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출범, 삼성에게 꼼수- 자충수- 묘수중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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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 출범, 삼성에게 꼼수- 자충수- 묘수중 무엇?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1.10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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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위원회 독립성·자율성 보장 약속...'삼성 변하나'
준법감시위 고계현 위원 "삼성, 감시위 요구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
노조 "이 부회장, 법정서 감형위한 꼼수 불과" 비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전대법관에게 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을 약속, 준법경영 정착의 의지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전대법관에게 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을 약속, 준법경영 정착의 의지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삼성이 이번에는 거듭날 수 있을까. 삼성이 진보성향의 법조계, 시민단체, 학계 인사들에게 손을 벌여 '준법경영 감시자'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준법경영의 '진정성'을 진보인사들로부터 검증받겠다는 삼성의 의도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삼성 바꾸고, 이재용 부회장 살릴 '묘수'될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은 지난해 10월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재판부의 주문이 계기가 됐다. 형사1부 재판부는 이 공판에서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를 다음 공판(오는 17일)까지 마련하라"고 주문을 했던 것.

삼성은 이에 따라 준법감사위원회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김지형 전대법권 등 진보 법조인에게 위원장 수락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제안이 왔을 때 처음엔 거절했다. 삼성의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그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재판에서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기위한 면피용이 아니냐고 의심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을 만나고서 활동에 참여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김 위원장은 “준법경영은 삼성을 넘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라며 “삼성의 변화는 기업 전반, 나아가 사회 변화로 이어질 것이고 (준법감시위가) 서로 소통하고 화해하는 채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이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준법감시위를) 하지 않는다면 변하는 게 없다”면서 “아무것도 안하기보단 실패하더라도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 혼자나 위원회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와 사회가 함께 걸어갈 길”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성향 원로 법조인이 참여를 결심한데는 이재용 부회장과의 면담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가 감시위원회 활동의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봤다.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그 부분에 거듭 다짐과 확답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강조했다.

일단 삼성의 '준법경영'에 대한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는 확고해보인다. 자신과 삼성 내부의 힘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 보수인사를 아예 배제하고, 진보인사로 감시 기구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중 한명으로 내정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중 한명으로 내정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삼성, 약속 지키지 못하면 '자충수' 될 수도 

그러나 순탄하게 사태가 풀려가리라는 보장이 없다.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위원회에 참여한 위원들의 결의가 예사롭지 않다.

위원회는 삼성 7개 계열사 이사회의 의결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미리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시정과 제재를 권고하는 경영 투명성에 초첨을 맞춘다. 필요하면 계열사에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위법 사안에 대해 직접조사도 한다. 

"준법감시에는 성역이 없다"는 게 준법감시위원회 생각이다. 대외 후원금이나 하도급·내부거래·부정청탁뿐 아니라 노동과 경영권 승계 문제 등도 예외 없이 감시 대상이다.

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주요 7개 계열사(삼성전자·생명·화재·SDI·전기·SDS)와 협약식을 맺어 준법감시 활동을 보장받고,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김 위원장의 간곡한 부탁에 고심 끝에 참여했다는 고계현 준법감시위원은 "위원회의 권한과 요구(독립성·자율성·자료요청·권고·시정·제재 등)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준법감시위원회가 존치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제실천민주연합(경실련) 정책실장, 사무총장을 지냈던 고 위원은, 특히 경실련 사무총장을 최장수 역임하면서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지배구조, 경영권 승계, 노사관계 문제에 실증적 연구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던 인물이다.   

고 위원은 <오피니언뉴스>와 통화에서 “삼성의 변화 여부는 삼성의 의지 문제”라며 “위원회는 (삼성이) 변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역할을 충실해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위원 구성을 보면 사회적 지위와 명예 등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은 분들”이라며 “위원회의 권한이 (협약서에) 명시됨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요구사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저를 포함해 언제든지 그만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해 위원회가 해체된다면 삼성도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나 위원회의 요구사안을 삼성이 수용하지 않으면 이를 외부에 공표하도록 돼 있다”며 “만약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 삼성이 사회적 시선을 이겨낼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삼성이 안게될 부담은 상상이상일 수 있다.

◆삼성노조 등 노동계는 "꼼수"라고 하는데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원회가 애초부터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권한에 강제성이 없고, 계열사에서 주는 내부 자료만 갖고 감시하는데 제대로 견제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의구심이 드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2006년 삼성 X(엑스) 파일 사건이후 보인 삼성의 공언(空言)과 무관치 않다. 당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고,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또 2년 뒤인 2008년에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이건희 회장이 퇴진하고 그룹 전략기획실을 해체했다. 하지만 결국 이름만 미래전략실로 바꿔서 부활했으며, 이 회장도 경영에 복귀했다.

즉, 삼성의 전례를 보면 ‘정말 변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감시위 설치가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되어선 안된다"며 "삼성은 법적 권한이나 책임이 없는 감시위 대신,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법적 기구인 이사회의 둑립성, 투명성 강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지형 위원장이 유성기업 노사분쟁 관련 4건의 사건에서 사측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계도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금속노조 유성기지회는 입장서를 통해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변호사는 유성기업 사건에서 어용노조 설립이 유효하고, 직장폐쇄와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며 “김지형 변호사를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삼성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일각에서 준법감시위가 현재 재판중인 노조와해 사건, 증거인멸 사건, 이 부회장의 뇌물사건 등 이미 발생한 행위에 대한 조치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준법감시위가 삼성 경영시스템의 미래 대안을 찾으려는 게 또다른 목적인 만큼, 과거 사례를 조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삼성은 독립적인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지켜보고 있다. 일단 위원회 출범에 대해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부의 평가가 주목된다. 재판부 요청을 삼성이 적극 수용했다는 평가, 진보인사로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함으로서 실효성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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