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4차 산업시대, 자산구조 변화가 증권사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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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4차 산업시대, 자산구조 변화가 증권사의 기회다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0.01.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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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미 글로벌 주식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혁명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코스피 전체의 시가총액을 상회하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기업의 변화를 돕는 직접금융의 역할 역시 커지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기업의 탄생, 성장뿐 아니라 기존 기업의 자산구조 변화가 증권업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증권업, 나아가 금융업에 있어 가장 큰 기회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려는 신생 기업에서 발견될 것이다. 정부의 금융 관련 정책 역시 스타트업 기업, 벤처 기업의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른바 유니콘 기업을 만들고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얘기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기존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하고, 금융이 이를 돕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산구조 변화가 불가피한데, 금융은 여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진 시대

사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부채를 크게 줄여 왔지만, 그 상대 편에 있는 자산구조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반도체, 자동차, 중화학공업 등 소품종 대량생산과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제조업 위주의 경제 구조가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이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고정자산의 축소와 무형자산의 확대’라는 자산구조의 변화는 큰 흐름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일부 유통업체는 부동산 유동화를 통해 고정자산 축소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기존 기업의 고정자산의 축소와 무형자산의 확대 과정에서 증권업은 어떤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까?

자금 조달과 투자를 연결하는 증권사의 관점에서 접근하자면 결국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를 ‘대체’하는 ‘대체투자’에서 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고정자산의 축소는 자산의 유동화와 거래를 촉발할 것이고, 무형자산의 확대는 전통자산을 벗어나 기초자산의 범위를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결국 자산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위험·중수익 대체투자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증권사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기존 자산의 유동화와 거래 증가를 반영해 부동산 리츠(REITs), M&A가 활성화될 것이며, 무형자산의 확대 측면에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디지털자산 등에서 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리츠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첫째, 기존 기업 자산구조 개편의 가장 큰 영향은 부동산 리츠에서 나올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그 동안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았다. 부동산 보유는 투자에 따른 수익 창출뿐 아니라 그 자체의 가격 상승으로 기업에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기존 산업의 위축은 부동산 자산의 보유에 따른 기대 수익을 하락시킨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유통기업들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보유했던 부동산의 유동화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 기업들의 위험·수익은 부분적으로 투자자에게 이전될 것이고, 기업들은 유동화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새로운 환경에 맞는 투자를 진행할 것이다.

정부 역시 가계 부문의 자금이 적절한 형태로 기업에 유입될 수 있다는 점, 금융투자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제도 측면에서 리츠 시장 발전을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즉, 리츠 시장은 기업-개인-정부 3대 축의 필요성이 모두 일치하면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SK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향후 국내 부동산 간접투자(리츠+펀드) 시장이 2019년 147조원에서 2025년 360조원까지 연평균 16%의 증가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둘째, 현재도 고성장하고 있는 국내 M&A 시장은 기업들의 자산구조 개편과 맞물려 그 성장세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주로 4차산업 관련 기업과 지식기반 기업, 혁신기술 보유 기업의 인수를 늘릴 것이다.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고 있고, 과거 사례를 볼 때 개별 대기업이 모든 분야의 신기술에서 앞서나갈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M&A 수요는 빠르게 늘 수 밖에 없다.

반면 그룹의 핵심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대기업 계열사들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 그룹에서 핵심사업이 아닐 경우에도 시너지와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M&A 시장의 성장은 지금도 빠르게 크고 있는 PEF, 인수금융, PDF, 재간접펀드 등 관련 금융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착한 기업' 겨냥한 다양한 투자 기회

셋째, 기업 경영성과를 장기적으로 측정하는 경향, 즉 지속가능 성장이 중요시되면서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이슈가 글로벌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속가능 성장을 추구하는 ESG 투자가 보편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도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ESG 투자와 관련한 상품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현재 ESG 투자는 주로 ‘부적합한 기업을 제외하는(Negative Screening)’ 전략의 주식형 펀드 중심이다. 따라서 기존 주식형 펀드와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향후 관련 금융상품은 다양화될 전망이다.

인게이지먼트 펀드(engagement fund: 펀드와 기업이 거버넌스 관련된 약속을 하는 펀드)·주주행동주의 펀드 등 기존 주식형 펀드와 형태는 같지만 전략이 다른 펀드들이 출시될 것이고, 그린본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 나아가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 투자 등 지금은 생소한 분야의 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은 국내 기업들에게 무형자산, 특히 지식재산(IP)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보호주의 역시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됐던 미중 무역협상, 각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은 자국의 지식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선진국들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따라서 각국의 향후 대기업들은 지식재산 자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IP금융은 일반적으로 지식재산을 기초로 금융회사와 기업간에 이뤄지는 금융거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담보가 없더라도 우수한 지식재산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새로운 사업(대출, 투자) 기회를 창출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지식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뿐 아니라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처럼 기술 자체의 거래 시장도 확대될 것이다.

다섯째, 디지털자산 분야다. 디지털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보유하며 동시에 데이터로서 거래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금융업의 관점에서 보면 그 자체가 거래되는 하나의 자산인 동시에, 다른 자산의 데이터화를 통해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는 수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체가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 자체의 거래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고, 기초자산을 코인화하여 분할 판매하는 사업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형 증권사인 골드만삭스는 지속적으로 자산 토큰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식,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 미술품과 같은 대체 자산도 토큰의 형태로 거래되고, 해당 토큰은 다시 다른 금융 및 상거래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사진=연합뉴스

승자의 조건, 준비된 '지식서비스 제공자'

단,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지식서비스 제공자로서 철저하게 준비한 증권사에게만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기존 자산의 거래와 유동화, 무형자산의 상품화 등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평가된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고객의 상황과 선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미진한 글로벌화 ▲인적 네트워킹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스타일 ▲거래를 일으키거나 수수료가 높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의 영업 방식으로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고객의 위험으로 바꿀 수 있다. 철저한 준비를 거친 증권사가 새로운 변화에서 승자가 되고 우리 금융업의 글로벌화를 이끌어내길 기대한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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