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그 ‘계획’? 봉준호 드림팀, 아카데미상 후보에 당당히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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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그 ‘계획’? 봉준호 드림팀, 아카데미상 후보에 당당히 오르다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1.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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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계획'이 실행되도록 애쓴 드림팀...아카데미상 후보로 당당히 이름 올려
세대 공감 이끌어낸 완벽한 시나리오를 완성한 각본상 후보 한진원
박사장 저택,기택 반지하집을 완벽히 구현...프로덕션디자인상 후보 이하진, 조원우
외국어영화 최초 미국 영화편집자협회 편집상 수상...편집상 후보 양진모
크리틱스 초이스 수상 후, 사진=크리틱스초이스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봉준호와 드림팀. 왼쪽부터 프로덕션 디자인의 이하준, 편집의 양진모, 배우 이정은, 봉준호,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 곽신애, 한진원 작가. 사진=크리틱스초이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영화 기생충에는 명대사가 많다.

 

"착해서 돈이 많은게 아니라 돈이 많으니까 착한거야."
"역시 코너링이 훌륭하신데요."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그중에서도 송강호의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는 블랙코미디적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함축적 대사다. 

봉준호는 '기생충'이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를 것을 이미 계획했을까. 지난 13일 아카데미상 후보가 발표되기 전부터 할리우드에서는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오를 것이 예상됐지만 편집상, 미술상 후보까지 총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릴지는 예측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협회는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외에 각본상 후보에 봉준호와 한진원, 편집상 후보에 양진모, 프로덕션 디자인상 후보에 이하준과 조원우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제작진과 수많은 스태프들.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완성에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이들이다. 

봉준호의 '계획'이 실행되도록 애쓴 '드림팀', 아카데미상 후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진원 디렉터스컷 어워즈 수상 장면
'기생충'을 공동집필한 한진원 작가. 디렉터스컷 어워즈 각본상 수상 장면. 사진=유튜브 캡쳐

세대의 공감 이끌어낸 시나리오를 완성한 각본상 후보 한진원

봉준호가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건 2017년이라고 전해진다. 2015년경 제작사 바른손 이앤에이에 먼저 15페이지 가량의 스토리 라인을 제출했을때만 해도 제목은 '기생충'이 아니고 '데칼코마니'였다. 부잣집과 가난한 집 두 가족을 떠올리고 대칭을 이루는 구조로 쓰기 시작했던 것.

짧은 시간 안에 시나리오 전체의 구조와 디테일이 완성됐는데 지하실의 문광과 근세 부부를 새롭게 떠올리면서 시나리오의 구조가 바뀌었다고 한다. 봉준호는 우연히 강자가 모르는 사이에 약자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을 떠올리게 됐고 이를 반영해 한지붕 세가족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세트’ ,플레인 펴냄)

'기생충' 각본은 이미 애틀란타 영화비평가협회, 시카고 영화비평가협회, 전미비평가협회, 조지아 영화비평가협회로부터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때 봉준호와 함께 단상이 오른 이가 한진원 작가다. 대학에서 영상영화학과를 졸업한 한 작가는 아직 30대로 “각 세대의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시선이 있기 마련이고, 나 또한 우리 세대의 시선으로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6일 발표된 미국 작가조합상 각본상 후보로, 오는 2월 2일 진행되는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다.
 

스틸컷
'기생충'의 박사장 저택 세트. 사진=네이버 영화

박사장 저택, 기택의 반지하집 완벽 구현한 프로덕션디자인상 후보 이하진, 조원우

아카데미 프로덕션디자인상은 이전에는 미술상으로 불렸으나 85회부터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영화의 외양과 시각을 디자인하는 작업으로 넓은 의미로는 색채, 소품, 세트, 의상, 로케이션 등 영화의 모든 시각 요소를 디자인하는 것이고, 좁은 의미로는 영화 세트와 대도구 등을 디자인한다. 종래 프로덕션 디자인은 스튜디오 안에 세트를 만들거나 로케이션 장소의 촬영용 건축물을 만드는 일로 여겨졌으나 영화의 시각적 요소를 중시하는 추세와 맞물려 점차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프로덕션디자인상 후보 이하준 미술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도둑들', '관상', '옥자', '침묵', '독전' 등의 미술을 맡았고 '하녀', '해무', '기생충'으로 청룡영화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이 꿈꾸던 구상이 영화에 실현될 때까지 이하준 감독의 공이 컸다고 전해진다. 봉 감독은 '봉테일'의 별명답게 계획과 구상이 이미 머릿속에 정리돼 있었고 이를 이 미술감독등 스태프에게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백수가족 기택의 반지하 집. 실제 반지하 집이 아니라 완벽하게 구현된 셋트다. 사진=네이버영화
백수가족 기택의 반지하 집. 실제 반지하 집이 아니라 완벽하게 구현된 세트다. 사진=네이버영화

