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호황]③ 힘들었던 이머징시장도 올 한해는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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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호황]③ 힘들었던 이머징시장도 올 한해는 '기대감'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2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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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내외 악재로 선진지수 절반 수준 성과에 그쳐
올해 글로벌 경기 확장 수혜 기대
한국 등 아시아 주식 주목해야
지난 한 해 MSCI이머징마켓 지수는 선진국 시장을 추적하는 MSCI월드 지수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한 해 MSCI이머징마켓 지수는 선진국 시장을 추적하는 MSCI월드 지수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은 지난 한 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한 미국 증시와는 달리 이머징마켓은 시종일관 지루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탄탄한 경제지표를 자랑해온 미국과는 달리, 이머징마켓은 내부적으로는 잇따른 시위로 몸살을 앓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수출 악화로 고통을 받는 등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환경이 지속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이머징마켓의 주식시장에 대해 힘들었던 2019년을 훌훌 털고 2020년에는 보다 긍정적인 움직임이 기대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완화됨에 따라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 중심의 신흥국들의 동반 성장도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힘들었던 이머징마켓

중국과 한국, 대만,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러시아, 멕시코, 태국 등 24개국에서 약 1400개의 주식을 추적하는 MSCI EM(이머징마켓) 지수는 지난해 15.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선진시장을 추적하는 MSCI월드지수는 25.2% 올랐다.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의 상승률은 선진시장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MCSI EM의 비중 57%를 차지하는 중국과 한국, 대만의 경우 각각 36.1%, 7.7%, 25.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단 지난해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MSCI EM 지수는 2010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S&P500지수 상승률을 65%나 밑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세계 10대 주식이 모두 미국기업일 정도로,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은 미국시장이 주인공인 무대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머징마켓이 이토록 부진한 흐름을 보인 데에는 대내외적인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 중남미지역은 물론 홍콩과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정치적인 이슈가 부각되면서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격화된데다, 관세 인상으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머징마켓의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머징 마켓은 지난 한 해 동안 대내외적으로 기댈 곳이 하나 없었던 셈이다.

이러한 악재들이 하나 둘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올 한해는 부진한 흐름을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 추이 자료:MSCI
MSCI 이머징마켓 지수 추이 자료:MSCI

악재 떨칠 이머징마켓, 2020년 전망은 '기대'

2020년에는 정치 리스크가 다소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바닥을 쳤던 2019년 글로벌 경기는 이제 확장 단계로 돌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이 경우 그간 혜택을 보지 못했던 이머징마켓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2019년 4.1%의 성장을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4,3%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역시 2020년 개발도상국의 성장률은 4.6%로 예상했는데, 이는 선진국 성장률 1.7%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확장되는 단계에서는 신흥시장이 더 나은 성과를 거두는 경향이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시장의 경우 글로벌 경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인 신흥국의 주식시장은 중국과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된 지난해 3분기 4.3% 상승에 그치면서 상당히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미국과의 1단계 무역협정 일환으로 중국 상품에 대한 기존 관세가 인하, 무역 갈등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4분기에는 다시 11.8%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3분기에 비해 나아진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 비롯한 아시아 주목해야...러시아도 매력적

블룸버그가 57명의 글로벌 투자자와 전략가, 트레이더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이머징마켓은 지난해의 부진함을 떨쳐낼 것으로 조사됐다. 이머징마켓의 자산은 선진국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으며, 그 중에서도 아시아의 전망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유망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은 한국이다. 한국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구조로,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서 경기가 위축됐고, 이로 인해 주식시장 역시 2017년 이후 2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되면서 삼성전자 주식이 30% 가까이 상승, 한국 주식시장 역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라자드애셋매니지먼트 역시 "올 한해는 기술주도형 수익성장이 기대된다"며 "5G 스마트폰과 관련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기술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많은 반도체 및 기술회사들이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수익 변화가 기대된다"며 "향후 12개월동안 24%의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 주식시장 역시 매력적이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이머징마켓 가운데 최고의 실적을 거둔 바 있다. MOEX러시아지수는 28.5% 상승해 S&P500 지수 상승률에 육박했고, iShares MCSI 러시아 Capped ETF(ERUS)는 지난해 35.8% 상승해 미국 3대 지수 상승률을 앞질렀다. 러시아는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면서 올해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네시아 역시 전망이 밝은 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동남아시아의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주식시장의 타이틀을 거머쥘 준비가 됐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새로운 인프라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등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따른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이 그 근거가 됐다.

MSCI 월드지수 추이 자료:MSCI
MSCI 월드지수 추이 자료:MSCI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머징마켓의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루었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여전하고, 2단계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갈길이 멀다는 이유에서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가 미·중 무역전쟁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2020년 이머징마켓 주식시장 수익률이 2019년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악시트레이더의 스티븐 아인즈 역시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양국간 무역과 경제적 긴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는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경제..미 대선 결과도 주목해야

결국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의 향방을 가를 관건은 경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2단계 무역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올해 치뤄질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자드애셋매니지먼트는 1월에 발표한 2020년 이머징마켓 보고서를 통해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의 운명은 미국 경제와 연관되어 있으며, 투자자들은 올해로 예정된 미 대선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후보자들의 무역에 대한 입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 무역관계는 선거 결과로 인해 역전되지는 않겠지만, 트럼프 현 대통령보다 더 친(親)무역적인 후보, 예를 들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마이클 블룸버그 등이 당선될 경우 세계 기업 정서 개선과 제조업 활동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무역 혜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인 만큼 어느 후보자가 당선될지 여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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