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트렌드 읽기] 약 대신 앱 처방? 디지털치료제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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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트렌드 읽기] 약 대신 앱 처방? 디지털치료제 시대 온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29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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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처방으로 질환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 영역까지 온 AI
교통사고 과실 비율, 이제 AI가 판단할수도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연일 터지는 정치·사회 뉴스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일쑤죠. 21세기 미래를 바꿀 IT기술, 인포테인먼트 소식입니다. 미래 먹거리일 뿐 아니라, 흐름을 놓쳤다간 금방 시대에 뒤처지게 됩니다. <오피니언뉴스>는 매주 주요 IT, 과학기술, 게임 소식들을 짤막하게 모아 소개합니다.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미래에 상용화될 IT기술을 주로 다루려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아마존 웹서비스 유튜브 캡쳐
사진=아마존 웹서비스 유튜브 캡쳐

◆ 약 대신 앱을 처방한다고? '디지털 치료제' 시대 온다

몸이 아파 병원을 가면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받아옵니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가면 약을 처방받고 복용합니다. 신체적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아파도 신경제나 안정제 같은 약을 처방받습니다. 혹은 주사를 맞기도 하죠.

보통 '약'이라고 하면 이런 전통적인 개념을 떠올리는데요. 그런데 이제 또다른 종류의 약을 추가해야할 듯 합니다. 바로 '디지털 치료제(DTx, Digital Therapeutics)'입니다.

2017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불리는 '리셋(reSET)'이라는 신약 판매를 사상 최초로 허가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디지털 치료제는 먹거나 주사로 맞는 약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통해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미국에서는 일부 의사가 환자에게 스마트폰 앱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FDA의 임상을 거친 앱이나 플랫폼을 의학적 치료제로 허가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죠.

이처럼 디지털 치료제는 1세대 합성신약,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신약 개발 진도가 더딘 뇌신경계, 신경정신과, 약물중독 분야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에는 심혈관질환이나 천식 같은 분야로의 확대도 기대됩니다.

앞서 예를 든 리셋을 조금더 살펴볼까요. 리셋은 중독 증상을 치료하는 정신의학적 방법인 '인지행동 치료'를 제공하는 앱입니다. 환자는 리셋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인식합니다. 지금 외로워서 마약에 대한 유혹을 느낀다면 앱이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방식이죠.

400명의 중독환자에 대한 리셋 임상 시험 결과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기존의 약물 치료를 적용한 환자군에선 17.6%가 금욕을 유지했다면, 리셋을 함께 사용하며 기존 치료 횟수를 줄인 환자군에서는 40%가 넘는 비율이 금욕을 성공했다고 합니다.

현재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는 게임형 ADHD(주의력 결핍장애) 디지털 치료제라고 합니다.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알킬리 인터렉티브의 '신약'인데요. 현재 FDA의 심의가 진행중으로, 만약 승인이 나면 최초의 치료형 게임이 됩니다. 최근 WHO(세계 보건 기구)가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것과 대조되는 케이스입니다.

국내에선 아직 허가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없습니다. 다만 '뉴냅비전'이란 디지털 치료제가 허가를 위한 임상 시험을 승인 받았는데요. 현재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뉴냅비전'은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창업한 뉴냅스의 디지털치료제로 뇌졸중 후 오는 시각중추 손상에 따른 시야장애 환자를 위한 치료제입니다. VR 헤드마운트 장치를 착용해 훈련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이외에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뇌 학습을 돕는 '슈퍼브레인'은 디지털치료제 스타트업 로완과 최성혜 인하대 교수팀 외 다른 대학병원이 개발하고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삼성전자 C랩에서 분사한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 웰트는 노인성질환인 근감소증 진단 및 관리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 AI, 불가침이라 여겼던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최근 이세돌 9단은 NHN의 AI 바둑인 '한돌'과 은퇴대국을 벌여 1승 2패로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이처럼 AI는 특정 분야에서는 인간 수준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산방식이나 생활양식 등 경제와 사회 전반적으로 큰 발전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죠.

하지만 창의력이나 직관력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 만큼은 AI가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그동안 학계는 생각해오고 있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이런 부분까지 AI에 이식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카이스트 이상완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문제 해결 원리를 규명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AI는 '목표설정, 전략수립, 실행, 전략수정’을 반복하는 문제 해결 능력에선 아직 인간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인간과 같은 원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메타 강화학습 모델'을 구현했습니다. 이로써 AI에 인간 고유의 영역인 '문제 해결 능력'을 이식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제에게 '동전 모으기' 과제를 주고 목표, 복잡도, 불확실성을 계속 가변시켰습니다. 그리고 참가자가 어떻게 행동하고 뇌의 어떤 부분을 활성화하는지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100가지가 넘는 메타 강화학습 알고리즘과 비교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찾은 알고리즘을 '정밀 행동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재검증 했습니다. 이는 해당 알고리즘이 실제로 인간의 행동이나 뇌 신경 처리 과정과 비슷하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연구진은 인간의 추론 과정을 재현하는 '메타 강화학습 모델'을 도출했습니다. 복잡성과 불확실성 정도에 따라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쓰는지 신경 안 쓰는 '모델 프리 강화학습'과 상대가 어떤 전략을 쓰는지까지 알아내려 하는 '모델 기반 강화학습'을 선택하는 모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이 AI로 사고과실 따지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사진제공=GIST
광주과학기술원이 AI로 사고과실을 따지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사진제공=GIST

◆ 교통사고 과실 비율, 이제 AI가 판단한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장 예민한 부분이 과실 비율입니다. 10%의 비율이라도 잡히면 적게는 수만원에서 크게는 수천만원까지 비용을 물어야하고, 보험료도 할증되며, 벌점도 부과되는 등 불이익이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보험사 직원이나 경찰이 비율을 책정하다보면 억울한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제 AI(인공지능)이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판단, '떠넘기기'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연구팀이 해당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이용구 기계공학부 교수팀이 쏘카와 한국정보과학회가 주최한 ‘제1회 쏘카X한국정보과학회 AI 영상분석 경진대회’에서 이 기술을 개발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에서 개최된 이 대회는 차량 블랙박스와 사진을 활용한 차세대 모빌리티 신기술 아이디어와 구현을 목표로 하는 AI 영상분석 경진대회입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사람이 사고 과실 평가에 개입하지 않고, 인공지능이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해 사고 과실을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AI 네트워크 학습 데이터를 가공 없이 동영상 원본을 사용하는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향후 '차 대 이륜차' 처럼 세세하게 분류·분석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또 앱으로도 개발해 사고 즉시 과실 비율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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