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호주 산불...동물 5억마리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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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호주 산불...동물 5억마리 죽었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07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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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4명 사망...환경 피해 천문학적 규모
코알라 서식지 유칼립투스 숲 영구 훼손 우려
관광·소비 부문 직격탄...보험 청구 금액 미화 7억달러 넘어설 듯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호주 산불 사태로 인해 막대한 인적·경제적·환경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호주 산불 사태로 인해 막대한 인적·경제적·환경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호주 남동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거대한 산불이 여전히 맹렬한 기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호주의 피해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최소 2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경제적·환경적 피해도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망자 최소 24명..동물 5억마리 죽어

'역대 최악' 수준이라는 이번 호주의 산불은 인적·경제적·환경적으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안기고 있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해를 넘기면서까지 꺼지지 않고 계속 되고 있는 이번 산불로 사망한 사람은 소방관을 포함해 최소 24명이며, 5억마리의 동물이 죽고, 수천명이 대피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호주는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곳 중 가장 건조한 곳으로 연 평균 강수량이 500mm 미만인데, 특히 최근 몇년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극도로 건조해졌고, 이로 인해 화재에 더욱 취약한 환경이 조성됐다. 여기에 시속 30K~40km의 강풍까지 더해지면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까지 지속돼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각) "수천 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드넓은 농경지, 포도원, 과수원, 곡식 작물, 가축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환경 피해 막대...호주 정부 기후정책도 논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호주의 거센 산불로 인한 인적·경제적 피해도 상당하지만, 전 세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환경적 피해가 어느 정도에 이를지 여부다.

이미 지난해 9월 이후 코알라와 캥거루를 비롯한 동물 5억마리가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된데다, 코알라의 주 서식지이자, 호주의 대표적인 숲인 유칼립투스 숲이 상당부분 손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숲이 영구히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산림 생태학자인 토머스 페어러는 "유칼립투스 숲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화재에서 원 상태로 복구되는데 20년 정도 소요되는데, 10년에 두번 혹은 그 이상 등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심각한 화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회복력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14년 사이에 호주에서 반복된 화재로 인해 일부 유칼립투스 숲과 다른 종들은 이미 붕괴된 상태다. 

화재로 인한 탄소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닐 안델라 연구원은 "8월부터 12월31일까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서만 호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에 가까운 2억6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9년 발생한 화재의 경우 과거에 비해 극심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수치 역시 큰 불확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태즈매니아 대학의 소방센터 책임자이자 교수인 데이비드 보우먼은 "화재는 지구 기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이번 산불로 인해 호주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한 논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 전문가들은 호주의 반복되는 산불이 기후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스콧 모리슨 호주 청리는 호주의 석탄산업을 강력히 지지해왔다. 호주의 석탄 산업은 전세계 석탄 수출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고, 호주 시민들에게도 상당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모리슨 총리가 어떠한 정책 변화 시그널도 보내지 않고 있으며, 화재 대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바사네스 베타쉐어스 이코노미스트는 "기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번 산불이 호주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후 변화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징후들이 우리의 삶을 강타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22일 호주의 한 소방관이 산불 속에서 구조한 코알라에게 물을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22일 호주의 한 소방관이 산불 속에서 구조한 코알라에게 물을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광 타격에 경제적 피해도 우려

"우리 땅만 불탄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도 불 타버렸다"

환경적 피해와 함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경제적 피해다. 

CNBC는 베타쉐어스 캐피털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바사네스의 말을 인용, "호주 전역에 산불이 확산되면서 특히 관광업과 소비 분야에서의 경제성장이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사네스 이코노미스트는 "매크로적인 관점에서 산불은 소비자 신뢰지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유하고 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지만, 최근 계속되는 산불로 인해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호주의 '9뉴스'는 레이크 엔트런스의 한 상점을 소개하며, "성수기에 하루 평균 1000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요즘에는 24달러만 팔아도 그 날은 운이 좋은 날"이라고 보도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현재 여름 시즌에 접어들었는데, 호주의 여름방학 기간은 현지 관광 인기 지역에서는 성수기로 통한다. 일부 언론은 단기적으로 수억달러(약 수천억원) 규모의 피해가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해리슨 호주 관광청장은 "많은 관광지들이 산불의 영향을 받았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여행 계획에 영향을 미쳤지만, 현 단계에서는 그 산불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완전한 영향을 계량화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언급했다.

산불 피해에 따른 보험업계의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디언즈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현재까지 8500건의 보상 청구가 접수됐으며, 금액은 총 7억 미국달러(약 815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조쉬 프라이덴버그 호주 재무부장관은 "전체 보상 청구 건수 중 현재 20% 정도가 평가 과정을 밟고 있으며, 그 20% 중 절반 가량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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