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갈등고조에 수급은 반전?...국제유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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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갈등고조에 수급은 반전?...국제유가 어떻게 될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06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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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촉각
추가 급등 가능성 '제한적'...유가, 최악 시나리오 이미 반영
미중 합의·OPEC+ 감산유지로 수급변화...작년9월 사우디 피격 당시와 달라
4일(현지시각)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 있는 시아파 성지에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와 시아파 민병대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의 시신 운구 행사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 있는 시아파 성지에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와 시아파 이라크 친이란민병대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의 시신을 운구하는 장례 행사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중동발 악재가 국제유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지역에서 원활한 석유 공급을 방해할 수 있는 분쟁이 발생하자 국제유가 역시 요동치는 모습이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의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움직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대비 배럴당 3.1%(1.87달러) 오른 63.05달러에 거래를 마감, 지난해 5월이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전일대비 2.35달러(3.55%) 오른 배럴당 68.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촉각

미국의 이란 공습을 둘러싸고 온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라크는 현재 석유수출기구(OPEC)중 두번째로 생산량이 많은 산유국으로, 하루 465만배럴을 생산한다. 이라크와 인접해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란 등의 생산량을 모두 합치면 하루 1500만배럴에 달하는데, 이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의 좁은 수로를 통과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사우디 양안중에 이란쪽 수로가 깊어서 유조선 통과수역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란이 전쟁 발발시 봉쇄하겠다고 거듭 위협한 곳이기도 하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고조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석유 통로가 막힌다. 이 지역에서 석유를 공급받는 국가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6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choke point)로 여겨진다"며 "특히 이 지역을 통과하는 석유의 양은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의 거의 두배에 달하기 때문에 이란이 이 수로를 봉쇄할 경우 세계 경제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를 생산하는 유전 모습. 사진= 연합뉴스

유가, 추가 급등은 어려울 듯...이미 최악 상황 반영

예상치 못한 중동발 악재로 인해 국제유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유가가 추가로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유가가 꽤 오른데다, 현재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부다비 소재 마나르 그룹의 자파르 알타이는 "석유시장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리스크는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배럴당 70달러 수준의 가격은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하루 570만배럴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생산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유가가 일시적으로 15%나 치솟았으나 2주내 생산설비가 정비됐다. 치솟았던 유가 역시 드론 공격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진정된 바 있다. 

석유소비국들, 지정학적 리스크에 중동 의존도 많이 낮춘 상태

특히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 등 중동산 석유를 공급받던 국가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해 중동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비즈니스는 "미국은 현재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많이 낮춘 상태"라며 "미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은 10월 기준 하루 67만1000배럴 수준인데, 이는 10년전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20년전에 비하면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만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 하더라도, 중동 의존도를 많이 낮춘 미국이 받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역시 중동 의존도를 상당폭 낮춘 상황이다.  

하루 약 500만배럴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량의 70% 이상이 아시아 지역으로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S&P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일본과 인도, 한국 등 주요 소비국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해 지난 1년동안 북미산 원유 공급원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설비가 드론에 의해 공격을 받자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두프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 "실제 석유량이 손실된 것도 없고, 전체 시장 공급도 문제가 없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상당한 여분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것은 큰 문제인 만큼, 시장은 이란의 반응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과는 상황 다르다...유가 변동성 대비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생산시설 타격 이후 유가가 빠르게 안정됐던 지난 9월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반다 인사이츠의 설립자인 반다나 하리는 "모든 뉴스의 헤드라인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가리키고 있다"며 "유가는 급등할 준비가 이미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일(현지시각) 유가의 변동성은 거의 9%에 달해, 한달 만에 최고치로 오르기도 했다. 

CNBC는 유라시아 그룹 정치리스크컨설팅 애널리스트들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선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라크 남부 유전으로 공습이 확산되거나 이란산 상업 선박에 대한 압박이 심화될 경우 80달러선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미·중 1단계 무역 협정이 체결되면서 석유 수요가 기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반면, OPEC 및 OPEC+(플러스)의 감산 협약으로 인해 공급이 다소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석유시장의 이같은 환경은 궁극적으로 유가가 지난해 9월에 비해 더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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