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이보다 더 리얼할 수 없다...이혼과정 다룬 '결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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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이보다 더 리얼할 수 없다...이혼과정 다룬 '결혼이야기'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1.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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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골든 글로브 시상식 6개부문 후보에 올라...평론가들, 수상가능성 높게 예상
연출자와 배우로 만난 완벽한 커플...그러나 그들에게도 결혼의 위기가 찾아온다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경험이 녹아든 영화...실제 사례들을 투영한 리얼 무비
사진=IMDb
한때는 완벽한 커플이었던 두 사람.그러나...사진=IMDb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난 매일 눈뜰 때마다 당신이 죽길 바라!
헨리만 괜찮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신이 병에 걸려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다고!

 

사람이 미우면 그럴 수도 있다. 친구 하나는 예전에 소리 안나는 총이 있으면 혼내주고 싶은 보스가 있었다고 했다. 갈등이 극에 달하면 '어디, 너 잘되나 보자'며 친구 뒤통수에 악담을 퍼붇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이혼을 앞둔 부인에게 남편이 한 말이다. 그리고나서 남편은 
아내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만다.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이다. 

제목은 '결혼이야기'. 그러나 행복한 결혼생활은 그들이 써내려간 글과 대화 속에서나 엿볼 수 있을 뿐. 제목과 다르게 이 영화는 이혼 이야기다.

 

LA여자와 뉴욕 남자. 한때는 가장 가까운 존재였으나 이젠 그들이 따로 사는 도시만큼 멀어져 버린 부부. 사진=IMDb
LA 여자와 뉴욕 남자. 한때는 가장 가까운 존재였으나 이젠 그들이 따로 사는 도시만큼 멀어져 버린 부부. 사진=IMDb

 

완벽했던 커플 그러나 서서히 금이 가고 무너지다
영화는 그들이 서로에 대해 생각하며 써내려간 글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찰리(아담 드라이버)에게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선물을 잘 고르고, 힘이 세서 병뚜껑도 가뿐히 따고, 수동 자동차도 운전할 줄 아는 멋진 아내다. 니콜에게 찰리는 영화를 보면 잘 울고, 뭐든 혼자 잘해서 양말깁기, 요리, 셔츠 다림질도 잘하는 남편, 지는 걸 싫어하지만 아내의 감정을 서서히 받아들여 감정조절을 못해도 자괴감을 주지않는 멋진 남편이다.

LA 여자가 뉴욕 남자를 만났다. 니콜은 뉴욕에서 만난 연극 연출가 찰리와 사랑에 빠진다. LA에서 TV드라마 배우로 어느 정도 미래가 보장됐던 니콜은 결혼 후 뉴욕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찰리의 실험적인 연극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호평을 받는다. 그러나 니콜은 드라마 배우로서의 자신의 커리어가 중단되고 고향을 떠나 온 것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깊어지는데 반면 남편 찰리는 승승장구하며 촉망받는 연출자로 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니콜은 남편의 이메일에서 남편이 외도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되고 마침 LA로부터 캐스팅 콜을 받게되자 자연스레 이혼을 결심하고 LA로 떠난다. 아직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찰리는 아내가 데리고 간 아들 헨리를 보러 LA로 간다. 장모와 처형과도 평소와 다름없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지만 니콜은 소송 서류를 그에게 내민다. 그리고 변호사를 구할 것을 충고한다. 재산 보다는 양육권이 쟁점인 두 사람은 결국 소송을 선택하고 재판 중 서로의 치명적 약점이 변호사들의 입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고...

배신감으로 충격을 받고 무의미한 폭로전으로 상처를 받는 것은 결국 니콜과 찰리. 마침내 소송은 끝이났고 둘은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면접교섭권을 인정받아 주말에 아들을 만나러온 찰리. 니콜이 썼던, 그러나 그에게는 끝끝내 들려주지 않았던 글을 우연히 발견하자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눈물 짓는다.

 

난 그를 본 지 2초만에 사랑에 빠졌다.
난 평생 그를 사랑할거다.
이젠 말이 안되긴 하지만.


 

영화의 클라이막스 장면. 서로의 감정이 폭발하여 격렬히 싸우는 장면. 아내 니콜에게 저주를 퍼붇고나서 무너져 버린 찰리. 사진=넷플릭스
영화의 클라이막스 장면. 서로의 감정이 폭발하여 격렬히 싸우는 장면. 아내 니콜에게 저주를 퍼붇고나서 무너져 버린 찰리. 사진=넷플릭스

 

세상, 그 무대 위의 두 사람
니콜과 찰리의 감정선을 연기하는 두 배우의 연기는 뛰어나다. 특히 영화는 마치 찰리가 극을 연출하듯, 연극의 형식을 빌어왔다. 장면마다 배우들이 마치 무대를 들락날락하듯 동선을 짜고 관객들이 그들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촬영의 배경이 되는 공간에도 연극적 요소가 적용되어  찰리와 니콜의 아파트에 '프로시니엄 아치(proscenium arch)'가 장치로 쓰였다. 프로시니엄 아치란 극장에서 객석과 무대를 구분짓는 건축물. 등장 인물은 무대 뒤에서 무대 앞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부엌으로 연결된 방과 거실을 움직인다. 

