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묘수 세번이면 바둑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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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묘수 세번이면 바둑 진다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20.01.24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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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흐름은 길게, 나쁜 흐름은 짧게'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책실장] 여러모로 예전만 못하고, 올해는 연휴도 짧지만 설은 설이다. 게다가 총선 분위기가 점점 올라오고 있다. 선거는 물론이고 공천이 완료되기까지도 한참이나 남았지만, 설 연휴가 지나고 나면 총선 전망에 대한 1차 중간 점검 쯤은 가능할거다.

곰곰 생각해보면 선거란 참 우습기도 하다. 지난 5년(대통령) 혹은 4년(국회의원)에 대한 평가와 미래에 대한 위임을 딱 하루에 결정하는 셈이다.  각종 청원이나 공청회 같은 제도, 여론조사나 공론조사 나아가 집회와 시위까지 ‘민의’를 반영하는 여러 기제들이 있지만 결국 최종 심판자는 ‘투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흐름’을 맞추는 것이다. 선거 이전까지 지지율이 아무리 높아도 , 선거 이후에 동정 여론이 비등해도 아무 소용없다.

'민주당 호조, 한국당 부진' 흐름에 변화 생겨 

설 연휴를 앞둔 지금 흐름은 어떨까? 민주당은 연말 연초 패스트랙 정국에서 한국당 등 보수정당을 완전히 눌렀다. 기세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그 이후엔 그다지 좋지 않은 흐름이다.

 ‘아빠 찬스’ ‘부동산’ ‘미투’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들의 출마 논란이 있다. 검찰과 충돌이 계속되고 조국 전 장관이 다시 뉴스에 등장하는 것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 등은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진 몰라도 중도층에 어필할 만한 이슈들은 아니다.

반면 야당은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워 보이던 나쁜 흐름을 벗어나는 형국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삐그덕 거리긴 하지만 보수 통합 논의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총선 끝까지 가진 않을 것이다. 여당은 좋지 않은 흐름을 끊을 수를 내놓을 것이고 야당은 좋은 흐름을 계속 가져가려 하겠지만 이대로 계속 갈 순 없다.  앞으로 여러 번의 고비와 출렁거림을 만날 것이다.

공천 문제 같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고, 이 쪽 저 쪽에서 자살골도 터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하는 돌발적 문제들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좋은 흐름은 길게, 나쁜 흐름은 짧게 가져가면서 선거까지 끌고 가는 것이 관건이다.

21대 총선을 80여일 앞둔 가운데 설연휴를 맞아 민주당 지도부(왼쪽)는 서울 용산역,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서울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21대 총선을 80여일 앞둔 가운데 설연휴를 맞아 민주당 지도부(왼쪽)는 서울 용산역,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서울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선거 자충수는 반드시 값 치르게 돼

그런데 예측할 수 없어서, 혹은 자신들의 능력과 의지 밖이라 어쩔 수 없는 문제들도 있지만 뻔히 알면서 제 발등을 찍는 일들도 적지 않다.

이런 일을 하면, 이런 사람을 내세우면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선거에도 불리할 것을 알면서도 밀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이론 경우에도 ‘의리’, ‘장기적 포석’, ‘핵심 지지층의 요구’ 등 다양한 이유와 논리가 따르긴 따른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저 쪽은 더 하다” “다른 이슈가 생기면 묻혀져 갈 것이다” 등의 비이성적 판단에 의한 자충수는 반드시 청구서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눈을 가리는 포장지는 선거일 전에 벗겨지기 마련이고 유권자들은 뭐가 자충수인지 귀신같이 가려낸다.

요컨대 묘수를 두는 것보다 악수를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묘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결국 악수로 귀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묘수를 두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모쪼록 남은 80여 일 동안 정공법의 대결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설 연휴 동안 후보들은 지역을 돌며 인사에 여념이 없겠지만 각 당의 전략가들도 전국 지도를 놓고 머리를 싸매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모두들  “묘수 세 번에 바둑 진다”는 격언을 잊지 말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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