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포르메] '복권'으로 보는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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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포르메] '복권'으로 보는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문화
  • 최지윤 스페인 마드리드 통신원
  • 승인 2019.12.24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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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국민 '복권 사랑' 열기...'이웃과 기쁨 공유하자'는 의미 강해
시각장애인협회, 복권 판매금으로 시각 장애인 지원하기도
크리스마스 특별복권, 같은 번호 공유하며 '아이들' 추첨 눈길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스페인 사람들의 복권 사랑은 유별날 정도이다. 보통 복권은 소위 ‘도박’이라고 여겨져 장려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여러 기관의 후원을 받는 것은 물론,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복권’이다.

 스페인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복권이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로또’와 같은 ‘La Primativ(라 프리마티바)’는 1~49까지의 숫자 중 여섯 개의 번호를 고르고 0~9까지의 보너스 숫자를 고르게 하는데, 당첨되지 못했을 경우에 이 보너스 숫자를 맞추면 복권 구매한 금액을 돌려준다. 추첨 시에는 여섯 개의 숫자가 아닌 일곱 개의 숫자를 뽑아서 구매자들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도 한다.

출처=loteriasyapuestas.es
출처=loteriasyapuestas.es

다양한 스페인 복권, 그중에 가장 으뜸은?

유명한 스포츠 복권으로는 ‘La Quiniela(라 키니엘라)’가 있다. 복권을 구매하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당첨률은 매우 낮다. 매주 열리는 스페인 축구 리그 열다섯 매치의 승패(승리 혹은 무승부)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것이다. 최소 구매 단위는 2세트며, 복권의 가격은 1.5유로로 비싸지 않지만 그만큼 당첨률이 낮다. 당첨 금액은 한화 20억원 가량이다.

출처=loteriasyapuestas.es

또한 ONCE라는 시각 장애인 협회에서 판매하는 복권이 있다. 시각 장애를 가진 복권 판매원들이 부스나 길거리에서 복권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사용된다. 보통 한 장에 2유로이며, 스페인 전역의 모든 곳에서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매일, 매주 추첨하는 정규적인 복권이 있고, 아버지의 날 혹은 어머니의 날 등과 같은 특별한 날을 맞이해 당첨 금액이 높은 복권도 있다.

스페인 길거리의 ONCE 복권 판매. 사진=최지윤 통신원
스페인 길거리의 ONCE 복권 판매. 사진=최지윤 통신원

스페인 내전도 못 막은 '엘 코르도'라는 크리스마스 복권 추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특별 복권’이 있다. 이를 제외하고 스페인의 복권 얘기를 할 수는 없겠다. 카톨릭 신자가 많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매우 중요한 명절이며 1년 중 12월과 1월 동안 가장 많은 예산을 지출한다. Statista가 2018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에 1인당 평균 195유로를, 선물비용으로 252유로를 지출한다. 올해에는 4% 증가한 금액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복권 판매자 협회인 Anapal은 2018년 총 29억 유로의 크리스마스 복권이 스페인내에서 판매되었고, 1인당 약 68유로를 복권 구매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1인당 복권 구매 금액이 높은 지역은 카스티야이레온(Castilla y León)으로, 1인당 105유로를 기록했다. 복권을 향한 스페인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크리스마스 복권은 매년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하며, 일반 복권 판매소 이외에 모든 회사, 관공서, 학교, 심지어 작은 상점이나 식당에서도 복권을 파는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비공식적으로 ‘El Gordo(엘 고르도)’라고 불리는 이 복권의 추첨은 1812년 12월 22일 스페인의 ‘카디스’에서 처음 시작됐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복권이다. 스페인 내전조차도 이를 막을 수 없었으며 공화당 정부가 마드리드에서 수도를 이전해야 할 때 발렌시아로 옮겨서 추첨을 진행할 정도였다.

