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항의 받은 애플,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 포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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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항의 받은 애플,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 포기하나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1.22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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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암호화' 계획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펜서콜라 사건 이후..."수사당국에 총격범 정보 넘겼다"
"단, 백도어·전문소프트웨어 구축 하진 않을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애플이 회사조차도 풀지 못하는 콘텐츠 100% 암호화 계획을 추진했지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항의로 포기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2년 전 아이폰 이용자가 기기 데이터를 아이클라우드에 백업할 때 '엔드 투 엔드 암호화' 방식을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FBI가 반대해 계획은 무산됐다.

'엔드 투 엔드 암호화'는 데이터의 발신자와 수신자만이 정확한 암호키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중간 단계는 모두 암호화가 진행되고 이는 애플조차도 풀 수 없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애플은 법 집행 기관이 어떤 데이터의 해독을 요청해도 응할 수 없다. 애플은 해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이터는 "애플은 FBI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후 이같은 계획을 포기했다"며 "FBI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용의자로부터 증거를 확보할 효율적인 수단을 잃게 된다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은 최근 미국 정부와 애플이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해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두고 충돌을 빚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 주 펜서콜라에 위치한 해군 항공기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장교 출신 훈련생 모하메드 샤드 알삼라니가 총격을 가해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알샴라니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FBI는 총격사건을 테러로 보고 알샴라니의 배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용의자가 사용한 아이폰이 잠겨있었고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애플에 해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 사진=연합뉴스

그러자 윌리엄 바 장관은 "우리는 애플과 다른 IT기업들에 우리가 미국인들의 생명을 더 잘 지키고 미래의 공격을 방지할 해법을 찾도록 도와줄 것을 촉구한다"고 애플을 겨냥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우리는 그동안 애플의 무역과 다른 많은 이슈들과 관련해 항상 애플을 지지해왔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살인과 마약 거래 등 폭력적인 사건에 연루되는 아이폰의 잠금 기능을 해제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5년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하자 2016년 애플은 아이폰 잠금 해제를 풀어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법정 다툼까지 갔지만 결국 FBI는 애플의 도움 없이 잠금해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IT업체 셀레브라이트의 장치와 해커들의 도움을 받아 잠금을 푼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 윌리엄 바 장관과 달리 애플은 "이미 당국에 총격범의 애플 계정과 아이클라우드 백업, 거래 정보 등 자사가 가진 모든 수십 기가바이트의 정보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정부가 요청하는 수사기관을 위한)백도어나 전문 소프트웨어를 구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한 대라도 뚫리면 다른 모든 애플 제품들까지 위험해진다는 이유다.

로이터는 애플이 FBI의 반대에 '엔드 투 엔드 암호화' 정책을 중단했다고 알려진 소식과 이번 펜서콜라 총격 사건에서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이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애플의 입장 변경"이라며 "애플이 미 수사 당국과 정보기관들을 돕고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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