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글로벌 CEO]⑧도요타 아키오 CEO, '위기 통해 경쟁력을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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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글로벌 CEO]⑧도요타 아키오 CEO, '위기 통해 경쟁력을 키우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31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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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리콜사태 등 위기속에서 오히려 경쟁력 키워
카이젠 정신으로 끊임없는 개선 위해 도전
일본기업 최초로 매출 30조엔 달성
도요타 아키오 최고경영자(CEO)는 도요타의 기업문화인 카이젠(改善)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요타 아키오 최고경영자(CEO)는 도요타의 기업문화인 카이젠(改善)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일본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 이 회사의 수장인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8년 도요타의 경쟁 상대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을 꼽았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쟁상대로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여기에는 도요타를 정상으로 이끌어온 '카이젠(改善)' 정신이 담겨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카이젠 정신. 

단순한 자동차 업체가 아니라 모든 이동수단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좀 더 편리하게 이끌어가고, 더 나아가 달 탐사를 포함한 기술개발 공헌에 이바지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는 아키오 사장에게서도 역시 카이젠 정신은 엿볼 수 있다.

'비운의 아키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취임 이후 갖은 위기를 겪어야 했던 창업자 3세 경영인이 어떻게 도요타를 정상으로 다시 끌어올리고 이토록 야심찬 포부를 품을 수 있었을까. 

사람 중시하는 도요타 문화...57년간 파업 없어

"사람을 해고하지 않는 것이 경영자의 도리다"

도요타의 실질적인 창업자이자, 아키오 사장의 할아버지인 도요티 키이치로는 이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고 한다. 도요타는 창립시기부터 '사람 중심의 경영'을 강조해왔고, 이는 아키오 사장 역시 강조하는 부분이다. 

지난 5월21일 아키오 사장이 모교인 미국 밥슨 칼리지(Babson College) 졸업 축사로 '자신만의 도넛을 찾아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겨 화제가 된 바 있다. 졸업 축사를 위해 연설대에 오른 아키오 사장은 "지금 졸업생 중에는 졸업 후 취업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 모두에게 도요타 일자리를 주겠다"고 언급, 자리에 참석한 졸업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이제 취업걱정을 덜어냈으니, 인생을 즐기라"는 조언을 덧붙이며 유명한 '도넛' 축사를 남겼다. 자신이 도넛에서 인생의 기쁨을 발견했듯이, 모두들 자신만의 기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에 대한 걱정을 던져버리고, 인생을 즐기라는 그의 조언은 단순히 졸업 축사를 위해 만들어낸 말이 아니다. 그는 도요타 경영에 있어서도 이를 염두에 두고 직원들을 대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 도요타의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도요타 노조는 자발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사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으면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고, 이는 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최근 57년간 단 한 번의 파업이 없어 눈길을 끈다. 오랜 기간 이어온 사람 중심의 경영이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비운의 아키오'...그러나 위기에도 굳건했다

하지만 도요타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운의 아키오'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2009년 아키오 사장 취임 직후 도요타는 갖가지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전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자 도요타는 2009년 영업적자를 냈다. 이는 무려 71년만의 적자였다. 

2010년에는 대량 리콜사태가 터졌다. 도요타 한해 총 판매량의 두 배 가까운 차를 리콜해야만 했다. 당시 아키오 사장은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운의 아키오'에게 닥친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공장 가동이 멈췄고, 같은 해 10월에는 태국 홍수사태로 인해 부품업체 수백 곳이 물에 잠겼다. 젊은 나이에 거대한 회사를 물려받은 3세 후계자에게는 혹독한 환경이었지만, 아키오 회장의 뚝심과 리더십은 위기속에서 빛을 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자, 도요타는 무려 300만대에 달하는 생산과잉 문제에 직면했다. 자동차의 경우 단가가 높아 재고가 발생하면, 자금회전에 문제가 생긴다. 아키오 사장은 전세계 공장의 복잡한 생산라인을 1년만에 모두 줄이고 재배치하며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했다.

