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금융권]③ DLF 사태에 가계대출 규제까지…흔들리는 수익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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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금융권]③ DLF 사태에 가계대출 규제까지…흔들리는 수익기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27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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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대 지주 당기순이익 11조원 돌파
올해 은행 실적 우려…‘사상 최대’ 행진 주춤
은행권 "라임사태는 철저한 사기극에 당해"
강경대응 예고...."라임펀드건은 DLF와 다를 것"
올해 금융지주 실적은 금융상품 판매 위축과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연합뉴스
올해 금융지주 실적은 금융상품 판매 위축과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오던 금융지주들이 올해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생결합펀드(DLF) 원금 손실 논란 등으로 금융상품 판매가 위축되면서 비이자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또 저금리 여파에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핵심 계열사인 은행 부문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11조690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기록한 10조4850억원보다 11.5% 늘어난 수준이다. 당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도 11조원의 벽을 깬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은 유례없는 실적에도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둘러싼 영업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2018년 기준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에서 은행 부문 당기순이익은 8조6153억원으로 그 비중이 82.2%에 달했다.

◆ 소비자 보호 규제 강화…금융상품 수요 감소

올해는 은행들이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주력해오던 비이자이익 부문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은행‧KEB하나은행이 주로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함펀드(DLF)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계기로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를 늘리기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은 DLF 사태의 원인이 은행의 내부통제 절차와 과도한 영업 관행으로 판단, 지난해 12월 ‘DLF 사태 종합대책’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 시 소비자 보호 규제를 강화했다. 은행 내부에서도 금융상품을 보수적으로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규제와 별도로 소비자들의 금융상품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지난해 7월말 29조51억원을 기록한 이후 넉 달 연속 감소했다. 같은해 11월말 잔액은 26조485억원으로 7월말보다 10.2%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금융상품 중 DLF 등 고위험 상품은 상대적으로 은행 판매수수료가 높다.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확대할 수 없는 만큼 은행들의 수수료수익 타격이 클 전망이다.

◆ 은행권 "라임사태는 물러서지 않을 것, DLF와 달라...강력대응 예고"

DLF 사태에 이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도 ‘현재진행형’이다. 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향후 은행의 불완전판매 논란과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기관의 규제 강도도 높아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라임 사태로 은행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다른 금융상품 판매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주가연계신탁(ELT)처럼 문제가 된 상품 외에 다른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등 규제가 어디로 확대될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불안 요인”고 말했다.

그러나 라임사태와 마주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의 분위기는 DLF사태때와 사뭇 다르다. 라임사태는 펀드운용사의 계약 불이행에 따른 것이고, 계약 만을 믿고 펀드 판매에 나 선 은행권에게 무조건 책임을 묻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게다가 라임펀드의 경우 한 때 국내 최대 자산규모를 갖고 있어 은행 만의 관리 소홀로 몰아세워선 안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왜 사기를 당했느냐고 책임을 묻는다면 이에 대해서 만큼은 법리싸움도 불사하겠다게 라임펀드를 판매한 금융지주사들의 입장이다. 

이는 DLF로 실추된 파생상품 불완전판매의 인식이 라임사태로 증폭될 경우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들은 되돌릴 수 없는 이미지 실추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도 "라임사태에 대해서 만큼은 금융지주사들이 피해자이고 억울한 부분이 있어 책임소재를 정확하게 파악해 피해자측이 처벌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인사들은 DLF사태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라임사태로 맘이 편치 만은 않다. 연속해서 터져 나 온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 금융사고에 금융지주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금이 갔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수리를 마친 후 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조심운전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도로교통법을 어긴 타인의 차량이 이 운전자의 차를 들이 받은 격"이라며 "다른 이의 귀책사유로 또 차를 수리해야 하지만 세상은 (이 운전자를)운전도 못하고 교통사고를 자주 낸다고 낙인찍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라임사태에 대한 의견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정도면 '엎친데 덮친 격'일까.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진 상황에서 은행의 최대 수익원인 예대마진 폭까지 안심수준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우리나라 만 자유로울 순 없어서다.     

◆ 저금리 기조에 가계대출 규제까지

은행의 수익성 지표도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NIM은 1.53%로 전분기보다 5베이시스포인트(bp‧1bp=0.01%) 낮아졌다. KB국민은행 또한 같은 기간 3bp 내렸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7bp, 9bp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NIM 역시 전분기보다 5bp 가량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역시 저금리 기조에 NIM 하락은 기정사실화됐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 현재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추가 인하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또한 은행 실적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주 수익원인 이자이익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은 7.1%로 2018년(8.0%)보다 낮아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에 가계부채 증가율을 5% 이내로 관리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가계대출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올해부턴 새 예대율 규제가 시행된다.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과 법인대출 가중치를 각각 115%, 85%로 차등화하는 게 핵심이다. 은행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취지다. 또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12·16 부동산 안정화 대책’ 이후 가계 주택대출 수요가 꺾이고 있다.

예대율 규제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건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중소기업 대출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면 실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 올해 4대 지주 당기순이익 감소세 전환 예상

금융지주 실적 고공행진은 은행 부문 실적 악화로 올해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올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시장 예상치는 11조457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별로는 하나금융이 올해 당기순이익 2조3717억원으로 지난해(시장 예상치 2조5282억원)보다 6.2% 줄어들 전망이다. 지주사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2조2145억원에서 올해 2조948억원으로 1.4%, 신한금융은 지난해 3조707억원에서 올해 3조6702억원으로 1.0%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된다. KB금융의 경우 3조3306억원에서 3조3209억원으로 0.3%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에도 금융지주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비은행 계열사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를 앞두고 있다. 신한생명과 합병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오렌지라이프는 국내 4대(자산 기준) 생명보험사가 된다. KB금융 또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참여하며 KB생명 덩치를 늘리겠다는 포부다. 하나금융은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로 손해보험업계에 진출한다. 우리금융 역시 비은행 M&A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기존 비은행 계열사 영업력도 확충한다. 일례로 하나금융은 계열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에 2018년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5000억원대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투자은행(IB‧자기자본 4조원 이상) 진출을 위해서다. 지난해 신한금융 실탄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한 신한금융투자 역시 초대형 IB를 노린다. 국내 시장보다 수익성이 높은 해외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에선 여전히 이자이익이 가장 중요한 수익원인데 이자이익이  대폭 감소하진 않더라도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올해 실적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지만 비은행 부문 강화 효과가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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