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글로벌 CEO]⑦ 더글라스 맥밀런 월마트 대표, 글로벌 영향력 1위 기업인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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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글로벌 CEO]⑦ 더글라스 맥밀런 월마트 대표, 글로벌 영향력 1위 기업인에 '우뚝'
  • 이상석 기자
  • 승인 2019.12.3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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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만으로 말단 직원에서 최고경영인 자리 올라
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 픽업 등의 전략 돋보여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다양한 전략 실천
더글러스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인(CEO)은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사진=월마트
더글러스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인(CEO)은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사진=월마트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 경제전문지 'CEO월드'가 선정·발표한 '2019년 세계 최고의 CEO(Best CEOs In The World 2019)'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인' 1위는 더글러스 맥밀런 미국 월마트 CEO가 차지했다.

이번 순위는 전 세계 96개국 CEO 1200여명을 대상으로 재임 기간의 경영 실적과 함께 소속 기업의 환경 영향, 지배구조, 사회공헌, 브랜드 가치, 시장점유율, 영향력 등을 종합 평가한 후 총 121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알바생 출신 입사 24년 만에 오직 실력만으로 CEO에 올라

더그 맥밀런은 28개국 총 1만 1718개의 매장을 보유한 월마트에서 실력만으로 말단 직원에서 최고경영인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맥밀런은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내리는 임시직원으로 월마트와 인연을 맺고 보조직으로 입사한 뒤 24년 간 월마트에서 일하며 차근차근 승진해 최고 임원 자리에까지 오른 정직한 실력파다.

1984년 아칸소대학 입학을 앞둔 맥밀런은 월마트의 하계 일자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월마트의 물류 창고에서 트럭 물건을 내리는 하역 임시직으로 처음 월마트와 인연을 맺었다. 1990년 월마트 유통센터 스포츠 용품 구매 보조직으로 입사 후 의류, 식품 등 다방면에서 근무하며 일을 배웠다.

월마트 계열 할인매장인 '샘스클럽'에서 전자, 스포츠 용품, 장난감 등의 관리자로 일했다. 입사후 실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거듭해 2006년 샘스클럽의 영업담당 사장 자리에 올랐다.

맥밀런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샘스클럽에서 하청업체와 관계를 개선하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새로운 상품을 카테고리에 추가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경쟁사 코스트코와 격차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맥밀런은 2009년 월마트의 해외 사업부 대표 자리에 오른다.

월마트는 2009년 15개국에 3300개의 매장을 보유하던 월마트는 맥밀런이 해외 사업부 대표 자리에 오른 지 4년 만에 26개국에 6300개의 매장으로 확장한다.

해외 사업 매출 증가율이 미국 매출 증가율을 웃돈 것을 계기로 맥밀런의 리더십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포츠 용품 구매 보조직으로 입사한지 24년 만인 2014년 2월, 더그 맥밀런은 세계 최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 CEO로 취임한다. 나이 47세로 월마트 역사상 최연소 CEO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피지기 백전백태(知彼知己 百戰百殆) 전략

월마트가 아마존 등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의 무서운 공격에도 실적을 올린 데에는 맥밀런 CEO의 승부사 기질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맥밀런 CEO는 과거와 현재의 혁신을 이끌어낸 기업을 분석을 통해 월마트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이점을 잘 활용했다. 사진=월마트
맥밀런 CEO는 과거와 현재의 혁신을 이끌어낸 기업을 분석을 통해 월마트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이점을 잘 활용했다. 사진=월마트

더그 맥밀런이 월마트의 CEO로 취임한  2014년은 아마존이 창업한지 20년을 맞이한 해였다.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자 월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업체들은 큰 위기감을 느꼈다.

맥밀런은 월마트도 단번에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과거와 현재의 혁신을 이끌어낸 기업들을 분석했다. 폭넓은 상품 카테고리와 고객을 끌어모았던 시어스의 마케팅에 대해 공부했고 시장혁신을 이끄는 아마존에 대해 임원들과 토론했다.

아마존과 시어스를 분석후 빠른 의사결정을 했다. 과거 월마트는 중요한 전략적 선택을 1년에 한 번이나 분기별로 내렸지만 맥밀런 CEO가 취임한 뒤에는 거의 하루 단위로 전략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밀런은 2014년 취임 직후부터 “경쟁사 강점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00억 달러 이상을 전자상거래에 집중 투자했다. 매년 10억 달러 정도를 온라인에 투자해 사이트와 결제 방식, 배송시스템을 대대로 개편했다. 차량 공유 회사 우버와 제휴 관계를 맺었다.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 확장을 위해 전자상거래 중심의 기업들을 인수함과 동시에 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 픽업 등의 전략을 피며 기존에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의 이점을 잘 활용했다.

