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美中 환율전쟁]②위안화 절상 약속한 중국의 고민
상태바
[휴전 美中 환율전쟁]②위안화 절상 약속한 중국의 고민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16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과의 약속 이행 위해 당분간 위안화 절상 기조 유지
경상흑자 축소·기업 부채율 증가는 부담 요인
경기위축 우려에 큰 폭 절상은 무리일 듯
달러 위상 약화시키기 위해 디지털화폐에 박차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위안화 절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위안화 절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환율조작국' 꼬리표를 떼어낸 중국은 당분간 위안화 절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를 용인한 탓에 '환율조작국' 꼬리표가 붙었던 만큼, 당분간 위안화를 점진적으로 절상하면서 미국과의 약속을 지켜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꾸준히 축소되고 있고, 중국 민간기업들의 부채도 적지 않은 수준이어서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중국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中, 위안화 절상..포치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6.9위안 아래로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발간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했다. 미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경쟁 목적의 위안화 절하를 자제하기로 약속하고, 환율 관련 적절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합의한 것이 그 근거가 됐다. 중국은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며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15일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6.8884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 위안화 기준환율인 6.9263위안에 비해서도 더 떨어진 수준이며, 고시환율이 6.9위안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5일 달러당 7위안 선이 뚫린 '포치' 이후 처음이다.

최근 중국 경기가 안정되고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맞물린 점도 위안화 절상의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소식이 중국 경기성장 둔화 우려를 잠재웠고, 중국 정부 역시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 중동발 리스크도 진정되는 조짐이 보이면서 글로벌 유동자금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위안화 절상 배경으로 해석되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피에라캐피탈의 캔디스 뱅선드 포트폴리오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반등은 부분적으로는 미·중 무역합의와 중국의 통화 및 재정정책 노력에 따른 결과"라며 "무역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 덕분에 최악의 경기 침체를 넘겼을 것이고, 선제적인 경기 부양책 역시 중국 위안화 부양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움직임은 제한적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운용할 수 있는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당초 '포치'를 용인하는 등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힘을 쏟은 것은 중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였다. 글로벌 경기둔화 흐름에서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던데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경기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자,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 애써왔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로 위안화 절상 기조로 방향을 틀었고 이는 경상흑자 폭을 줄임과 동시에 수출기업들의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2015년 한 때 3000억달러에 달했던 중국의 경상수지는 2018년 500억달러까지 주저앉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2022년 경상수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2020년 400억달러대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2021년 200억달러대로 감소한 뒤 2022년에는 60억달러 경상수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민간기업의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IMF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부채율은 258%에 달했다. 전세계 총 부채비율은 GDP의 226% 수준인데, 이를 크게 뛰어넘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기업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한 중국 민간기업의 부도율은 2014년 0.6%에서 지난해 11월 말 4.9%까지 치솟았다는 자료를 내놨다.

중국 정부 역시 지난해 12월 파산제도를 도입하면서 부실기업에 대해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시중은행을 통해 부실기업에게 자금을 공급했으나, 이를 견디지 못하고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서 상당 부분을 회수하기 위해 파산제도를 만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7년 공식적인 파산법을 도입했으나, 중국 법원은 사회적 불안을 우려해 파산신청을 기각해왔고, 부실기업들은 국고보조금과 시중은행의 대출금 등을 통해 생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파산하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의 압력을 덜어주기 위해 파산제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최고인민법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연간 3139건에 불과했던 파산 승인 건수는 2016년 5665건, 2017년 9542건, 2018년 1만8950건으로 최근 3년간 급격히 늘고 있다. 

결국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경상수지 흑자 축소 및 부실기업 증가 등 경기위축 부담감으로 인해 강한 위안화 절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은 미국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그 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CNN에 따르면, 라보뱅크의 수석FX 전략가인 제인폴리는 "흥미로운 질문은 이 낙관주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많은 것들이 확실하게 이 환율 수준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2단계 무역협정으로 관심을 돌린다면, 위안화 가치는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 민영기업의 자금난. 출처: 한국은행
중국 민영기업의 자금난. 출처: 한국은행

달러 위상 뒤흔들 디지털 화폐 구축 

중국은 외환을 둘러싼 쉽지않은 환경 속에서 디지털 화폐에 더욱 집중하는 추세다, 기축통화인 미 달러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중국이 지난해 광군절(11월11일)에 맞춰 CBDC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인민은행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언제든지 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디지털 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중국이 디지털 화폐의 첫 발행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중국의 디지털화폐가 기축통화인 달러를 흔들 수 있음을 우려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역시 중국의 디지털화폐 계획을 경계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리브라와 관련한 하원 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이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의 금융 리더십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디지털 통화에 관한 논문을 공동 집필한 프린스턴대 역사학자 해럴드 제임스 역시 "저커버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동의하며 "중국의 디지털 화폐가 국제적인 결제 수단으로서 달러에 필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화폐가 직면한 각종 규제를 연구하며 디지털화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리리후이(李禮輝) 전 중국은행 총재는 13일 북경대에서 열린 '디지털화폐 미래에 관한 세미나' 기조 연설에서 "디지털화폐는 현재의 도전이자 미래의 기회인 금융 모델과 통화시스템을 재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화폐가 향후 글로벌 경제의 경쟁 핵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만큼, 중국이 디지털화폐 연구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디지털화폐를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디지털화폐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법 개정을 비롯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전세계적으로 규제장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북경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 외환관리국의 회계 담당자인 순 티안치는 "디지털화폐가 이론상으로는 국경을 넘어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힘들 것"이라며 "디지털 화폐 사용 확대에 대해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앙재경대학의 황젠 법학교수 역시 "국가 디지털 화폐의 창설을 위해서는 기존의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