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美中 환율전쟁]③ 원‧달러 환율 하단 1150원선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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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美中 환율전쟁]③ 원‧달러 환율 하단 1150원선 무너지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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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 해제, 위안화 동조했던 원화에도 영향미칠 듯
원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 상승중...위험자산 선호심리
전문가 "원·달러 하단 1150원 무너진다...1100원까지 급속 진행 안돼"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한 데 따라 한국 원화 등 신흥국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2단계 무역합의’까지 급물살을 타면서 외환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대감이 선반영된 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절상)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6일 오후 2시 53분 달러당 1160.4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3일 달러당 1222.2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에 힘입어 연초까지 하락 곡선을 그렸다.

◆ 美, 中 환율조작국 제외…위안화 강세 예상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한 것을 계기로 원‧달러 환율 하단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3일 반기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환율조작 지정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이례적으로 환율보고서 없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포함시킨 이후 5개월 만이다.

미국으로부터 통상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면 안된다. 즉 환율조작국의 통화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내버려두지 않으면 대미 보복을 당한다. 환율조작국에서 해제되면 자연스럽게 통화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외환당국의 대응 여력이 생기는 만큼 가치의 일방향성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건 미‧중 무역분쟁에서 비롯된 교역 제재 의미가 컸다. 당시 중국이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포치(破七‧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를 허용했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관세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인한 절상압박에도 위안화는 무역분쟁에 휩쓸린 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위안화와 동조화가 깊어지고 있는 한국 원화 가치 역시 하락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에 미국이 환율조작국에서 중국을 빼면서 위안화‧원화 등 신흥국통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로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낮아졌고 중국 당국의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여력이 확보됐다”며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도 위안화에 동조된 추가 강세 여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 “2단계 무역합의 돌입”…대외 불확실성 완화

이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이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 역시 신흥국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최종 서명했다. 합의문의 핵심은 대중 추가 관세 계획을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율을 낮추고 중국이 그 대가로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는 것이다. 미국은 또 중국에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금융시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 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도 ‘1단계 무역합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시장의 관심은 미‧중 간 ‘2단계 무역합의’ 진전 여부로 쏠리고 있다. ‘1단계 무역합의’가 큰 틀에서의 합의였다면 ‘2단계 무역합의’는 미국의 세부적인 시정 조치 요구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 무역합의’보다 ‘2단계 무역합의’가 험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1단계 무역합의’ 서명과 동시에 미국발(發) ‘2단계 무역합의’ 진전 소식이 나오면서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다. ‘2단계 무역합의’가 구체화될수록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부담을 털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2단계 무역합의’를 곧바로 시작할 것”이라며 “다음 합의에서는 대중 관세를 즉시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3단계 협상은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해 ‘2단계 무역합의’로 무역분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또한 서명식 후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2단계 무역합의’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초체력(펀더멘털) 환경에 따라 원‧달러 환율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는데 환율조작국 해제로 이같은 전망에 논거가 강화됐다”며 “원‧달러 환율은 지난 수개월에 걸쳐 일종의 하한선으로 인식됐던 1150원을 밑도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환율 하락 여력 제한…원‧달러 환율 하단은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파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 소식을 발표한 후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 등 위험자산에 호재가 될 만한 소식들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1단계 무역합의’ 정식 서명 절차가 지난해 10월 고위급 무역협상 이후 세 달에 걸쳐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향후 ‘2단계 무역합의’ 성과를 긍정적으로만 예측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2단계 무역합의’ 진전 상황을 지켜보려는 관망세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미‧중 무역분쟁 전 수준인 1100원선 초반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상 이후 국내 경기 개선이 가시화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서 난관이 예상되는데다 여전히 미‧중 간 상호 관세가 부과 중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국내 펀더멘털 여건 등이 아직 개선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원‧달러 환율 하단은 1130원에서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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