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협동조합 성공의 길'] 경쟁촉진자,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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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협동조합 성공의 길'] 경쟁촉진자, 협동조합
  • 김진수 농협대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
  • 승인 2020.01.11 14: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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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플랫폼 각광받을수록 협동조합 위기 고조돼
협동조합, 혁신성과 강한 연대로 대항해야
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 2020년대가 시작됐다. 제주도에서는 기상관측이래 가장 따뜻해 유채꽃, 진달래가 피었다고 한다. 기후변화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뿐 아니라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와 지구촌은 많은 긍정적 부정적 변화를 겪었다. 금융위기, 후쿠시마 원자력 위기, 모바일로 인한 자영업의 위기 등 위기 또한 많았다.

금융위기 이후 협동조합은 실업에 잘 대처하는 조직으로서 주목 받았다. 2020년대 협동조합에게 위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개플랫폼 각광, 협동조합에 최대위기

각 시대의 위기는 협동조합으로 하여금 현대성, 혁신성을 증명해 보일 것을 요구한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아마도 2020년대 협동조합에게 최대의 위기를 불러올 존재는 '중개 플랫폼'이고 중개 플랫폼일 것이다.

최근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모빌리티, P2P 등등은 중개 플랫폼의 다른 이름이다.

대표적 예로 우버(uber)를 살펴보자. 소비자가전쇼(CES)2020에서 현대자동차는 에어택시에 필요한 개인용 비행체를 선보이고 우버와 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왜 현대자동차는 우버와 손을 잡는가. 앞으로 우버가 지구적인 독점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전펀드를 운영하는 손정의가 우버와 디디추싱에 투자한 이유도 같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2016년 디디추싱이 중국 우버를 인수하고 우버는 디디추싱의 지분을 받아 최대주주가 되었다. 이미 중국시장에서는 디디추싱이 독점기업이다. 매각 당시 시장 점유율은 디디추싱이 79%, 우버가 8.7%, 합쳐서 87.7%였다.

독점에 대해 디디추싱은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는 중국 시장에서 적자이며, 차량공유 서비스는 스마트 교통 시장의 일부분일뿐 시장 독점이 아니다”라며 강변했다.

2018년 우버는 동남아 지역 우버사업을 싱가포르회사 그랩에게 매각하고 합병회사 지분을 받았다. 싱가포르 소비자경쟁위원회(CCCS)는 이 합병이 시장경쟁을 저해한다며 1300만싱가포르달러를 부과했다.

우버는 차량공유 서비스 외에도 우버이츠와 같은 음식배달서비스를 이들 국가에서 차량중개플랫폼 사용자들에게 서비스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우버이츠가 철수했다고 해서 우버가 플랫폼으로서 확장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심사 관련해 인수합병 성사시 배달앱 시장의 90%를 점유하게 된다며 공정한 심사를 촉구했다. 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심사 관련해 인수합병 성사시 배달앱 시장의 90%를 점유하게 된다며 공정한 심사를 촉구했다. 사진- 연합뉴스

플랫폼 비지니스, 공유경제라면서도 '독점' 추구

최근 우리나라의 음식배달 서비스 중개 플랫폼 회사인 '배달의 민족'이 독일회사인 DH에 매각되었고, DH는 이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기에 독점심사를 앞두고 있다.

중개 플랫폼기업의 글로벌 독점화는 과거 1차세계대전 전의 거침없는 제국 확장기를 떠올리게 한다. 중개 플랫폼 기업이 '공유경제'를 말하지만 본질은 '독점'이다. 플랫폼간의 경쟁에서 일단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독점이 쉽게 일어난다.

플랫폼 자체가 위기가 아니라 중개 플랫폼업체의 독점이 이 시대의 위기이다.

협동조합은 시장내에서 활동하는 결사체로서 독점에 대항하는 소수들의 집합이라고 할 것이다. 독점에 대항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장참여자가 협동조합의 현대적 의미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의 원천은 사용자와 서비스제공자이나, 중개 플랫폼을 관리하는 기업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허용하고 있다. 이미 세계가 수용한 모델이다. 그러나 이제 서비스제공자들이 협동조합을 조직해 중개업체의 수수료인하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본래 소비자협동조합과 농업협동조합은 도매상인 혹은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 또는 농업인이 직접 구매하는 모델이다. 중개업자를 배제한 직접 구매를 위해 물량을 규모화하고 소비자와 농업인의 구매가격을 낮춘 모델이다.

협동조합, 혁신성으로 플랫폼 독점에 대항해야 

중개를 온라인 플랫폼이 주도하는 이 시대에 협동조합은 플랫폼을 직접 만들어 중개인을 대체하는 협동조합 모델의 혁신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즉 중개 플랫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프리랜서라고 볼 때 프리랜서들의 협동조합이 플랫폼을 직접 운영해 혁신성을 보여주는 사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대리운전기사 협동조합이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하겠다. 정부도 올해부터 대리운전기사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여 프리랜서들의 협동조합 설립 지원을 위해 정부 산하 기관인 사회적기업진흥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협동조합의 설립은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해 특별한 진입장벽 없이 가능하다. 기존 협동조합들이 정부의 지원을 지켜보기 보다는 프리랜서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설립 및 운영노하우 지원, 금융지원 등을 통해 협동조합간의 협동에 적극 나설 시점이다. 협동조합생태계의 확장을 위해서도 나서야 한다. 협동조합이 사회적 연대를 보여줄 좋은 계기이다.

협동조합 설립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자본의 문제 즉, 자금조달문제다. 협동조합이 금융을 직접 지원하기는 어려우므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프리랜서들의 협동조합 설립을 널리 알리고 협동조합들이 십시일반으로 펀딩에 선도적으로 참가해 자금조달문제에 막막한 프리랜서들에게 힘을 줄 필요가 있다.
 
중개 플랫폼 앱개발에 대한 자문과 지원은 모바일앱개발 협동조합과 같은 협동조합이 나서면 좋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지역기반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프리랜서들의 협동조합이 조기에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이 다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신생 협동조합에게 도움주는 협동조합이라야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에 대응하여 현대성과 혁신성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라 할 것이다.

물분자들이 느슨하게 결합한 액체상태일 때 사람은 물에 빠진다. 하지만 물분자들이 강하게 결합한 고체일 때는 아무도 안 빠진다. 대부분의 협동조합은 작고 약하다. 그러나 그 협동조합들이  서로 간에 강하게 결속하면 얼음처럼 단단해질 것이다. 아무리 거대한 배도 작은 물분자가 강하게 뭉친 빙산은 피해간다. 강하게 뭉치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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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2020-01-12 15:42:26
대리운전기사 협동조합의 성공 사례가 나와야 글로벌 중개 플래폼이 시장을 독점하는 이 시대에 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하나라도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이후 그를 모델로 다른 협동조합들이 증가할 텐데요. 협동조합 구성원들의 필요성 인식, 연대와 실제적인 협동이 이루어지는 모델이 나오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부의 지원책은 자생적인 협동조합의 성공 사례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선호 2020-01-31 18:20:27
협동조합이 혁신을 도모해 중개 플랫폼에 대항하자는 교수님의 의견에 지극히 공감합니다. 이것이 바로 협동조합이 수행해야할 임무 중 하나이지요! 김진수 교수님께 수학한 농협대학 학생들이 그 성공 사례의 주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중개 플랫폼의 주인이 되는 것 또한 청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