맥밀론 대표는 부족한 온라인 인프라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M&A)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2016년 저렴한 값에 물건을 판매해 인기를 끌었던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했다.

2017년부터 의류·액세서리 전자상거래업체 모드클로스, 아웃도어 의류업체 무스조, 남성복 기업 보노보스, 여성 속옷 판매업체 베어네세시티 등을 차례로 사들였다.

월마트는 2018년 인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플립카트'의 지분 77%를 160억 달러(약 1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다.

맥밀런 CEO는 적의 강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만드는 동시에 적의 약점을 파고드는 양면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된 신선식품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린 것이다.

소비자 성향에 맞춘 새로운 마케팅 전략 추진

월마트는 낡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매장 리모델링을 시도했다. 약 11억 달러(약 1조 3100억 원)를 들여 미국 5000여 개의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는 동시에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매장을 혁신했다.

월마트는 미국 5000여 개의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는 동시에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매장을 혁신했다. 사진=월마트
월마트는 미국 5000여 개의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는 동시에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매장을 혁신했다. 사진=월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이점인 '고객 경험'을 기존보다 쾌적하고 즐겁게 전달하기 위해 매장 복도의 간격을 넓히고 높았던 매장 선반의 높이를 낮췄다.

기본적인 개선과 함께 온라인과의 결합을 활용한 옴니 채널 서비스를 위해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픽업하는 '픽업 타워'와 '픽업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재고 및 주문 확인, 환불 제품 수거와 같은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넓은 월마트 매장의 특성상 직원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즉각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던 기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앱의 GPS 기술로 도움을 요청하면 직원이 고객 위치로 찾아오게 한다.

월마트는 2017년 2월부터 35달러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이틀안에 제품을 무료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미국 피닉스와 라스베이거스 지역에서 신선식품, 냉동식품을 제외한 22만 개의 제품을 주문하면 하루 내에 무료 배송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월마트의 경우 소비자 70% 이상이 매장 약 8km 이내에 거주한다는 특징을 적극 활용해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 비중을 늘리거나 신선식품을 30달러 이상 구매할 경우 배송비를 할인해주는 식으로 기존 고객을 붙잡았다.

맥밀런은 온라인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아마존이 가지고 있지 않은 탄탄한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장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선제품 판매를 확대했다.

신선제품은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힘든 품목이다. 맥밀런은 “유통업계는 기본적으로 지역 시장에 의존하고 지역 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며 “식품은 규모보다 속도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온·오프라인에서 고객 및 직원과 수시 소통하는 CEO

맥밀런 CEO는 활발한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젊은 고객 및 직원들과 소통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브런스윅 그룹의 '2019 S&P500과 FTSE350 상장기업'에서 '가장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CEO'로 맥밀런이 선정됐다.

맥밀런 CEO는 열린 모습을 통해 월마트에 대한 이미지를 젊게 바꿔나가고 있다. 사진=월마트
맥밀런 CEO는 열린 모습을 통해 월마트에 대한 이미지를 젊게 바꿔나가고 있다. 사진=월마트

거대 유통 기업을 맡은 맥밀런 CEO는 전 세계의 월마트 매장을 방문하며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공유한다. CEO의 열린 모습을 통해 월마트에 대한 이미지를 젊게 바꿔나가고 있다.

월마트는 막강한 오프라인 매장들의 이점을 영리하게 활용해 온라인 서비스와 시너지 효과를 노려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2018년 미국 성인의 64%가 지난 3개월 사이에 월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했다고 시장조사기관 '패키지드 팩트‘조사에 응답했다.

온라인 날개를 단 월마트 매출은 지난해 5003억달러로 늘었다. 이전 3년간 4800억달러 안팎에 머물던 박스권에서 단숨에 벗어난 것이다. 월마트는 지난해 온라인부문 사업 매출 증가율이 40%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마존에 밀려 무너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월마트의 지난해 온라인 쇼핑 점유율 4%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했다. 3.9%를 차지한 애플을 넘어 3위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48%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고수한 아마존엔 한참 못 미친다.

유통기업들의 아마존 발 위기는 이어지는 상황이다. 아마존의 매서운 추격 속도를 감안한다면 월마트도 안심하기 어렵다.

맥밀런 월마트 CEO는 지난달 CNBC방송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에 보관한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1950년대부터 2017년까지 10년 단위로 정리한 미국 10대 유통업체 순위를 기록한 사진이다.

사진을 갖고 다니는 이유는 월마트도 한순간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상기하기 위해서다. 미국 유통업계를 주름잡는 1위 기업 CEO지만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겠다는 생각에서 사진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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