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경제가 모범" 자화자찬..경제학자들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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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경제가 모범" 자화자찬..경제학자들은 '글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22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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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다보스 포럼서 미국 경제 성장 과시
50년만에 최저 실업률 자랑하나 임금 상승률은 둔화
미국 기대수명도 선진국 하위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미국 경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미국 경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있어서 '경제'는 강력한 무기이자 자랑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세기만에 최저치를 찍은 실업률을 내세우며 건전한 고용시장을 뽐내왔고, 3대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것을 자주 언급하며 그의 능력을 과시했다. 탄탄한 미국의 '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첫번째 업적이었고, 민주당 주도의 탄핵 절차 앞에서는 막강한 방패막이로 자리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이 모인 '다보스포럼'에서도 미국 경제에 대한 자화자찬을 잊지 않았다.

그는 21일(현지시각) 스위스 세계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도 "미국 경제가 전 세계의 모범"이라고 강조했다.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던 점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경제성과에 대한 자평을 두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뽐내는 것처럼 미국 경제가 정말로 칭찬받을 만한 성장이냐는 것에 대한 의문이다. 

반세기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美 고용 탄탄한가?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바로 실업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고용시장에 대한 자찬도 거듭해왔다. 반세기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실업률과, 일자리 증가는 그의 경제 '뽐내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부분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월 실업률은 10.2%로 정점을 찍었고,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 기간 실업률이 꾸준히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 경기가 뚜렷한 회복기에 들어선 덕분에 지난해 12월 기준 3.5%를 기록, 반세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증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80만8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졌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일자리 감소를 막으려 애썼다. 그 결과 2010년 경제가 안정되면서 일자리수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동안 매달 약 10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그 같은 실적을 유지했다. 

문제는 임금 상승이 정체됐다는 점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실업률이 낮고 고용이 강할 때 임금은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고용시장이 탄탄할 때) 고용주들은 근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과거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임금 상승은 매년 2~4% 사이를 오가며 꾸준한 흐름을 유지했고, 금융위기 직후 취임한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빈약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이를 두고 "미완성된 사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기에는 임금이 3% 이상 올랐으나 지난해 9월 기준 2.9% 상승에 그쳤다. 2001년 1월에 임금 상승률이 5.4%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이 기록적으로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임금 증가율이 더 높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업률이 낮은 상태에서 임금 상승이 둔화됐다는 점은 노동시장의 침체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칼 스미스 전 노스캐롤라이나 경제학교수 역시 블룸버그를 통해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단기 직원들을 모집함으로써 실업률을 낮춘 것"이라며 "이는 노동시장의 회복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미국의 블록버스터급 경제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전 부총재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역시 가디언을 통해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취업자 증가율은 2008년 이후 회복세를 보인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 시절보다 여전히 낮으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0년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 역시 경제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노동 연령의 남성과 여성의 고용률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보다 둔화된 증가율을 보였고, 일자리 창출 속도 역시 오바마 대통령 시절보다 현저히 느리다"고 지적했다. 

미국 GDP 성장률. 자료: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Economic Data, 세인트루인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
미국 GDP 성장률. 자료: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Economic Data, 세인트루인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

GDP, 트럼프 대통령 약속에 못미쳐

미국의 2019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 수준이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GDP 성장률을 4%로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으나, 현재 수준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평균인 2.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막대한 수준의 재정적자와 초저금리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를 감안한다면, 더욱 저조한 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폭이 트럼프 정권 이후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연방 세입과 정부 지출 비용 사이의 부족을 의미한다. 이론상으로는 경제가 건전해지면 정부는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 연방 재정적자가 줄어들게 된다.

미국은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인 2001년을 기점으로 재정적자로 돌아섰으며, 그 폭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9 회계연도의 적자는 9844억달러로 집계됐다. 7년만에 최대치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오는 2022년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미국의 기대수명 최하위권..부자들을 위한 대통령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위계층에게만 좋은 대통령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 나라의 경제 건전성을 잘 읽으려면 그 나라 시민들의 건강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들이 행복하고 번영한다면 그들은 더 건강하고 오래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인 기대 수명은 78,6세로, 선진국 중에서 미국의 기대수명은 최하위권이다. 미국의 기대수명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초기 2년 동안 계속 감소했고, 2017년에는 중년의 사망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위 1%에게, 특히 상위 0.1%에게는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대통령은 아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환경을 지키는 기본적인 일 뿐만 아니라 경제 부문에 있어서도 낙제점을 받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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