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차기회장 후보, 떠안은 숙제 한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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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구현모 차기회장 후보, 떠안은 숙제 한둘 아니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2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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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상 KT에 몸담으며 기업전략 업무 수행한 '전략통'
황창규 회장의 최측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
4차산업 선도·조직 화합·정부 규제 풀어낼 능력 '시험대'
2만원대 주가도 끌어올려야...주주가치 제고 노력 기울여야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지난 11월 서울 KT스퀘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IPTV 3대 혁신 서비스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지난 11월 서울 KT스퀘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IPTV 3대 혁신 서비스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사장)이 KT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다.

KT 이사회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회장 후보자 결정(안)을 보고받고 차기 CEO 후보로 구현모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로써 2개월여를 끌어온 차기회장 선출작업이 마무리됐다.

◆ 구현모 사장은 누구? 그룹 내 '전략통'

1964년생인 구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구현모는 30년 이상 KT에 몸담으며 사업구조기획실, 그룹전략실, 코퍼레이트센터를 거쳤다. 

구 사장은 과거 KT와 KTF 합병 등 주요 기획기업단위의 전략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전략통'으로 통한다. 또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사인 나스미디어 인수를 주도하는 등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구 사장은 2018년 11월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커스터머&미디어부문을 처음으로 맡았다. 이 부문은 대부분의 개인고객 대상 사업이 속해 있기 때문에 KT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커스터머는 유선·무선사업의 개인고객 모집과 응대 등을 담당하며, 미디어부문은 KT의 인터넷TV(IPTV)사업을 맡는다. 

과거 개인고객본부장 시절에는 LTE 구축이 경쟁사에 비해 늦어지자 전담부서를 만들고 한 달 만에 LTE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할 만큼 강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이때 초기 가입자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은 구현모 사장은 5G 상용화 시작과 동시에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곧바로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대를 맞아 KT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도 진두지휘했다. 먼저 출시된 해외 OTT '넷플릭스', 국내 OTT '웨이브'에 이어 KT는 '시리얼'이란 이름의 OTT를 준비했다. 하지만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출시를 연기했다가 지난달 '시즌'으로 새단장해 선보였다.

또 구 사장은 KT 남북협력사업개발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ICT 기반 한반도 공동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남북한 ICT 교류협력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하지만 황창규 KT회장의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최측근이란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퇴임하는 황 회장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줄곧 단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또 현재 황 회장의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되어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이에 KT이사회는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일 것'을 제안했고, 구 사장도 받아들였다. 구 사장은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KT 차기 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구현모 KT 차기회장 후보. 사진제공=KT
구현모 KT 차기회장 후보. 사진제공=KT

 

◆ 구현모 사장이 당면한 과제

KT 내·외부에는 구 사장이 타개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4차 산업 기술 트렌드와 인재를 확보해야 하고, 본격화되는 5G 서비스의 설비 확충·마케팅 비용 등 상승으로 인해 예상되는 실적 부진을 최소화해야 한다.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안목도 중요하다. KT는 기업용 5G망 기술, 현대중공업과의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등 B2B분야에선 경쟁사에 비해 앞서나간다는 평가다.

하지만 B2C에서는 다소 약세다. 예를 들어 OTT와 클라우드 게임은 최신 기술과 트렌드가 집약된 분야다. 그런데 KT는 해당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때문에 고객을 더 끌어모으고 유지할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KT 특성에 기인하는 문제도 있다. 3년마다 회장이 바뀌기 때문에 그룹 내 분열과 갈등이 종종 발생하다. 따라서 차기 회장은 구성원들을 통합하고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KT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 사업들과 IT 관련 시장을 남다르게 볼 수 있는 전문가이길 바란다"며 "리더십, 도덕성, 직원들과의 케미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직 통합에 특별히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외부의 정부 규제, 업계간 경쟁구도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구 회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구 사장의 KT는 당면한 정부 규제를 슬기롭게 풀어내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 해결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했고, SK텔레콤과 티브로드의 합병이 내년 4월로 예정돼있다. 이로써 KT는 유료방송 분야에서 경쟁사들의 상당한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때문에 KT는 딜라이브의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결론이 나질 않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선 재도입 여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긴 하지만 결정된 건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대주주 전환 문제도 있다. KT는 금융당국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번번이 탈락해 여전히 지분 10% 정도에 그친 주요주주에 그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최근 대주주 지위를 획득해 보다 안정적인 은행사업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KT의 일반 주주들은 황 회장 체제에서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수년전만해도 3~4만원대를 오르내리던 KT 주가는 현재 2만원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 방송통신산업에서 KT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특별한 주주제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1만원대 추락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구 사장은 주주들의 이익 제고에 특히 신경써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전임 황 회장이 KT의 주주이익 보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이라면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KT 이사회는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한다. 급여 등의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회장'이라는 직급이 국민기업인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정관 개정 등의 후속조치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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