'엘 고르도' 복권은 개념을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운 복권이기도 하다. 2011년부터 숫자 00000에서 99999까지의 다섯 자리 숫자를 기반으로 생성하고 있다. 따라서 복권은 모두 10만개 생성되며, 하나의 번호는 소위 ‘Serie(세리에)’라고 부르는 단위로 나뉘며 같은 번호가 최대 170개의 세리에가 발행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리에 하나의 가격은 200유로(한화 약 26만원)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경우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세리에를 열 장으로 나눈 ‘Decimo(데시모)’를 판매한다. 즉, 크리스마스 특별 복권 '엘 고르도'를 가장 쉽게 구입하는 방법은 데시모(20유로)인 것이다. 추첨 시에는 1~3등까지 각각 한 개의 번호, 4등은 2개, 5등은 1794개의 번호를 뽑아 당첨 기회가 다른 복권보다 상당히 높다는 특징이 있다.

스페인 크리스마스 복권(El gordo). 사진=최지윤 통신원
스페인 크리스마스 복권(El gordo). 사진=최지윤 통신원

회사동료, 가족들과 같은 복권번호 공유...특별함 더해

그렇다면 엘 고르도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바로 같은 번호로 발행되는 복권이 많고, 사람들은 같은 번호의 번호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회사를 예로 들면, 같은 번호가 적힌 복권을 회사 구성원들이 구매해 같이 나누어 갖는다. 만약, 복권이 당첨되면 회사 동료들 모두가 같은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상금은 같은 수를 공유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상금의 양도 중요하겠지만 이 복권이 특별한 이유는 가족과 친구들이 당첨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드리드 시민인 후안(Juan)은 “회사에서 복권에 대한 공지를 올리자마자 동료들과 함께 구매처에 가서 구매했다. 또한 매년 친한 친구끼리 같은 번호로 데시모를 산다. 단체 채팅방에서 숫자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데시모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복권 구매를 위해 당첨자가 나온 명당(판매점)에 긴 줄을 서서 복권을 사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각 회사나 단체에만 부여되는 번호를 갖기 위해 지인들에게 부탁해 복권을 얻는 경우도 즐비하다.

엘 고르도의 다섯 자리 숫자를 모두 본인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은 적어도 마지막 두 숫자가 무언가를 의미하도록 노력하고는 한다. 사람들은 본인에게 의미 있는 날짜나 자녀 또는 파트너의 생일과 유사한 숫자를 구입한다.

스페인의 복권 판매점. 사진=최지윤 통신원
스페인의 복권 판매점. 사진=최지윤 통신원

'순수한' 어린아이들이 '엘 코르도' 추첨...'공정함' 상징

앞서 말했듯, 엘 고르도는 7월부터 12월 21일 밤까지 판매된다. 그리고 12월 22일 오전 8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엘 고르도 추첨 방송은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하지만 복권 추첨을 초등학생 아이들이 한다는 것을 알면 처음 보는 사람들은 굉장히 놀라고 만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각각 한 번에 작은 나무 공 하나를 뽑는다. 하나는 당첨 번호가 있고 다른 하나는 그 번호와 관련된 상금이다. 아이들은 숫자와 상금을 발표할 때 그 숫자를 큰 소리로 노래하는데, 아이들이 노래하는 멜로디는 일관되고 독특해 보는 묘미가 있다.

크리스마스 복권 추첨 방송. 사진=abc.es
크리스마스 복권 추첨 방송. 사진=abc.es

추첨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마드리드의 ‘San Ildefonso(산 일데 폰소)학교’의 학생들이다. 추첨에 참가하게 된 학생들과 그 가족들은 이를 큰 영광으로 여기며, 1등 당첨 금액을 뽑은 어린 아이는 심지어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한다.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복권 추첨을 아이들이 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오래 전,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마드리드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공무원의 관심을 끌었고, 어린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복권 시스템을 속이지 않고 공정하게 추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따라 복권 추첨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기대감어 들떠 추첨 방송을 보며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한다. 이렇게 복권은 스페인 사람들의 삶에 녹아있는 오랜 전통을 담고 있는 존재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는데 연연하지 않고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기쁨을 공유한다는 그들만의 따뜻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 최지윤 통신원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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