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생명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저울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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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생명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저울이 있다면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18 16: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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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어 著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한승태 著 ‘고기로 태어나서’ 리뷰
공장식 축산업과 식용 고기 산업의 민낯...‘윤리적인 고기’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때
개체에 따라 생명의 가치와 무게 다를까? 작은 생명이라도 생명의 무게 가볍지 않아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한 장면. 사진= MBC '휴머니멀' 공식 홈페이지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한 장면. 사진= MBC '휴머니멀' 공식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나는 동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 자연스럽게 MBC의 '휴머니멀'을 보게 되었다. 인간(Human)과 동물(Animal)의 합성어로 만든 제목이 인상 깊었다. 예고편에서부터 이미 아름답고 신비한 동물의 세계를 다룰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충격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트로피 헌팅’이라는 에피소드에서 미국의 한 사냥꾼을 보여주었다. 그의 집은 죽음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높다란 벽에는 죽은 사슴들의 머리와 뿔이 달렸고 홀에는 죽은 사자들의 박제가 전시되었다. 사냥꾼은 죽음의 흔적들을 트로피처럼 자랑했다. 그래서 ‘트로피 헌팅’이라고 하는 건가.

카메라는 사냥꾼의 아프리카 사냥 여행에도 동행한다. 아프리카에서 야생 동물 사냥은 중요한 산업임을 보여주듯 다양한 장비와 도우미들이 사냥꾼을 위해 동원된다. 사냥꾼은 동물들을 사냥하곤 기념사진을 찍는다. 고기는 현지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자기는 가죽을 챙긴다.

'휴머니멀'은 이런 과정을 보여주며 사냥꾼들이 주장하는 ‘트로피 헌팅’의 이유와 원칙을 들려준다. 물론 반대하는 측의 의견도 함께 다룬다. 양측은 나름의 논리로 자기주장의 정당함을 피력한다.

시청자로서 난 이 지점에서 간혹 고민은 했지만,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생각들을 다시 떠올렸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인간이 식량으로서 동물을 키우고 죽이는 문제, 인간이 레저로서 동물을 죽이는 문제 등. 어쩌면 전문가도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내가 이런 커다란 서사를 고민하며 읽어본 책들 몇 권을 오늘 소개한다. 논란이 많은 주제이지만 누군가는 고민해 볼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민음사 펴냄.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민음사 펴냄.

 

조너선 사프란 포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포어는 미국의 소설가이다. 포어는 어린 시절 막연한 도덕심으로 채식주의를 실천해 보았지만, 포기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왜냐하면, 그는 배고팠고 고기는 맛있었으니깐. 하지만 첫 아이를 낳고 아버지가 되면서 포어는 아이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했고, 이전보다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고기란 무엇인가? 고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생산되는가? 동물은 어떻게 다뤄지는가? 그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영향은 무엇인가? 그것이 과연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인가?

포어는 이런 질문들의 답을 찾는 과정을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 담았다. 작가는 공장식 축산업 종사자, 동물 권리 보호 운동가, 채식주의자, 도축업자 등 다양한 입장을 지닌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한다. 포어는 소설가의 예민한 감수성을 유지하고 풍부한 자료를 근거로 내세워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진실을 밝혀내고자 한다.

 

“음식은 중요하고 동물도 중요하고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하다. 동물을 먹는 문제는 부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인간이 된다,’라고 일컫는 이상에 도달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우리 직관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도하는 문제이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334쪽)

 

포어는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공장식 축산업’이 드러내는 문제들을, 고기를 먹는 소비자들에게 숨기는 문제들을 파헤친다. 동물 권리문제부터 경제, 보건, 환경 문제까지, 동물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훑으며 이것들은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한 문제라고 말한다.

 

고기로 태어나서. 시대의 창 펴냄.
고기로 태어나서. 시대의 창 펴냄.

