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① 삼성의 준법감시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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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① 삼성의 준법감시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0.01.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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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자율준수 프로그램 만들었나
美SEC, 1970년대 기업들 해외 뇌물등 불법 자금 제공...FCPA 제정이 시초
1991년 양형 가이드라인 마련, 자율준수프로그램 등 기업처벌 경감조항 넣어
미국 기업문화 바꿔놓았다는 평가 있어...'경영자 망신주기' 일관하는 한국과 비교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이 있었다. 재판부는 삼성에서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는지를 살펴 이 부회장의 형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기업범죄의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중 하나이고,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년 사이에 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고 덧붙이며, 전문심리위원을 붙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질적 운영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런 의견은 2019년 10월 25일 공판에서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에 따른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고, 지난달 6일 재판에서는 “정치권력자로부터 (뇌물을 달라는)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을 다음 재판 기일 전까지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은 그룹차원의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반면 국정농단 수사 특검은 "대통령과 최고 재벌총수 간의 사건에 준법감시제도 수립이 어떤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고, 삼성과 같은 거대 조직이 없는 미국의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극히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형에 대해 준법감시위제도의 실효적 운영여부를 양형에 감안하겠다는 재판부의 의도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형에 대해 준법감시위제도의 실효적 운영여부를 양형에 감안하겠다는 재판부의 의도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연방 양형기준 제8장, 준법감시제도 기업에 혜택

실제로 미국 연방법원은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에서 준법감시제도(자율준수 프로그램 : compliance program)를 실시한 기업에 어떤 양형상 혜택을 주었을까. 우선 이런 제도가 언제부터 왜 생겨났는지부터 살펴보자. 

미국 자율준수 프로그램 발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외부패방지법(FCPA :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COSO(Committee of Sponsoring Organizations of the Treadway Commission)모델, 연방 양형 가이드라인(Federal Sentencing Guidelines)을 들 수 있다.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출발은 FCPA에서였고, 기업 조직의 내부통제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많은 수의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외국의 정부 관료, 정당 또는 정치인에 뇌물 등 불법 자금을 제공했다. 이를 보다 못한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실관계를  조사해 공개했고 그 결과로 1977년 FCPA가 제정됐다.

FCPA는 미국인(또는 미국 기업) 등이 영업을 획득·유지하기 위해 불법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불법화했으며, 상장회사에게는 거래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이를 보존하며 적절한 내부 회계통제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이후 미국의회는 1984년 양형개혁법(Sentencing Reforming Act)을 제정했는데, 연방양형위원회는 연방범죄로 기소된 기업에 대한 선고 표준을 정한 연방판결가이드라인(FSGO : Federal Sentencing Guidelines for Organizations)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형을 감경하는 고려요소로 기업의 '자율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 내용이 규정됐다.

1991년 이후 미국 양형위원회가 제정한 ‘양형 가이드라인(United States Sentencing Guidelines Manual)’은 기업범죄 양형에 관한 지침을 제공했는데, 핵심은 ‘비난가능성(culpability)’ 계산 방법을 구체화해, 비난가능성을 형량 결정의 기준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즉  미국은 35년 전부터 기업의 '자율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을 반영해 형량을 결정해 왔던 것이다.
 
현재 미국 연방의 양형기준 제8장은 기업범죄에 대한 양형 (CHAPTER EIGHT : SENTENCING  OF ORGANIZATIONS)에 관한 가이드라인답게 기업범죄 양형에 관한 일반적 원칙 외에 자율준수 및 윤리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행위를 자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비난가능성’은 일반적으로 법원이 고려해야 하는 6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도록 했다.  이중에 기업의 처벌을 강화시키는 4가지 요소로는 ①범죄행위 관여 또는 묵인 ②기업의 과거행태 ③명령 위반 ④정의실현의 방해이다. 반대로 처벌을 경감시키는 요소는 ①효과적인 자율준수 및 윤리프로그램의 존재 여부 ②자율보고, 협력 및 책임의 수용이다.

'미국 기업문화 바꿔놓았다'는 평가도...한국 적용할만 하나 

연방 양형기준이 그렇다고 하더라고 미국에서 실제로 이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또 과연 미국 제도를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은 기업에 적용되는 기준에 관한 것이다. 이 기준에 관해 기업을 보호한다는 여러 비판이 있으나 반대로 미국의 기업문화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은 언제나 위법행위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고자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는데, 위법 행위를 억제할 내부 통제장치를 만들어 기업 스스로 범죄 행위를 방지하고 감지하며 보고하는 내부 시스템을 만들도록 유도했다는 평가다.

우리는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정경유착 사건을 수도 없이 보아왔고, 지금 현재도 그 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 대표에게 정부관료, 정치인과의 불법적 커넥션을 끊고 스스로 기업문화를 바꿀 인센티브를 제공해줬던 적도 없었다. 기업 또는 기업 대표자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언제나 이를 단죄하고 '망신주기'로 마무리됐다. 이런 과정 속에서 국가의 제도나 기업의 문화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미국 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때문에 기업이 한 번의 불법행위로 존폐의 기로에 이를 수 있다. 기업은 살기 위해 실효적인 감시체제를 만들 수밖에 없었고, 재판부는 이를 철저히 검증해 양형에 반영해온 것이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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