니콜 어머니의 집, 이혼 변호사 노라 (로라 던)의 사무실  역시 그들의 무대처럼 꾸며졌다. 처음엔 앵글 안에 로라와 니콜을 보여주지만 노라는 카메라 앵글 밖으로 사라지고, 무대에서 연기하듯 니콜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신의 결혼생활을 담담히 때로는 격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카메라는 클로즈 업으로 몇 분간 움직이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마치 관객들이 그녀와 직접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가장 강렬한 장면은 찰리가 어렵게 구한 LA의 작은 아파트에서 둘이 싸우는 장면. 니콜과 찰리는 마치 무대 위의 배우들처럼 걸어 다니며 대사를 주고받는다. 신들린 편집이나 화려한 카메라 워크 보다 배우에 집중하는 클로즈업으로 그들의 섬세한 떨림을 앵글에 담았다. 

무대 위의 두 사람은 그렇지만 무대를 벗어나면 여전히 서로를 챙긴다. 이혼 조정을 위한 미팅에서 니콜은 메뉴 결정을 못하는 찰리의 점심 메뉴를 골라주고, 찰리의 머리를 잘라주고, 찰리는 니콜의 어머니 집의 현관문을 고쳐준다. 마치 세상이란 무대에서는 결혼이란 계약을 맺고 역할에 맞춰 연기하듯 살아가지만 그 무대를 내려왔을 때 감정은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IMDb
노아 바움백 감독( 맨 왼쪽)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든 영화. 사진=IMDb

 

바움백 감독과 배우들의 실제 경험이 녹아든 스토리

영화는  '리빙 라스베가스', '헤이트풀 8' 에 출연한 개성파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와 이혼과정을 겪은 노아 바움백 감독의 개인 경험을 토대로 했다. 둘은 2013년 이혼했다. 또한 대본이 완성되기 전에 캐스팅된 찰리 역의 아담 드라이버, 니콜 역의 스칼렛 요한슨, 노라 변호사 역의 로라 던은 대본 작성 과정에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스칼렛 요한슨,  로라 던은 모두 이혼을 겪었고 아담 드라이버는 이혼한 부모에게서 자랐다.

또한 바움백 감독은 실제 이혼 변호사들과 접촉하여 이혼 과정의 리얼리티를 충분히 담아냈다. 대본에 대해 토론하고 이혼 변호사들에게 니콜과 찰리가 서로의 약점을 어떻게 공격할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를 했다고.

특히 극중 노라 (로라 던)의 대사를 통해 이혼을 결심한 여성이 남성과 다른 엄격한 기준이 사회 통념에서 요구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우리의 유대교와 기독교 뿌리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라는 완벽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마리아는 동정녀로 아이를 잉태했고 꿋꿋하게 자식을 부양했으며 죽을 때는 시체도 끌어안고 있었죠.근데 아빠는 없었어요.하느님은 천국에 있고 하느님이 아버지고 나타나지 않았죠.[...]
그러니까 당신은 완벽해야하고 찰리는 망치든말든 상관없어요.
항상 당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훨씬 까다롭죠.짜증나지만 현실이 그래요.

 

실제 이혼을 경험했으며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조연상 후보에 오른 로라 던의 연기는 훌륭하다.

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작품상 등 6개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수상이 유력시된다고 평론가들은 전망한다.

극장개봉 후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멀티플렉스 아닌 몇몇 예술관에서 현재 상영중)


◆ 알고보면 더 재밌어요

◇ 극중 찰리가 팀내 동료와 스캔들을 일으킨 것은 '그린버그'(2010)를 찍을 당시 바움백과 그레타 거윅의 관계를 연상시킨다는 견해가 있다. 바움백이 제니퍼 제이슨 리와 각본을 함께 쓰고 제작을 했던 '그린버그'에 그레타 거윅이 캐스팅 되면서 바움백과 거윅은 처음 만났다. 그 후 바움백은 ‘프란시스 하’(2012)를 기획하면서 그레타 거윅을 다시 캐스팅했으며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공개적으로는 '프란시스 하'를 찍으면서 사귄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린버그' 때부터 사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바움백은 이혼 후 거윅과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처음에는 감독과 뮤즈 관계였지만, 지금은 그레타 거윅도 스타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윅은 각본과 감독을 맡은 ‘레이디 버드’(2018)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신인 감독으로 떠올랐다. 국내 개봉예정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명작 ‘작은 아씨들’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는데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메릴 스트립, 로라 던 등 정상급 배우진의 캐스팅으로 촬영전부터 주목받았다. '작은 아씨들’은 제 77회 골든글로브 여우 주연상, 음악상 후보에 올라있다.
거윅은 '프란시스 하',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에 이어 자신의 세 번째 연출작 ‘바비’의 각본 역시 노아 바움백과 공동 집필할 예정이며 이 영화의 주연으로는 '마고 로비'가 캐스팅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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