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통 트렌드] 식탁에서 사리지는 고기...'비건'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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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통 트렌드] 식탁에서 사리지는 고기...'비건' 전성시대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2.29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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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채식인, 150~200만명 육박
글로벌 비건 시장, 오는 2026년까지 314억달러로 성장
미국 퍼펙트데이 비건 아이스크림. 사진=퍼펙트데이 홈페이지
미국 퍼펙트데이 비건 아이스크림. 사진=퍼펙트데이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최근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지고 있다. 채식주의 ‘비건(vegan)푸드’ 이야기다.

과거에는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비건푸드를 고집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육식에 대한 불안감으로 채식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구제역과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육류질병 파동으로 인해 식단에서 고기를 제외하는 것이다. 또 일부는 환경이나 동물보호에 대한 신념에 따라 비건푸드를 고집하는 이들도 많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채식 인구는 150만~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09년 50만명에서 10년 새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육식을 완전히 멀리하진 않지만 채식 위주 식문화를 지향하는 인구까지 합하면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채식 인구가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음식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전국 100~150개에 그쳤던 비건 음식점은 현재 400여 개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컨설팅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는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비건푸드 시장이 지난해 총 142억달러에서 오는 2026년 31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연평균 10.5%에 달하는 성장세다.

비건푸드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스타트업이나 식품기업들도 투자자들이 주목할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위치한 비건 스타트업 ‘퍼펙트데이(Perfect Day)’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이끄는 1억4000만달러(약 1600억원) 기금 모집을 마쳤다고 이달 초 보도했다.

초기창기 투자사인 호라이즌벤처스 역시 ‘퍼펙트 데이’를 4억4000만달러(약 5100억원)로 가치로 평가하고, 이번 펀딩에 참여했다. 호라이즌벤처스는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의 벤처캐피탈이다.

퍼펙트데이는 생물학자인 리안 판디야와 패루멀 간디가 2004년 창업한 회사다. 젖소의 DNA 서열을 바이오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고, 이를 효모에 삽입해 우유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카제인과 유청을 만들었다.

퍼펙트데이가 개발한 우유는 젖소를 통해 생산한 우유와 성분학적으로 동일하다. 게다가 요구르트, 치즈,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오뚜기가 최근 10가지 채소를 사용한 채소라면 '채황'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버섯과 무, 양파, 마늘, 양배추, 청경채, 당근, 파, 고추, 생강 등 10가지 채소로 국물맛을 냈다. 동물성 원료는 사용하지 않았다. 영국 비건 협회인 ‘비건 소사이어티’에서 인증도 받았다.

앞서 농심도 야채와 인도산 강황으로 건강을 더한 '강황쌀국수볶음면'을 출시했다. 소스와 건더기에 육류를 사용하지 않아 채식주의자도 즐길 수 있다.

식품뿐 아니라 뷰티 시장에서 비건은 신성장동력을 주목받는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7일미국 비건 화장품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Milk Makeup)’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밀크 메이크업은 2015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동물 실험을 배제하는 ‘크루얼티 프리’ 화장품 브랜드다. 식물성 소재를 주로 사용하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로 미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미주와 유럽 주요국에서 뷰티 편집숍 세포라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채식과 농업 기술 관련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환경과 먹거리, 채식, 농업과 기술을 주축으로 하는 푸드테크(Food tech)가 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며 “관련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는 ‘Defiance Next Gen Food and Agriculture ETF(DIET ETF)’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푸드테크는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의 식물성 고기 햄버거가 ‘최고의 기술(Top Tech)’로 선정되면서 전세계적으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ETF를 런칭했던 디파이언스(Defiance)가 다음 테마로 푸드테크를 선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육류 대표 회사인 비욘드 미트는 기업공개(IPO) 직후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하며 20년 만에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푸드테크 성장으로 농축산과 음식 산업의 변화가 기대되는 만큼 새롭게 출시된 DIET ETF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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