까지 2020년 4월부터 돌아오는 펀드의 만기에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리스크가 커졌습니다.

다음 컬럼에서는 이번 사태를 불러온 주요 당사자들과 진행 중인 처리과정을 마지막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최근까지 외국계 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아 해외 투자상품을 운용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교정이 2020-02-16 19:11:13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