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 멘토링 진화의 방향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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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 멘토링 진화의 방향은 어디일까?
  •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 승인 2020.01.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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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에게 필수적 '멘토링'...창업자들의 요구에 잘 부응하는지 반문할 때
MIT 멘토링 방법론, 멘토-멘티 매칭위한 전문 스태프, 보조 멘토도 둬
사업주체는 창업자...스타트업 사업성과로 멘토링 평가해선 안돼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면서 친한 친구 멘토르에게 집안일과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맡기고 떠난 뒤 자그마치 20년이 지난 후에 돌아온다. 그동안 멘토르는 오디세우스 아들을 잘 보살펴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하게 한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 멘토링이다.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멘토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또는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관계를 멘토링으로 정의해볼 수 있겠다.

스타워즈에서도 '멘토링'

최근에 관심이 높은, 40년이 넘게 시리즈가 진행된 역사적인 영화 ‘스타워즈’가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크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마지막 제다이인 여전사 ‘레이’가 악의 무리 ‘시스’를 무너뜨리고 우주의 평화를 가져온다는 결말은 예상된 내용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멘토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레이가 자신이 악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에 회의하고, 두려움에 빠져들고 도망가고 싶어할 때, 자신의 스승인 루크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나서 레이를 북돋우고 자신의 전투기(솔루션)를 제공한다. 멘토의 따스하면서도 강하고 확고한 메시지와 기운을 받은 레이는 다시 전투의 선두에 나서서 시스를 무찌르게 된다. 멘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벤처 붐이 일어나고 벤처기업이 일상화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멘토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후반~2천 년대 초반 벤처 1세대 시기에는 주로 인맥을 통해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에 머물렀다면, 2010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멘토링이 벤처와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입되었다. 지금은 창업자들에게는 멘토링이 거의 필수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 리더십콘서트.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은 기업 최고경영자, 석학, 고위공직자 등 사회 각 분야 리더가 '멘토'로서 대학생 '멘티'를 멘토링한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 리더십콘서트.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은 기업 최고경영자, 석학, 고위공직자 등 사회 각 분야 리더가 '멘토'로서 대학생 '멘티'를 멘토링한다. 사진= 연합뉴스

멘토링이 필요한 다양한 상황들

아이디어나 기술 개발 역량만을 보유하고 창업을 하게 되는 많은 청년창업자들은 막상 창업을 하고 난 뒤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문제 상황이나 의사결정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기 마련이다. 팀이 구성되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대표 1인이 창업하는 경우는 더욱더 힘들 수밖에 없다. 막막함과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미 취업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한 친구들은 만나더라도 서로 겉도는 경우가 많다. 온전히 자신의 사업에 대해 자신의 입장에서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 성과를 내는 걸 차치하고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되게 마련인 것이다. 멘토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러한 역할이 매우 크게 다가오지만, 감을 잡고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기 시작하면 관계는 변하게 마련이고 창업자(멘티)의 요구사항이나 필요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당장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대표자가 있는 반면, 막상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고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불안해하는 창업자도 있다.

이와는 별개로, 창업자의 숨은 역량을 발견하고 같이 사업을 하자는 솔깃한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엔젤이나 엑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를 받는 걸 우선적인 목표로 가지는 대표자들도 많다. 이렇게 다양한 업무 하나 하나가 모두 창업자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더군다나 이런 일들은 단계적으로 하나씩 주어지기 보다는 여러 개가 한꺼번에 다가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결정하는 게 괴로운 경우들이 적지 않다. 주어진 시간 내에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멘토가 필요한 두 번째 이유다.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게 되는 과정은 디테일의 싸움이라고 하는 것처럼,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라 하더라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고객의 마음에 다가가는 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 차이가 승부를 가르게 된다. 온라인 서비스의 경우, UI와 UX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품의 경우도 기능상의 차별성만큼 디자인이 중요해진 것도 동일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비즈니스 디테일은 매우 많다. 창업자가 이러한 디테일을 모두 알 수도 없으며 다 안다고 해서 할 수도 없다.

