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전망] '뉴 노멀' 길 들어선 양국...휴전 선택이후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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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전망] '뉴 노멀' 길 들어선 양국...휴전 선택이후 향방은  
  •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 승인 2020.01.0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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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이전 2단계 협상 성사 어려워"
"미 대선이후 미-중 무역전쟁 방향 정해질 듯"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은 양국이 ‘1단계 합의’를 도출하면서 완화되는 양상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고 현 수준에서 봉합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듯하다.

지난해 12월 1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2월 15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162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9월 1일 이후 부과해온 1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에 대한 15% 관세는 그 절반 수준인 7.5%로 인하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일 이전에 부과한 500억불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는 계속 유지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은 합의는 이 달  양국 대표에 의해 서명되면 한 달 뒤인 2월 께 발효하게 될 예정이다.  

미-중 간의 ‘관세 전쟁’은 이렇게 봉합된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양국 간 상호 무역에 대해서 약 19%~20% 수준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뉴노멀’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의 시작 전인 지난 2017년에는 중국에 대한 수입 관세가 평균 3% 수준이었다면, 2020년 미-중 무역협상의 ‘1단계 합의’가 발효한 이후에는 19% 수준으로 6배 이상 대폭 인상된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은 무역갈등의 핵심인 미국의 관세부과를 유예하는 1단계 합의를 도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은 무역갈등의 핵심인 미국의 관세부과를 유예하는 1단계 합의를 도출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교역량의 약 65%가 대폭 인상된 수입관세의 부과 대상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미국의 중국 경제로부터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는 대부분 중국산 부품·소재 수입에 대해 부과하는 것으로 ‘1단계 합의’가 발효된 이후에도 미국으로 들여오는 중국산 부품·소재의 90%는 인상된 관세가 부과돼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공급망(supply chain)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쟁과는 별도로 첨단기술 분야의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도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미 상무부는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화웨이 및 화웨이 계열사의 반도체 기술을 일부 구매할 수 있도록 수출허가를 승인하면서 다소 완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승인 조치를 통해 미국은 국가안보상 위협이 적은 상업적 제품의 거래를 일부 허용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지만, 아무래도 중국과의 공급망이 차단될 경우 미국 기업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수출을 허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향후에도 제재조치로 인해 미국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는 부분적 수출허가를 통해 조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중 무역갈등을 봉합시킨 ‘1단계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실질적으로 미국이 그동안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불만을 어느 정도까지 해소하는데 기여했는지는 불확실하다. 양측의 공개된 발언 내용을 종합해보면 ‘1단계 합의’는 추가적인 관세 부과의 유예 외에도 환율조작, 지적재산권 보호, 강제적 기술이전, 금융서비스 개방, 농산물 수입을 비롯하여 합의 내용의 이행에 대한 중국의 약속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불만사항인 산업보조금 지급과 국영기업 문제는 다뤄지지 않고 있어 중국의 체제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초 1단계 합의가 서명되고 발효된다 하더라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당장 ‘2단계 협상’에 돌입할 수 없는 처지일 것이며, 한동안은 미국도 1단계 합의의 내용을 중국이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하는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자년 올해도 미-중 통상관계는 사실상 ‘관리 모드’로 돌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통상정책의 향방을 가늠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효영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제통상 전공으로 국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을 거쳐 현재 국립외교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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