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안철수, 종로 출마가 답인 3가지 이유
상태바
[배종찬 칼럼] 안철수, 종로 출마가 답인 3가지 이유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0.01.1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안철수가 돌아온다.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번 총선의 영향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약 1년 6개월여 간 한국 정치는 ‘중립 지대’가 사라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협치도 여의도 정치판에서 사라져 버렸다.

진보, 보수, 중도로 분류되던 이념적 구분은 좌파와 우파로 나뉘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과 부정이 절반씩을 차지하는 양분화된 흐름을 이어갔다. 말 그대로 정치적 완충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한국정치가 되어 버렸다.

불과 4년여 전 총선에서 안 전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의당은 정당투표 2위로 돌풍을 일으켰다. 다수당은 더불어민주당이었지만 비례 의석의 기준이 되는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을 선택한 유권자가 더 많았다.

'4년전 돌풍'은 극단적 이념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

안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성적표였다. 물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극단적 이념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의 분노이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컴퓨터 백신인 ‘V3’ 개발로 국민들의 영웅으로 정치판 테이프를 끊었다. 그가 이야기했던 새정치는 구태로 매몰된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고 이듬해 대통령 후보로 우뚝 섰다.

새정치는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었고 한때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1위를 차지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이후 정치 행보는 굳이 옮기지 않아도 다수의 우리 국민들이 알고 있다. 2011년을 기점으로 하면 안 전 대표는 더 이상 신인 정치인이 아니다. 손학규 대표는 밟아보지 못했던 대권 본선 무대에도 올랐었다.

그런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지난 지방선거 이후 급속도로 추락했다. 안 전 대표가 주장했던 새정치는 신기루가 되었고 그가 강조했던 중도정치는 좌우 이념대결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며 떠났던 해외 연수길에서 돌아온다. 그가 돌아와야 할지 그리고 돌아오면 언제 돌아올지를 두고 정치권은 떠들썩했다. 툭하면 떠나는 안철수 정치를 두고 비아냥거리거나 냉소적인 반응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귀국한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태풍의 눈 vs 찻잔속 미풍

집 나갔다 돌아오는 안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 태풍의 눈이 될까, 아니면 찻잔속의 미풍에 그칠까. 정치인은 존재감이다. 국민들에게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 곳은 어디일까. 다름 아닌 종로 지역구다. 쓰러져가는 바른미래당을 위해서도 사실상 영향력이 다해가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지금의 등장은 극적이어야 한다. 설날 명절 연휴를 앞두고 ‘종로 출마‘ 선언만큼 극적인 신호는 없다.

안철수 전 대표가 왜 종로에 출마해야 하는지는 다음 3가지 이유로 분명해진다.

우선 차기 대선후보로서 ‘인물 경쟁력’ 때문이다. 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은 경우는 단 한명도 없다. 공교롭게도 대선 후보에 오르거나 물망에 올랐던 그리고 현재 올라있는 이회창, 고건, 이낙연은 모두 국회의원 출신이다. 선거를 통해 검증받은 인물 중에서 대선 후보가 발탁되고 관심을 모으는 선거를 통해 더욱 주목받는다.

안 전 대표는 이미 재선의원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아주 상징성이 높은 지역구 선거는 아니었다. 당을 살리기 위해서나 중도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도 ‘개인 영향력’은 극대화되어야 한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4~16일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어 보았다. 후보명은 불러주지 않았다.

응답 결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4%로 가장 높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불과 4%밖에 되지 않는다. 중도층에서 4%로 전체와 차이가 없다. 종로외 다른 지역에 출마하거나 비례 대표로 한발 물러서면 관심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각종 조사에서 나타난 안 전 대표에게 실망한 비호감도 수준은 꽤나 높다. 안 전 대표에게 주어진 기회는 앞으로 기껏해야 한 두 번이다. 자신의 영향력이 당 조직이나 중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종로 출마 외에 대안은 별로 없어 보인다.

安, 정면승부 없이는 정치적 미래 없다 

안 전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택해야 하는 불가피한 이유는 ‘정당’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으로 돌아가든 독자 신당을 만들든 지역 기반은 수도권이라야 한다. 호남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한지는 이미 오래다. 지금 호남에서 읍소하며 지지를 호소해봐야 민심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이지 못하는 지역이 수도권이다. 안 전 대표에 대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 서울(6%), 부산울산경남(6%) 지역이다.

4년여 전 국민의당이 높은 정당투표에도 불구하고 30여개의 의석수에 그쳤던 것은 지역구 당선자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절반 의석이 달려 있는 수도권에서 특히 서울의 중심 지역구 출마를 포기한다면 다른 지역구 당선자를 지원할 동력은 사라진다.

당의 중심 인물이 선거에서 기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속 의원의 당선 도우미다. 안 전 대표 자신이 화제가 되는 중심 지역에 도전하지 못한다면 다른 후보에 대한 후광효과(Halo Effect)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서울에, 그것도 종로에 출마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안 전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는 ‘중도’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1년 6개월여 떠나있는 동안 한국 정치는 협치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갈등과 반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대 지지율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합체 바른미래당은 지지율 퇴보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각을 보였던 중도 선택지는 사라지고 말았다. 바른미래당은 내홍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몸살을 앓았고 지지층들도 등을 돌리고 말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안 전 대표를 지지했던 중도 유권자들마저 조국 전 장관 논란으로 두 동강 나버렸다. 여론조사를 할 때 정치 성향을 물어보면 중도층이라는 응답자들이 3분의 1정도는 되지만 민감한 정치 현안 질문을 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반으로 쪼개지고 만다.

서울 종로 지역구는 가장 상징성이 높은 곳이다. 역대 대통령 중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이곳을 거쳐 갔으며 장면 전 총리 또한 종로구에서 정치 기반을 다졌다.

검찰관련 이슈를 비롯해 이념적으로 양분되는 현안에 시달렸던 중도층에게 안 전 대표의 종로 출마는 관심을 가지기에 부족함이 없다. 청와대가 자리잡은 곳에서 강력한 대선 후보로 거듭나 중도 정책을 쏟아낸다면 선택지는 그만큼 넓어진다.

안 전 대표가 귀국 일성으로 ‘통합보다는 혁신’라는 판에 박힌 구호가 아니라 ‘종로 출마’ 선언과 ‘반문 연대’ 동참을 이야기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