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톡톡히 거둔 추미애 효과,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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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톡톡히 거둔 추미애 효과,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20.01.09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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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법
연말까지 검찰개혁 논란안돼...경제·미래 담론 얘기하자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어느 정도냐’에 대해선 엇갈렸지만 그 자체에 대해선 예견됐던 검사장급 인사가 단행됐다.

‘속이 시원한 인사’와 ‘학살’로 평이 엇갈린다. 그런데 이번 인사 과정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노련함과 뚝심이 돋보였다. 인사 다음 날인 9일 법사위에서는 야당 의원들과 추 장관의 ‘역량 차이’가 현격하게 드러났다.

야당 의원들은 주로 절차적 문제를 물고 늘어졌지만 추 장관은 조목 조목 반박했고 공방은 길게 가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며칠 전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검찰 인사에 대한 청와대와 추 장관의 갈등설이 불거진 것도 나쁘지 않았다. 추 장관의 장악력과 이티셔티브가 부각되는 동시에 청와대와 이번 검사장급 인사의 거리두기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검사장급 인사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같은 일이라도 힘 있게 끌고 가는 것과 어영부영 좌고우면 하면서 잡음을 생산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기대했던 ‘추미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 다음날인 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 검찰 인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 다음날인 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 검찰 인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

추미애 효과 있지만, 공정·균형 인사인지 의문도

하지만 이런 것은 사실 기술적인 부분이다. 본질은 아니다.

이번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법무부는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에서 벗어나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던 일선의 우수 검사들을 적극 중용하였음”이라면서 “특정 인맥, 출신, 기수에 편중되지 않고 인권친화적 자세, 검찰개혁 의지 등 직무 자질을 기준으로 공정하고 균형있게 평가함으로써 인사의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였음”이라고 자평했다.

밀려난 사람들을 본다면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에서 벗어나”는 맞는 말이다. 윤석열 총장 주변에는 온통 특수통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청와대, 여당은 검찰의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그건 불과 6개월 전 윤석열 사단을 포진시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특수 검사 천하’에 대한 우려는 개혁에 대한 저항 정도로 치부됐다. 지금 참여정부 특감반장 출신 두 사람이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보임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법무부 보도자료의 “인권친화적 자세, 검찰개혁 의지 등 직무 자질을 기준으로 공정하고 균형있게 평가”라는 대목의 행간을 읽어야 하나?

이번에 새삼 강조되고 있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인사권이야 말로 국정 철학을 구현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을 수 있는 핵심권한이다. 하지만 누굴 내보내고 누굴 들이는 인사권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인사를 통해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하지만 인사권 행사에선 논리적 정합성, 전략, 예측가능성이 드러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6개월 전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후 검찰 인사와 이번 인사를 같이 놓고 보면 공통점이 있긴 하다. 당시 특수통 전면 포진에 가리워져 큰 주목을 못 받았지만 현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동부지검 수뇌부가 상당한 불이익을 받았었다. 그리고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특수 등 직접 수사 축소 형사부 강화, 경찰 개혁 병행의 논리를 정리해 설파하던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은 ‘진천 연수원 교수’로 발령났다.

검찰개혁 빨리 마무리 짓고 국정 안정시켜야

어쨌든, 인사는 났다. 이제 차, 부장급 인사가 단행될 것이고 총선 이후에는 공수처장, 차장 인사를 놓고 말이 많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가 출범한 후엔 공-검 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연말일 것이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검찰에 대한 이야기가 덜 나오는게 검찰개혁이다. 그 방향을 향해 가야 한다. 경제 이야기 혹은 미래 이야기에 국민들 관심이 흘러가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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