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국]② EU분담금 10조원 아낀다?...'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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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국]② EU분담금 10조원 아낀다?...'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31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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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손실..연간 EU 분담금 상회할 듯
새로운 이민정책도 기업 심리 위축시킬 듯...경제 외교정책 자율성 '대가'
영국 이외의 국가들도 브렉시트 영향 불가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우리는 매주 3억5000만파운드를 EU에 보낸다"는 문구가 쓰여진 버스를 선거운동에 활용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 표준시·GMT)를 기해 영국과 EU의 결별이 확정된 가운데, 예상치 못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에 위치한 시계탑 빅벤에 관한 논쟁이다.

영국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이 시계탑은 지난 2017년 8월 타종 이후 보수공사에 들어갔으며, 이는 2021년까지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EU와 결별하는 역사적인 날에도 영국의 상징인 빅벤이 침묵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국 정부는 31일 오후 11시 빅벤이 울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50만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빅벤의 종소리가 모두 11번 울리니, 종소리 1회당 4만5000파운드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BBC는 현재 복원공사로 인해 제거된 시계탑의 추를 임시로 끼우는 비용을 비롯해 임시 바닥을 설치하는 비용, 보수공사가 지연되는데 따르는 비용 등 세부적인 항목의 비용을 추산해 보도했다.

언뜻 보면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는 향후 영국이 마주하게 될 수많은 경제적인 문제를 예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계탑의 추를 갈아끼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거대한 빙산의 아주 작은 얼음조각일 뿐이다. 47년간 몸담았던 EU를 떠나는 영국은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영국이 직면할 경제적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존슨 총리가 말한 EU 분담금 얼마나 되길래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막대한 EU 분담금이었다. EU 회원국들은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의 동일한 비율을 EU 예산에 지불한다. EU는 그 돈을 광범위한 프로젝트에 사용하는데, 매년 예산의 약 4분의 3 가량은 ▲EU의 농업 ▲빈민국 개발 등 2가지 분야에 사용된다. 즉, EU의 예산은 농장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가난한 나라들에게 주로 돌아가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실제로 EU 예산을 가장 많이 돌려받은 국가는 폴란드였고, 그리스, 루마니아, 헝가리, 포르투갈이 그 뒤를 이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에 "우리는 매주 3억5000만파운드(약 5400억원)를 EU에 보낸다"는 문구가 쓰여진 버스를 활용하기도 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약 170억파운드(약 26조2000억원)를 EU에 지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언론들은 이 금액은 돌려받는 비용이 빠진 금액이라고 지적한다. 영국은 1984년 마가릿 대처 총리의 협상으로 일정부분 할인 혜택을 받으며, EU로부터 다양한 경제개발 및 과학 연구 프로젝트 기금을 돌려받는다. 

2017년 기준 영국이 EU에 실질적으로 낸 금액은 65억5000만파운드(약 10조1000억원)였다고 BBC가 분석했다. 이는 독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앞에서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앞에서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영국이 EU와 결별함에 따라 EU에 지불했던 연간 65억파운드는 아낄 수 있게 된다. 다만 영국이 EU를 떠남으로써 늘어나게 되는 경제적 비용이 65억파운드를 밑돌지 여부에 대해서는 주장들이 엇갈리고 있다. 

오히려 각종 규제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비용과,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여전한 불확실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한 1973년 이후 2018년까지 영국이 EU에 지불한 순비용은 약 2160억파운드로 추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 결과 2019년 말까지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1300억 파운드로 추산됐으며, 2020년말까지 2000억 파운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영국이 2016년 국민투표 당시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와 EU에 잔류하기로 결정됐다면,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오차범위가 넓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일 영국이 EU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면, 영국의 경제 규모는 지금보다 약 3% 성장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 국민투표 이후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영국 경제 역시 위축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연구원들은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투자가 보류됐고, 연간 경제 성장률은 2%에서 1%대로 반감됐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댄 핸슨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이후 급증하는 성장은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라며 "경제는 타격을 받겠지만, 경기회복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영국이 EU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등 브렉시트의 연간 비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 역시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의 자료를 인용,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의 경제는 10년안에 3.5%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EU에 잔류할때보다 7000억파운드의 비용이 발생한다고도 설명했다. 

NIESR은 "EU와 영국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세와 규제장벽은 영국이 EU에 잔류하는 것보다 더 약화된 상품과 서비스 거래를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말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아무런 협정 없이 EU를 떠나게 되는 노딜 브렉시트의 경우 영국이 잔류할 때와 비교할 때 GDP는 5.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NISER은 "지금의 경제는 2016년 투표 결과 영국이 잔류하게 되는 쪽으로 가정할 때에 비해 2.5% 줄어든 상황"이라며 "영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더욱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이 얻게 될 외교정책은 물론, 통화정책, 재정정책의 자율성이 숫자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EU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파운드화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재정정책도 EU 기준을 맞추지 않고 영국 경제 현실에 맞춰서 자유롭게 시행할 수 있다. 독일, 프랑스가 주도하고, 농업국가들이 혜택을 보는 유로존에 대해 역사적으로도 거리를 둬왔던 만큼 '예외주의'가 낯설지도 않다.

자료: 블룸버그
자료: 블룸버그

호주식 포인트제, 기업심리 위축시킬 듯

특히 브렉시트 이후 변화하게 될 영국의 이민시스템 역시 영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에는 EU 시민들이 영국을 포함한 유럽 지역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자리를 구하는것이 가능했지만, 영국이 EU를 벗어나게 됨에 따라 EU 시민들을 위해 새로운 이민시스템을 도입해야 하고, 이로 인한 고용시장의 변화가 영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는 '호주식 포인트 기반 이민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호주는 일반적으로 숙련된 이주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자 신청자들의 교육, 언어능력, 직업경험 등과 같은 '경제적 특성'에 기초한다. 존슨 총리 정부 역시 호주의 이같은 시스템을 받아들여 숙련된 근로자들에게만 영국 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주장, 3만파운드의 급여 기준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주장하는 '호주식 포인트 기반 이민제도'가 이행될 경우 이에 따른 부담감도 상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모든 과정은 급속한 변화에 이를 것이고, 이동의 자유보다 상당히 많은 비용과 부담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 이민자문위원회(MAC)의 경우 숙련된 근로자를 위한 포인트제와 함께, 직업을 가지지 않고 영국에 오는 이들을 위한 혼합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급여수준 역시 2만5000파운드가 적당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영국 이외의 국가 영향은?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경제적 영향을 받는 것은 비단 영국 뿐만은 아니다. 

블룸버그 연구원들은 "영국의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가장 많이 노출된 미국과 국제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를 줄였고, 시장가치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고 언급했다. 영국이 EU와의 결별을 준비하면서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 영국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 규제적 다양성, 노동 이동성 감소, 무역접근 제한, 브렉시트 이후 운용조정 비용 등 각종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브렉시트발 리스크는 영국 및 EU 회원국 간의 국지적인 문제가 아닌, 이들 국가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주변국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중장기적으로 EU 27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소 0.06%포인트에서 최대 1.5%포인트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8월 한·영 FTA에 정식 서명을 마쳤기 때문에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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