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식품산업, 올해는 프리미엄·셰프 협업·글로벌 공략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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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식품산업, 올해는 프리미엄·셰프 협업·글로벌 공략 '뚜렷'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1.15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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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 시장, 성숙기 넘어 완숙기 국면
1인가구 증가·가심비 소비성향 뚜렷
밀키트, 유명 셰프와 협업 강화
조리사로부터 가정 간편식에 대해 고객들. 사진제공=이마트
조리사로부터 가정 간편식에 대해 소개를 받고 있는 고객들. 사진제공=이마트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전반적인 산업 위축세를 보이고 있는 식품업계가 올해는 HMR(가정간편식)을 중심으로 ASP(평균판매가격) 상승을 위한 프리미엄 제품들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1인 가구 증가와 가심비(價心費) 트렌드 등을 활용, 밀키트 시장의 확대를 예상하는 한편, 유명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맛을 집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유명 셰프와의 협업을 활발히 진행해 위기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자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주요 식품업체와 식품관련 유통업체들은 유명 셰프들과 협업한 HMR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올반 에어쿡’은 요리연구가 문성실과 협업해 에어프라이어 전용 ‘멘보샤’와 ‘미니 찰핫도그’를 출시했다. 마켓컬리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의 이탈리안 창작 요리 ‘한우라구 라자냐’, ‘게살 구아카몰’ 등을 간편식 형태로 선보여 연일 매진을 이끈 바 있다.

식자재의 낭비 및 요리시간을 대폭 축소한 밀키트(Meal Kit) 역시 유명 셰프들과 협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 밀키트 브랜드인 ‘쿡킷’은 셰프들의 참여로 ‘쿵팟퐁커리’ ‘감바스알아히요’ 등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천동우, 신태섭 셰프가 참여하고 있는데, 현재 12명까지 셰프수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들과 협업해 쿡킷을 향후 3년 내 1000억원 규모로 매출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한국야쿠르트는 밀키트 브랜드 ‘잇츠온’을 선보이면서 남성렬, 정지선 등 스타급 셰프들을 영입했다. ‘대파고추장불고기’는 남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가티와 한식주점 뎐의 레시피로 만든 제품이며, 중식 전문인 정 셰프는 ‘누룽지마라두부키트’와 ‘우육면키트’에 참여했다.

국내 식품기업들이 HMR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혼밥’을 즐기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즐기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확산도 시장 성장에 촉진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국내 식품 시장이 성숙을 넘어 완숙기에 접어들면서 HMR이 식품업계의 새로운 성장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식품 시장의 올해 성장률은 약 1% 안팎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의 2018~2022년 연평균성장률(3.6%)보다 상당히 폭 낮은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면 2010년대 초반 1조원대 규모였던 국내 HMR 시장은 2018년 3조210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고, 내년에는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밀키트 시장은 지난해 200억원 규모에서 5년 후 7000억원대로 급성장이 기대된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시장의 성장세는 1인당 GDP 성장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1인당 GDP가 1만달러(약 1170만원) 미만인 개발도상국은 매년 증가하는 가계소득에 발맞춰 다양한 식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소비자들은 이를 사들이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1만달러 이후부터 점차 건강에 대해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 성장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는데, 한국은 2018년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선 만큼 향후 국내 식품 시장 역시 낮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다만 식품 시장의 신(新)성장동력으로 떠오른 HMR의 경우 아직까지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프리미엄화 작업 진행, ASP 상승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카테고리로 냉동피자·만두를 꼽을 수 있다. 더불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도 적극 추진 중이다.

CJ제일제당은 50년간 쌓인 슈완스의 피자 기술과 노하우를 도입해 하반기 중 자사 ‘고메’ 피자 라인업을 전면 개편해 선보일 예정이다.

슈완스는 미국 냉동피자 시장 2위 업체로 지난해 CJ제일제당이 약 2조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지난 13일에는 슈완스의 대표 냉동피자인 ‘레드 바론’을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슈완스의 제품 도입 및 기술 협력을 통해 국내 냉동 피자 시장의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것이 회사측 계획이다.

오뚜기 역시 프리미엄 HRM 품목인 ‘프리미엄 X.O. 만두’의 제품군을 발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한 ‘굴림만두’는 만두소를 감싸고 있는 피가 0.2mm로 매우 얇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연매출 약 500억원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냉동피자에 대해 올해 제품 리뉴얼과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오뚜기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대만, 홍콩 등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준공된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공장에서는 ‘진라면’을 비롯해 ‘열라면’, ‘북경짜장’ 등 다수의 오뚜기라면을 생산 중이다. 해외의 대형 유통점에는 ‘오뚜기 옐로우 존’을 별도로 만들고 라면 입점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말쯤 프랑스 유통업체 빅시에 새롭게 입점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사회를 통해 오뚜기아메리카 회사명을 변경키로 의결, 미국 시장 공략도 서두르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해도 HMR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면서도 “하지만 요즘은 간단하게 한 끼를 먹더라도 가심비를 따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 과거에는 라면을 선호했다면 요즘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이 높아졌다”며 “올해도 냉장·냉동 부문 프리미엄 작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등 사회적 변화를 맞추려는 노력은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업계 전반적으로 동남아 중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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