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와이파이 확대' 총선공약...또 통신비 포퓰리즘 아냐?
상태바
'무료 와이파이 확대' 총선공약...또 통신비 포퓰리즘 아냐?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1.16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2022년까지 5780억원 투입 5만3000개 확충, 버전은 '와이파이6'
통신업계 "5G투자에도 모자라...여력도 없어 기술적 문제도"
네티즌은 찬반 논쟁 격화, "시대의 흐름" vs "포퓰리즘 정책"
"수도권보다는 지방에만" 절충안도 제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조정식 정책위의장(맨 오른쪽)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제1호 공약인 무료 공공 와이파이 전국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조정식 정책위의장(맨 오른쪽)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제1호 공약인 무료 공공 와이파이 전국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월 15일 열리는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제 1호 공약으로 '무료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내걸었다. 가계 통신비를 절약하고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젊은 층의 표심을 공략할 정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그다지 달갑잖은 반응이다. 전국에 무료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설치한다 하더라도 수도권과 대도시는 이미 와이파이 보급이 잘 된 편이고, 최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용자도 많아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의 네티즌 반응을 살펴보면 이용자들의 입장도 엇갈리는 편이다. 알뜰폰 요금제를 이용하거나 매달 데이터를 사서 쓰는 소비자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대도시 거주자나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돈을 통신비 절감에 직접적으로 쓰는 것이 낫겠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 민주당 "사회 취약 계층의 정보 격차 해소할 것"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 구축해 사회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공공 와이파이 설치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학교, 터미널, 문화시설, 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향후 2022년까지 57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만3000여개를 설치한다.

우선 올해는 시내버스 5100개, 학교 5300개, 교통시설 등 공공장소 6600개 등 총 1만7000여개의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에 48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2021년에 2600억원, 2022년에 27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추가 3만6000여개의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한다. 

최근 민감한 보안 이슈에 대해서도 대책을 수립했다. 매년 1만여 개를 대상으로 AP멸실·고장·보안기능 적용 등의 여부를 확인하고 전송속도 같은 품질측정도 추진한다. 그렇게 해마다 6000여개의 공공 와이파이를 보안과 성능이 우수한 '와이파이6(WiFi6)'로 교체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비용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통신사가 함께 부담하고 향후 정부 지원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 민주당 공약에 통신업계 반응은 미지근

서울시가 2020년까지 설치할 공공와이파이 단말기 배치도.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가 2020년까지 설치할 공공와이파이 단말기 배치도. 사진제공=서울시

민주당의 공약발표에 통신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통신회사에 득이 될 건 없지만 정부의 발표도 아니고 확정된 정책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이 예상한 금액을 보면 알 수 있듯 수천억원의 비용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이통사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5G망 확충에 여념이 없다. 공공 와이파이 확충에 적지않은 예산을 따로 편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5G는 3.5Ghz 주파수 망을 사용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올 하반기 28Ghz 대역의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심지어 28Ghz 대역은 주파수 특성상 3.5Ghz 대역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때문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통신 3사 CEO들은 지난해 11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요청에 난감한 입장을 내비친 적도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도권을 비롯해 대도시는 공공 와이파이 보급이 잘 된 편이다. 또 요즘에는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도 많다"면서 "적어도 수백억원 이상이 들지만 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이기에 통신사들은 난감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정부 정책이 아닌 여당의 '공약'이기 때문이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의 공약은)아직 실현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없다"면서 "한 자리에서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이미 와이파이를 새로 보급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민주당이 계획중인 '와이파이6'는 최고 속도가 10Gbps이며 1Gbps로 낮추면 훨씬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낮은 레이턴시(응답속도)를 제공한다. 2018년 3분기 KT와 SKT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그런데 이용자가 체감하는 속도는 와이파이에 연결된 인터넷 케이블에 좌우된다. 국내 케이블 중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케이블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1Gbps 케이블조차 국내에 깔린 케이블 중 절반이 채 안된다. 무선 단말기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Wi-Fi 6를 지원하는 갤럭시 S10 시리즈도 최대 1.2Gbps까지만 커버 가능하다.

◆ 찬반 의견 나뉘는 네티즌…"시대의 흐름" vs "전형적 포퓰리즘"

공약 소식이 전해진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네티즌들이 민주당의 공약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펼쳤다.

찬성 측은 전국에 모두 설치할 것인지, 아니면 통신망 보급이 다소 열악한 지역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인 안까지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반면 실효성이 의심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커뮤니티의 네티즌 'ima**'는 "전기나 수도를 공급하듯 통신망을 공급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라며 "보안 강화 등 개선할 것은 많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안 담으면' 안된다"면서 민주당의 공약에 찬성했다. '입처**'는 "돈 없는 어르신, 청소년 및 청년층과 고가 요금제가 필요없는 사람들한텐 크든 작든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라고 말했다.

또다른 네티즌 'khe**'은 "낮은 데이터 요금제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며, 'coc****'은 "알뜰폰은 통신사가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사용이) 안 된다"며, 'tup***'은 "출퇴근길의 지하철 와이파이는 자주 끊긴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반가운 심정을 털어놨다.

반면 민주당의 이번 공약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다른 커뮤니티의 네티즌 'KIS****'는 "선거법 개정으로 새로이 유권자가 될 고3, 대1 등 만18세 특화 공약이라고 생각한다"며 포퓰리즘 성향을 띄고 있다고 말했다.

'ss0***'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와이파이 보급으로 해결하는 건 약간 빗나간 발상"이라며 "차라리 그런 사람들에게 단말기 구입 비용이나 요금 일정 부분 지원 확대를 하는게 낫다. 이제 와이파이는 사람 있는 곳이면 대부분 터진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네티즌 '사실***'은 "국내 기업은 망이용료 내고, 외국 기업은 공짜로 쓴다"면서 "공공 와이파이는 국내 기업들만 손해보는 구조"라며 국내외CP 업자들에 대한 차별이 더욱 확대될 것을 염려했다.

절충안을 제시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vol**'은 "수도권은 와이파이가 넘친다. 비교적 혜택이 적은 지방만, 혹은 지방 먼저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등굽***'은 "서울은 아니겠지만 지방에는 의미있는 정책"이라고 댓글을 올렸다.

투자업계 고위관계자는 "민간부분이 영위하는 사업을 공공화하려는 시도는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이런 공약은 민간사업자의 투자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예산을 차라리 청년 벤처사업자들에게 직접 지원, IT 컨텐츠 사업 아이디어를 살리게 하는게 어떨지 싶다"며 "초기 청년벤처들은 여전히 초기 창업자금을 구하기 어렵고, 벤처캐피탈 자금은 상장시 수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IPO(기업공개) 직전 기업에만 몰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