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의 이란 이란] 이란-미국 긴장사태, 예상되는 전개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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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의 이란 이란] 이란-미국 긴장사태, 예상되는 전개 방향은?
  • 김 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
  • 승인 2020.01.0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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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군지도자 공격살인은 유엔법 위반
이란내 중도층으로도 반미감정 확산일로
이란, 전면전 대신 걸프지역내 미군시설 공습가능성
평화 열망했던 이란 국민들, 이번 사태로 또다시 좌절
김혁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김혁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김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인 이란 핵협정 탈퇴 및 對 이란 제재 부활이후 일방적인 이란 압박정책을 펴오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 지난해 중동 지역내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 근거 없는 이란배후설로 일관해오더니,  결국에는 한 국가의 정규 군수뇌부 수장을 국제사회와 일말의 사전협의도 없이 공격했다.

이란의 공식명칭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다. 이슬람 법학자 통치론을 바탕으로 최고 지도자가 통치하는 이슬람 체제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국회 그리고 최고지도자를 선출, 임명하는 기관인 전문가 회의체 구성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구조이다.

대선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국민 신망 높았던 이란 군부실세

이번 미국의 폭격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머니 소장은 최고지도자 산하 혁명수비대(IRGC) 정예군인 코드스군 사령관이자 이란을 대표하는 군부 최고 실세이다. 특히 시리아 내전과 IS 소탕작전에 공로를 세우는 등 주로 이란 자국의 영토 수호보다는 해외 주변지역에서 군사작전을 담당했다. '전장의 영웅'으로 불리던 그는 이란 국민들로부터 큰 신임을 얻어 지난 대선때마다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명망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운데)가 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거셈 솔레이마니 코드스군 사령관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운데)가 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거셈 솔레이마니 코드스군 사령관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미국인 사전보호차원서 적대국 정규군 군사령관 제거" 

이번에 거셈 솔레이머니 소장을 공격한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오바마 행정부의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 사건과 IS 지도자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 등과 유사하게 치부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최소한 지켜야할 기본마저도 무시한 처사다. 

인구 8천만을 보유하고 있는 한 국가의 정부 핵심인사를 미국인의 안전을 사전 예방한다는 이유로 자신들만의 판단으로 살해한 것이다. 유엔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솔레이머니 소장과 함께 이동을 하던 아부 메흐디 알무한디스 PMF(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부사령관 겸 카타이브-헤즈볼라 창설자도 미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특히 이번 미군의 군사작전은 바그다드 공항이라는 이라크 핵심 주요시설 인근에서 감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이라크 정부에 어떠한 사전 공지도 없이 감행됐다.

이라크 정부를 무시하고 이라크 영토에서 이라크인을 미군이 군사작전으로 살해한 것이다. 심지어 PMF는 이라크의 국방과 치안을 담당하고 있으며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고 계급을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이라크의 정규군 조직이다.

솔레이머니 사령관 사망 후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미군의 공습에 대한 가혹한 보복을 경고했다. 호세인 데흐건 최고 지도자 군사 수석보좌관도 CNN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군의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한 군사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도 이란이 보복하면 즉각 이란을 공격하겠다며 맞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어서, 향후 전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공습 암살에 항의하는 반미 시위 도중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공습 암살에 항의하는 반미 시위 도중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현 시점에서 이란의 첫 대응이 향후 사태전개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헤란 현지시각으로 5일 오전(한국시간 5일 오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시신이 이란 남서부 도시인 아흐바즈를 거쳐 도착한 후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시아파 성지인 마슈하드로 옮겨져 장례식이 거행됐다.

6일에는 수도인 테헤란과 종교도시인 콤에서 대규모 장례행사가 거행될 예정이다. 테헤란에서 거행될 장례식 행사를 위해서 6일 테헤란에는 임시휴일이 선포됐다.

본격적 대응나설 이란, 대미 전면전은 펴지 않을 듯

솔레이머니 사령관이 고향인 케르만에 7일 안장되는 추모일정을 고려하면 이란의 공식적인 대응시점은 테헤란 추모집회 이후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을 놓고 ▲미군의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군 실세를 잃게 된 이란 내부의 혼란 ▲군사적 보복에 대해서 초강수 맞불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그리고 ▲미군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 ▲이란에 우호적인 여론 등 관련 요소들에 대한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란내에서는 솔레이머니 사령관 피살후 주로 보수층에 의해 주도되어왔던 반미감정이 젊은층을 포함한 중도층까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긴 하나 미국과의 전면전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두려움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자칫하면 지난 2년간 미국의 경제제재에 간간히 버티어 오던 민간경제가 전면전 확대시 급격히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솔레이머니 사령관 암살에 대한 복수는 시아파 초승달 지역으로 불리는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지역 또는 GCC(걸프협력회의) 국가내 미군시설에 대해서 친이란 군사조직을 활용한 군사적 행동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민간인 또는 미국인 사망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 여론이 급격히 반전돼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어 무인시설에 대한 타격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 유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대외정책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기 위해 핵무기 보유를 위한 활동재개 등과 같은 조치로 트럼프의 재선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여론전 형태도 예상된다.

미국이 드론공격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소장을 제거한 이후 미국 뉴욕에서는 시민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도발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이 드론공격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소장을 제거한 이후 미국 뉴욕에서는 시민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도발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 EPA/연합뉴스

가장 최악의 상황은 이란정부의 대응에 대해 미국이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한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이란 영토내에서의 분쟁이 아닌 예상치 못한 참혹한 국제사회의 분쟁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핵협정 체결 당시 평화 염원했던 이란 국민들 '가장 큰 피해자' 

이번 미군의 이란 군수뇌부 수장 공격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자가 지난 2016년 1월 다자주의 원칙에 입각한 외교적 대화를 통해 극적으로 타결된 이란핵협정 소식에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던 8천만 이란 국민들이라는 점이 향후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대감에 대한 트럼프의 배신과 이란 정부의 강경 대응이 현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지구촌 인류 모두가 전쟁이 아닌 '평화'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목소리를 높여 긴장악화를 막아야 할 시점이다.  

● 김혁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겸임교수 및 김앤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외대 이란어과, 이란 테헤란대학교 역사학과 대학원(이슬람 이전 고대사 전공)을 졸업했다. 2012~2016년까지 LG전자 이란법인 TV담당 주재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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