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총리의 변심?..."5G 화웨이 도입 위한 절충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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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존슨 총리의 변심?..."5G 화웨이 도입 위한 절충안 마련"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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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달래기 위해 절충안 내놓을 듯
시장 점유율 제한 등 각종 제약 이어질 전망
28일(현지시각) NSC 수용 여부 주목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가 27일(현지시각) 런던 킹스 컬리지 연설에서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절충안이 준비돼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가 27일(현지시각) 런던 킹스 컬리지 연설에서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절충안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과 관련, 화웨이의 장비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하고 있는 만큼, 존슨 총리의 발언 의도에 더욱 주목된다. 

英 존슨 총리 "화웨이 배치 원한다"

2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미국 및 영국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영국의 5G 네트워크에 배치되기를 원하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런던 킹스 칼리지 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요일 예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에서 고위 각료들이 수용해야 하지만, 5G에서 중국의 역할을 제한하는 절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런던 킹스 칼리지 연설을 통해 "우리가 영국에서 기술적인 진전을 가져서는 안될 이유가 없다"며 "영국의 소비자와 기업들은 환상적인 기술, 환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지만, 우리의 안보 이익을 보호하고 주요 협력 관계를 보호해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의 발언을 두고,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되,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각종 제약들이 줄을 잇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통한 관계자들 역시 영국 정부가 화웨이를 고위험 공급자로 지정해 시장점유율 상한제, 공공부문의 민감한 분야 및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대한 기술 공급 금지 등의 통제를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점유율 상한제는 도시나 지역이 화웨이 장비에 의해 지배되지 않도록 하는 추가적인 안전장치로 간주된다.  

하지만 영국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28일(현지시각) 예정된 NSC에서 수용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언 던컨 전 토리당 당수는 "정부는 즉각 화웨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보수당의 밥 실리 하원 의원 역시 "도대체 왜 우리 통신망에 위험한 사업자가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존슨 총리의 해답은 절충안

존슨 총리는 지난해 선거 승리 직후 "5G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길"이라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중요한 국가 기반시설 및 안보를 위태롭게 하거나 다른 정보 강국들과 협력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존슨 총리는 선거 당시 언급한 5G 기술을 갖추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비핵심 분야에만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고, 각종 제약을 두는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디언은 과연 존슨 총리가 취한 절충적인 입장이 백악관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를 우려했다. 영국의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의 구성원인 데다, 브렉시트 이후에 대한 무역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화웨이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줄곧 유지해온 미국을 어떻게 진정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정부에 "화웨이를 완전히 금지함으로써 안보를 위한 비용을 희생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브렉시트 앞둔 英..미국과 무역협상도 관건

정치 일간지 폴리티코는 화웨이 장비를 5G 네트워크에 도입하려는 영국의 움직임은 캐나다, 독일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뒤따를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 결정이 미국과 영국 양국의 정보 관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과의 무역거래에 영향을 미칠 단기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화당 원내 3인자인 체니 전 부통령은 "현재 영국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국가 중 하나"라며 "만일 화웨이를 5G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우리의 파트너 중 가장 가까운 곳에 계속 있을 수 있을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지난 주 화웨이의 5G 도입을 허용하는 국가들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하는 법안을 도입한 바 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이달 유사한 법안을 제시하면서 "미국은 중국의 정보 수집용 무기를 국경 내에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국가들과 귀중한 정보를 공유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오 장관 역시 지난해 2월 "화웨이를 중요 정보 시스템에 진입시키는 나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없을 것이고,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 공유 차단 이외에 또다른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영국이 EU 탈퇴하는 것이 예정된 가운데, 영국은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조만간 새로운 무역협정을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위해 불법 이민 문제로 위협을 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에 따라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영국의 영향력이 큰 미국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방법을 택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의 4대 이동통신사인 EE, O2, 쓰리, 보다폰은 지난 6개월간 5G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모두 일부 화웨이 장비를 포함하고 있다. NSC의 결정은 화웨이가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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