대부분은 회계사나 세무사, 변리사, 노무사와 같은 전문가들이나 개발 외주업체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도움을 어떻게 받는 게 적절한 것인지도 헷갈릴 경우도 있을 만큼 디테일을 잘 채워나가는 것도 어려운 과정이며 회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멘토가 필요한 세 번째 이유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멘토링은 창업자에게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다만, 이러한 창업자들의 요구에 잘 부응해서 스타트업 멘토링이 수행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들이 있는 것 같다.

멘토링 방법론도 새롭게 고민해볼 때

일반적인 멘토링 방식은 일대일 대면 멘토링이다. 주로 전담기관에 의해서 멘토와 멘티가 임의로 선정되어서 멘토링을 1회 또는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물론,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창업패키지의 경우, 멘토풀을 보고 창업자가 멘토을 지정하는 형태로 되어 있기도 하다. 이 경우도 일대일 멘토링 형식으로 진행된다. 멘토링이 정책자금 집행과정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목적이 뚜렷하지 않아 오히려 형식적인 만남의 관계로 흘러가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멘토링을 좀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방향설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창업자의 요구는 시점별, 분야별, 세대별 차이에 따라 다양하다. 멘토링의 영역 또한 심리적인 수준부터 코칭, 컨설팅, 상담(카운셀링) 분야까지 겹치는 부분이 많을 정도로 다양한 게 현실이다. 물론 창업 영역에서 모든 걸 커버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창업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멘토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보완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첫 번째가 멘토의 자질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면, 창업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스타트업 멘토링을 하면서 초기 창업자와 공감대 형성에 성공적이지 못했던 사례는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다. 멘토링이 단순히 지식이나 경험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지만, 창업자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주지의 사실이지만, 멘토 풀이 창업 경험자에서 대기업 임원, 교수, 전문가로 확장되면서 멘토링 커뮤니케이션, 멘토링 방법론 등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가 멘토링 방식의 변화 시도이다. 일대일 방식은 심플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2-3년차 창업자에게는 BM피봇팅, 마케팅, 시장진입 전략, 초기 투자 등 그 요구사항이 다양한 만큼 협업 멘토링이나 그룹 멘토링 형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볼 만할 것 같다.

좀더 나아가, 체계적인 관리를 기초로 한 멘토링 체계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그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미국 MIT의 멘토링 방법론이다. MIT는 모교 출신의 창업자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면서 멘토-멘티 매칭을 전문으로 하는 스태프를 둔다. 멘티가 멘토링을 요구하면 그 요구사항을 자세히 듣고 정리해서 여기에 맞는 멘토를 지정한다. 1인이 아니라 3명을 정하고 3명 중 메인 멘토와 보조 멘토를 정하여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다. 시간과 과중한 업무에 항상 쫓기게 마련인 창업자들에게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고, 체계적인 후속 관리도 가능해지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예산이 더 들 수도 있겠지만, 미래형 멘토링 모델로 검토해볼만 하다.

멘토링 성과 평가를 매출액 성장으로 한다?

세 번째가 멘토링 성과 평가에 대한 방법론이다. 지금은 멘토링 성과에 대해 멘토링 일지로 수행여부를 따지거나 아니면 매출액 성장이나 고용 여부, 투자 유치 실적 등을 평가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지만, 과연 적절한 평가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어떻게 멘토링이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건 멘토링이 아니다. 어떻게 멘토링이 고용을 늘리게 하고 투자를 유치하게 할까? 만약 그렇다면, 그건 멘토링이 아니다.

사업의 주체는 멘토가 아니라 창업자이다. 멘토가 그런 사업 주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직접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어쩌면 창업자로부터 그 성과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는 건 아닐까? 그 성과는 창업자의 성과이지 멘토의 성과가 아니다. 멘토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성과평가이어야 진정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멘토링의 성과 평가가 어렵다고 이해하더라도 이런 방법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멘토가 멘토로서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근거나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 근거나 이유에 맞게 평가방법론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교육적 목적의 멘토링과 실전 중심의 멘토링이 다르다면, 다른 차원에서 평가받는 게 타당할 것이고, 초기 창업자에게 하는 멘토링과 성장하는 창업자에게 하는 멘토링이 다르다면 이에 맞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충분한 논의를 거치면서, 스타트업 멘토링이 적자생존의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면 좋겠다.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멘토그룹 (협)피플스노우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싸이월드 창업멤버로 활동했으며 K-ICT 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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