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릴', 세계 1위 유통망 확보...'아이코스'와 시너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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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릴', 세계 1위 유통망 확보...'아이코스'와 시너지 가능할까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1.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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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 브랜드 파워·인프라 적극 활용
액상형 유해성 논란 미국 시장 일단 제외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빅4' 도약…
올해 수출국 100개로 확대
백복인 KT&G 사장(왼쪽)과 안드레 칼란조풀로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 행사에서 서명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복인 KT&G 사장(왼쪽)과 안드레 칼란조풀로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 행사에서 서명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KT&G가 궐련·액상형 전자담배 ‘릴(lil)’ 시리즈의 본격 해외진출을 위해 글로벌 담배기업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이하 필립모리스)과 손을 잡았다.

이번 공급계약으로 KT&G는 글로벌 담배시장 1위의 유통망을, 필립모리스는 더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각각 확보한 만큼 강력한 시너지를 통해 차세대 담배의 패러다임을 주도할 계획이다.

◆KT&G·필립모리스, 전자담배 ‘맞수’에서 ‘전략적 동지’로

KT&G와 필립모리스는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KT&G-PMI GLOBAL COLLABORATION’ 행사를 열고 전자담배 ‘릴(lil)’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행사는 백복인 KT&G 사장과 안드레 칼란조풀로스(André Calantzopoulos)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각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명식과 기념촬영을 했다.

백 사장은 “이번 계약으로 PMI의 풍부한 자원과 지식, 거대한 유통·마케팅 인프라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며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포드사의 창업자 헨리 포드(Henry Ford)의 말을 인용해 “한 곳에 모이는 것은 시작이고, 같이 머무는 것은 진전이며, 함께 일하는 것은 성공”이라면서 “단언컨대 이번 계약이 세계 담배산업의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이고, 양사는 글로벌 시장의 패러다임을 함께 주도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 CEO는 “필립모리스 모든 임직원은 10년 전 ‘연기 없는 미래’를 목표로 무연제품 전 세계 상업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KT&G와 다음 단계를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88만명이 일반담배를 끊고 아이코스를 선택했다”며 “양사는 세계 성인 흡연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연기 없는 미래를 앞당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력 수출국·목표치 비밀…전용스틱도 함께 진출

KT&G는 앞으로 ‘릴’을 공급하고,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영업 및 판매는 필립모리스가 담당한다. 품목은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 하이브리드’와 ‘릴 플러스’, ‘릴 미니’, 액상형 전자담배인 ‘릴 베이퍼’ 등이다. 여기에 향후 출시될 신제품들도 추가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릴 전용스틱 ‘핏(Fiit)’과 하이브리용 액상 ‘믹스’도 그대로 공급한다. 상호호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디바이스에 맞는 전용스틱을 사용해야 최상의 맛을 구현하고, 릴의 독자적인 생태계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체결한 계약기간은 3년이다. 성과가 좋을 경우 장기적인 파트너십은 물론, 더 많은 국가에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판매 국가와 수출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전략이라는 게 양측 입장이다.

다만 KT&G는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Big4’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격적인 신(新)시장 개척을 통해 현재 80여개인 진출 국가 수를 올해까지 100여개로 늘려갈 계획이다.

임왕섭 NGP((차세대제품)사업단장은 “일본과 베트남 면세점 일부 들어간 게 릴 수출의 전부였다”며 “필립모리스와 지난 8개월~1년간 전략적 제휴를 논의한 이후 이마저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적극적으로 더 많은 국가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릴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대비 월등히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배분 구조는 PMI는 제품을 팔아 이익을 창출하고, KT&G는 공급가를 기준으로 판매대금과 로열티를 받는다.

KT&G '릴 하이브리드'(위)와 필립모리스 '아이코스3 듀오'. 사진제공=KT&G, 한국필립모리스
KT&G '릴 하이브리드'(위)와 필립모리스 '아이코스3 듀오'. 사진제공=KT&G, 한국필립모리스

◆릴, 경쟁작 아이코스와 공존 가능할까

문제는 필립모리스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보유하고 있어 KT&G 릴과 카테고리가 중복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나 한국 등 전 세계 보건당국은 THC 함유 전자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들이 주력이 되는 셈이다. 

즉, 글로벌 후발주자인 KT&G 입장에서는 시장안착에 실패할 수 있고, 필립모리스 역시 아이코스의 기존 점유율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아이코스 점유율은 2017년 75.9%에서 2018년 56.5%로 줄었다. 반면 릴은 2017년 6.2%에서 2018년 31.3%로 확대됐다.

미스라 디팍 필립모리스 CSO(최고전략책임자)는 “릴은 아이코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성인 흡연자들에게 더 광범위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며 “릴로 인한 아이코스 점유율 잠식은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양사는 카테고리가 겹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명에 릴과 아이코스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T&G가 해외 직접판매 포기한 이유도 글로벌 1위 기업의 브랜드 파워와 유통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과 효율성, 시너지, 시장 안착 및 확대 측면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임 단장은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시장 상황과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릴의 브랜드 가치는 크지 않다”며 “50여개국 출시돼 있는 아이코스의 브랜드 가치를 빌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사는 협력관계를 구축한 만큼 소모적인 특허 분쟁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디팍 CSO는 “이번 계약에서도 특허에 관련된 의무는 없다”면서도 “양사가 같은 비전을 갖고 체결된 계약이기 때문에 향후 소모적인 분쟁을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릴 시리즈는 당장 미국 시장에 투입되지 않는다. 현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고, 필립모리스가 진출해 있는 50여개 국가에서 상당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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