한승태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는 본인이 경험한 삶을 기록하는 작가이다. 이 책을 내기 전에는 농업, 어업, 서비스업 등 여러 분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경험을 담은 ‘인간의 조건’을 썼다. ‘고기로 태어나서’ 표지에 ‘노동에세이’라고 쓰여있는데 이 책과 너무 잘 어울리는 정체성이다. 작가가 직접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 노동자로 취업해서 목격한 사례들을 담았기 때문이다.

“멸종 위기로부터 3억 광년 떨어진 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찾아 떠난 노동 여행.” 책 첫 문장이다. 동물의 생명에 대해 생각할 때 흔히 밀렵꾼이나 마구잡이 포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가장 생명을 위협받는 동물은 우리가 매일 쉽게 볼 수 있는 식용 동물들이다.

이 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죽어 나가지만 멸종 위기로부터는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식용 동물의 삶을 다룬다. 우리가 자주 먹는 닭, 돼지와 식용 동물 개가 ‘고기’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위에서 언급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가 각종 통계와 인터뷰가 눈에 띄었다면 ‘고기로 태어나서’는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식용 동물을 키우는 농장 안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 안에서 고기가 되기 위해서 키워지는 동물들의 사실적인 모습들, 그런 동물들을 대하는 농장 사람들의 모습이 그 냄새가 느껴질 정도로 묘사된 책이다.

 

“갑이 을의 처지를 상상하는 것이 힘든 일이라면 인간이 동물의 고통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동물은 특히나 식용 가축은 인간 앞에선 영원불변의 을일 테니 말이다.” (‘고기로 태어나서’ 414쪽)

 

이 책은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처럼 채식을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식용 고기 산업의 단면을 보면서, 독자들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과연 동물을 저런 식으로 대하는 것을 인간다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기를 위해 키우는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고민과 시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통해 ‘윤리적인 고기’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겨울철 대표축제 산천어 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겨울철 대표축제 산천어 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작은 생명은 그 무게도 가벼울까?

두 책을 다시 읽고 관련 자료도 찾아볼 때 겨울 축제의 이면을 돌아보자는 기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겨울 축제에 동원되는 물고기들의 권리를 이야기한다.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오락용으로 죽어가는 겨울 축제가 학살의 현장이라고, ‘동물보호법’의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가족들의 추억을 위해서 굶주린 물고기들은 얼음 아래에서 혹은 웅덩이에서 이리저리 쫓기다 잡힌다. 잡힌 물고기들은 질식하며 죽어간다. 그러다 마침내는 생으로 썰리거나, 통째로 구워지거나, 매운탕으로 요리되는 축제 현장의 물고기들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생각이 또 깊어졌다.

미국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쓴 르포 ‘랍스터를 생각해봐’에서 ‘레저로써 동물을 먹는 축제’를 비판하는 측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미국 메인(Maine)주 어느 도시에서 벌어진 ‘랍스터 축제’에서 살아 있는 랍스터가 진열되고, 관광객은 먹을 랍스터를 고르고, 그 랍스터가 커다란 솥에서 요리되는 생생한 광경을 지켜본 작가는 어떤 비유를 한다.

 

“(유명한 축제인) 네브라스카 소고기 축제에서 행사의 일환으로 산 소를 트럭에 싣고 와서는 차에서 내린 소를 즉석으로 도축한다면 어떨까.”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랍스터를 생각해봐’ 본문 중)

 

생물 개체에 따라서 생명의 가치와 무게가 다르다고 믿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종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지만, 그 생명의 가치와 무게는 다르지 않고 상대적이지도 않다는 이야기다. 인간을 위해 식량이 되는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는 것이다.

말 못 하는 작은 생물의 생명을 고민해보는 것에서부터 어쩌면 생명 존중이 시작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생명이라고 가벼이 보다 보면 큰(?) 생명도 가벼이 볼 수도 있기에. 작은 생명이라도 그 생명의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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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미 2020-01-18 17:34:48
어떡하죠 가슴이먹먹해서 돌고래편은 아직도 기억에남네요 도와주고싶어요 저순수한영혼들을 사람처럼 악의도없고 그냥평화롭게살아가는동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