1000만대에 달하는 대규모 리콜 사태에 대해서도 아키오 사장은 하나 하나 문제를 개선해갔다. 부품 개발과정에서 책임 권한을 분명히 해 의사소통 오류를 줄였고, 본사 홍보조직을 아키오 사장 직속으로 바꿔 위기시 빠른 대응이 가능케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공장이 피해를 입자 아키오 사장은 "보고서를 올리지 말고, 직접 가서 듣고 바로 처리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해 석달만에 피해를 모두 복구하고 정상화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 발생시 비상 체제를 정비했고, 2016년 구마모토 지진으로 16개 공장 중 15곳 가동이 중단됐을 당시에는 2주만에 전 공장을 재가동시킬 수 있었다.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에게 닥친 수많은 위기를 하나하나 극복하면서 기업체력을 더욱 단련시켰다. 그에게 '비운의 아키오'라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별명을 안겨줬지만, 오히려 끊임없는 혁신의 길로 인도하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아키오 사장은 취임 이후 계속된 위기에도 굳건하게 체력을 단련시켜왔다. 사진=연합뉴스
아키오 사장은 취임 이후 계속된 위기에도 굳건하게 체력을 단련시켜왔다. 사진=연합뉴스

일본기업 최초로 매출 30조엔 달성

도요타가 더욱 단단해졌음은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매출이 30조엔대를 넘어섰다. 연 매출이 30조엔대를 넘어선 것은 일본 기업 가운데 도요타가 처음이다. 

지난 3월 결산 기준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연간 매출은 전년대비 2.9% 많은 30조2256억엔(약320조원)을 기록, 일본 기업으로는 최초로 연 매출 30조엔대를 넘어섰다. 

이미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도요타이지만, 아키오 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위기에서 도요타를 구해낸 도요타의 기업문화 '카이젠 정신'은 지금도 도요타의 정중앙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카이젠은 우리말로 '개선'이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카이젠 정신은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끊임없는 개선을 의미한다. 

'미래'로 눈돌리는 도요타..달 탐사 계획도

지난 10월 열린 '2019 도쿄 모터쇼'에서는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이동성) 솔루션을 선보였는데, e-브룸(broom)이라는 이름의 타고 다니는 빗자루 모양의 이동수단까지 등장했다. 빗자루 모양의 이 이동수단은 바퀴달린 신발을 신고 타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e-브룸은 빗자루라는 재미있는 상상력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벤트 성의 구현이었으나, 꽤 구체적인 이동수단과 솔루션도 많았다. 운전자와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스스로 이동하며 다른 전기차의 무선 충전을 제공하는 'e-차지에어(ChargeAir)', 자율주행 전기 스포츠카인 'e-레이서', 승차공유와 화물운송이 가능한 'e-트랜스', 움직이는 의료차량 'e-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2040년을 목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과 함께 달 기지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 측은 달 표면에서 이동할 수 있는 차를 개발해, 달 표면기지 구축 실현에 기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도요타는 지난 3월 JAXA와 우주 탐사 협업에 합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연료 전지차(FCV)기술을 활용하여 2029년을 목표로 사람에 적합한 기압을 유지한 유인 탑승 탐사선인 '로버(Rover)'라 불리는 탐사 로봇을 달 표면에 발사할 계획이다.

2018 CES 미디어데이에서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자율주행 전기차 e-팔렛트(Palette)를 공개하며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 CES 미디어데이에서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자율주행 전기차 e-팔렛트(Palette)를 공개하며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쟁 기업과 연대' 통한 기술 혁신 노려

도요타는 다양한 회사와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도요타 내부의 기술력을 키우고,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도요타는 최근 스바루, 마쓰다, 스즈키 등 중견 차 회사들의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중견차 업체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에 대해 첨단기술 개발 및 보급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소프트뱅크와 힘을 합쳐 모네테크놀로지라는 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아키오 사장이 덴소의 신임이사로 취임한 것 역시 같은 이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덴소는 당초 도요타에 속해 있다가 분리독립한 회사인데, 현재 도요타는 덴소에 23.7%를 출자한 최대주주다. 도요타와 덴소는 지난해 주요 전자부품 사업을 덴소에 집약하는 것에 합의한 바 있다. 

덴소의 아리마 코우지 사장은 "차세대의 모빌리티 사회를 만들어가는 가운데, (아키오 사장으로부터) 조언을 받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도요타와 덴소, 아이신 정기 등 3곳은 지난해 자동 운전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실시하는 새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했으며, 도요타와 덴소, 소프트뱅크는 미국 배차 대기업인 우버 테크놀로지스의 자동운전개발부문에 공동 출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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