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AI 경쟁력...뛰는 선진국 vs 걸어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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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AI 경쟁력...뛰는 선진국 vs 걸어가는 한국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1.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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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제시되면서 지난 4년 간 ‘4차 산업혁명’은 대한민국의 경제, 산업 패러다임을 완전히 지배했다.

디지털에 기반한 공간과 현실 경계가 무너지며 기술과 산업이 새롭게 융합된다는 식의 모호한 설명에 우리가 빠져있는 동안 글로벌 선진국은 2010년 이후 인공지능(AI)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산업을 재편해 나갔다.

4차 산업혁명이 단순 슬로건을 넘어 국내에서 붐을 일으키자 상당수 기업의 CEO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대다수 대학은 큰일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과 OOO’와 같은 교과목을 급히 추가해 나갔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한 용어만 남발하며 우리는 중요한 경제 체질의 타이밍을 놓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시대적 과제, 트렌드로 부각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진지한 고민 없이 유행어처럼 용어를 사용하다 보니 4차 산업혁명은 과거 박근혜 정부가 내건 창조경제의 전철을 밟아 나갔다. 과학·산업 경쟁력을 주도하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4차 산업혁명을 국가의 좌우명처럼 간주하는 나라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실체가 모호한 용어에 빠져 있는 동안 해외 선진국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라는 키워드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학문적 권위를 위해 단과대학을 즉흥적으로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MIT는 AI를 위해 새로운 단과대학까지 만들어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초격차 우려, 선진국과 한국의 AI 경쟁력

우리는 실체가 모호한 키워드를 남발하며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환상에 그 동안 젖어 있었다. 4차 산업혁명 → 클라우드·블록체인 → 빅데이터·사물인터넷 → 인공지능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국가적 관점의 과학기술 비전을 수립하지 못하고 방황했으며, 결과적으로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하며 시간을 소진했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국가의 미래 비전을 AI로 일찌감치 확정했다. 

예를 들어 MIT는 이공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학생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미래의 언어’로 AI를 규정했다. 한국이 암호화폐 열풍을 겪으며 주의가 분산되었던 2017년에 중국은 처음으로 AI 기술력에서 우리를 앞서 나갔다. 전 세계 벤처 열풍이 AI에 집중되며 유망 AI 벤처기업의 절반이 미국에서 쏟아지는 동안 국내는 여전히 ICT(정보통신기술)라는 울타리에만 머물러 있었다. 

한국이 AI에 뒤처진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AI에 대해 지나치게 학문적 장벽을 세운 학계의 탓이 크다. 미국 및 유럽은 이미 다양한 학제간 융합 연구를 통해 ▲AI와 인간의 심리 ▲AI와 사회구조 변화 등 인문사회 관점에서도 AI를 연구하고 있지만 국내는 ‘전공적합도’라는 이유로 융합 연구성과를 지나치게 폄하해 AI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배제해 왔다. 

둘째, AI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진행되지 못했다. LG경제연구원이 2018년 국내 노동 시장의 일자리 43%가 AI에 의해 대체된다고 보고하면서 AI와 윤리의식, AI와 인간정신의 소외 등 철학적 논제가 지나치게 부각됐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은 AI 열풍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해왔고 중요한 타이밍의 순간을 중국에 내주는 악수(惡手)를 거듭했다. 

셋째,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가 AI 발전과 성장의 걸림돌이 됐다. 지난달 17일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선포했음에도 데이터에 대한 이용 규제로 인해 여전히 국내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AI의 핵심이 되는 수학 영역의 행렬, 기하, 벡터를 수능시험에서 배제하는 등 국가전략과 상충되는 방향으로 AI 기초체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 

많은 선진국들은 AI를 미래 국가비전으로 정하고 이에 전력투구하는 동안 한국은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추격자에서 AI 선도자가 되려면 

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쑥 들어가고 민망하게도 우리는 또 다시 다른 나라들의 과학기술 비전을 따라 AI 강국이 되기 위해 뒤늦게 해당 분야의 기술력, 인재 확보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AI 추격자에서 선도자 반열에 들어서려면 국가, 기업, 대학이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 AI 교육과 투자, 인프라 조성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적 관점에서 실행해야 할 과제는 AI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 영국, 독일 등이 AI 우수 인재를 독점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된 특성은 국가 차원의 AI 비전 수립 및 과감한 규제 해제로 요약된다. 한국의 데이터 활용은 현재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처져 있다. ‘데이터 3법 개정안’ 처리가 하루속히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의 관점에선 AI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각각의 산업에 맞게 수립, 인재 확보와 투자의 일관성을 기해야 한다. AI 분야의 우수 인재가 지난달 필자에게 “한국의 경영자는 AI의 본질이나 응용범위에 관해 모른다”라는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AI 영역의 인재 확보는 절대 쉽지 않다. AI에 대해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고찰해야 한다. 

대학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인문사회 학문에서는 AI 시대에도 생존, 성장할 수 있도록 인재의 창의적 사고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이공계는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과 함께 탄탄한 수학 능력을 기초부터 가르쳐야 한다. 수학과 프로그래밍,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인재는 AI에게 급격히 대체될 것이다.

AI는 교육 영역뿐만 아니라 ICT, 생활 가전, 의료, 자동차, 미디어 콘텐츠 등 전방위에 걸쳐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AI라는 첨단기술이 우리 산업계와 학계에 재앙이 될지, 축복이 될지는 우리의 노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에 의존하는 AI 수입국이 아닌 AI 수출국이 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모두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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