박사장(이선균) 저택과 기택(송강호)의 반지하집을 스크린에 구현해내기 위해서는 "세트처럼 만들지만 세트처럼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따라서 탄탄하고 정교한 색감과 공간의 디테일, 리얼리티가 중요했다고.

박사장 집은 봉감독이 생각했던 평면도를 받아 내부 디자인을 하고 국내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저택을 참고했다.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고급스러고 독특한 취향이 디자인에 반영된 건축물이어야 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크고 반듯한 디자인에 절제된 컬러와 자재를 사용했다. 

백수가족 기택의 반지하 집과 동네는 재개발을 앞둔 동네와 다세대 주택들을 참고해 일산 아쿠아 스튜디오에 만들어진 세트다. 50m 정도되는 세트에 기택의 반지하 집부터 40가구 정도의 집들을 하나하나 채워넣었다. 여러 달 동안 미술팀, 소품팀, 제작부 스태프들이 동원돼 타일, 문짝, 방충망, 유리창 등 낡은 소품을 직접 구해 리얼리티를 살렸다고. 함께 후보에 오른 조원우 세트디자이너는 ‘옥자’, ‘침묵’, ‘독전’의 제작에 참여했다.

 

청룡영화상
첫 편집작 '뷰티인사이드'로 청룡영화상 편집상을 수상한 양진모. 사진=유튜브 캡쳐

외국어영화 최초 미국 영화편집자협회 편집상 수상…편집상 후보 양진모

지난 2010년 9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한 영화인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졌다. 그 영화인이 다름 아닌 타란티노 영화의 편집을 맡았던 '샐리 멘케'였다. '저수지의 개들'부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까지 타란티노의 모든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그의 9번째 감독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92회 아카데미상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호평을 받았으나 편집만큼은 어딘가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 실제로 편집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만큼 편집의 위력은 대단하다.  

'기생충'의 편집을 맡은 양진모 편집감독은 17일 (현지시간) 미국 영화편집자협회로부터 외국어 영화 최초로 편집상을 수상했다. 양 감독은 쟁쟁한 경쟁작 '포드 V 페라리', '조커',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를 제치고 장편 영화 드라마 부문 편집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 크랭크인 당시 한자리에 모인 제작진과 배우,스태프들.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크랭크인 당시 한자리에 모인 제작진과 배우,스태프들. 사진=네이버영화

양 감독은 '설국열차'의 현장편집으로 봉준호와 처음 만났다. '해운대', '해무'의 현장편집을 맡았지만 장편영화의 편집감독을 맡은 경력은 길지 않다. 하지만 처음 편집을 맡은 '뷰티 인사이드'로 청룡영화상 편집상을 수상하고 이후 '부산행', '럭키', '밀정' 등의 편집을 맡으면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

양감독은 뉴욕 '바드칼리지' (Bard College)에 미술전공으로 입학해 영화전공으로 졸업했다. 디즈니에 입사해 애니메이터가 되는게 꿈이었던 양감독은 초등학생 때부터 극장을 드나들 만큼 영화를 좋아했다고. 감독이 되고 싶어 먼저 현장편집을 시작하게 됐는데, 먼저 편집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편집과 현장편집을 두루 경험한데다 영어에 능통한 점이 인정돼 '옥자'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엔 언제나 감독님만의 엄청 좋은 설계도가 있다. 그 설계도대로 잘,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겸손하게 밝히기도 했다. 설계도를 잘 파악해 절묘한 편집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이가 바로 양 감독이라는 것은 해외 영화상 수상으로 입증되고 있다. 

양감독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편집상 후보로 지명됐다. 할리우드에서는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편집상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편집상을 수상했다는 것. 제 92회 아카데미 수상식은 2월 9일 (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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