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CEO]⑧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조용하지만 강한 실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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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CEO]⑧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조용하지만 강한 실력자'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2.25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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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 '자주'·뷰티편집숍'시코르', 히트 브랜드 연이어 탄생시켜
내년 화장품 사업 확대, BP 브랜드 '로이비' 출시 대기
까사미아, 인수후 적자 확대...해결해야할 숙제로
신세계 승계자금 마련 문제 당분간 지속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지난 2016년 대구신세계백화점 개점 행사에서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가운데)은 대외 활동이 적어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대구신세계백화점 개점 행사에서 참석했을 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올해 국내 오프라인 유통채널 부진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며 존재감을 넓힌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소통에 적극적인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달리 대외행보를 자제하는 탓에 일각에선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실제 2016년 12월 대구신세계백화점 개점 행사에 등장한 이후 이렇다 할 외부행사 참석이 없었다. 다만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묵묵히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정 사장은 이화여대 비주얼디자인학과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그래픽디자인 과정을 마치고, 1996년 4월 신세계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했다. 2000년 상무로 승진한 후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신세계조선호텔에서 프로젝트실장을 맡았다. 2009년 12월에 신세계 부사장에 오른데 이어,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신세계로 자리를 옮기고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를 잇따라 들여와 백화점과 면세 사업을 성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뷰티편집숍 ‘시코르’ 등을 키워낸데 이어 지난해 까사미아를 인수, 가구 중심의 홈퍼니싱 시장 진입을 지휘하고 있다.

시코르 1호점 신세계 대구점. 사진=
시코르 1호점 신세계 대구점. 사진=블로거 투영

◆Performance(성과)

정 총괄사장은 올해 경영실적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였다. 정 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 호조에 힘입어 올 3분기 9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6%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증가해 분기 사상 최대인 1조6026억원을 올렸다.

온라인쇼핑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는 강남점 등 대형점포 중심의 백화점 영업이 호조를 보여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정 사장이 론칭한 뷰티편집숍 ‘시코르’는 코덕(코스메틱 덕후)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며 매장을 30개까지 확장했다. 내년께 추가로 10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정 사장은 면세 사업부문에서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신세계디에프는 1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작년 동기대비 35.8% 급증한 7868억원으로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으로부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 구역을 넘겨받아 면세점 업계 ‘빅3’로 자리매김했다. 정 사장은 지속적인 성장 마련을 위해 T1 8곳 입찰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이끌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3분기 영업이익을 190억원이나 올려 작년 동기대비 75% 증가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5.4% 증가한 359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이래 현재까지 6개 뷰티 브랜드와 1개의 편집숍(라페르바, LA PERVA)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한 후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를 사들였다. 이어 2015년 화장품 편집숍 ‘라페르바’를 선보였으며, 2017년 프랑스 향수 ‘딥디크’, 지난해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 인수했다. 여기에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연작’까지 내놓았다. 내년에는 또 다른 자체 브랜드 ‘로이비’ 론칭을 예고하는 등 정 사장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채 화장품 사업에 적극 확대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Leadership(리더십·경영철학)

정 사장의 변화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경영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연말 신세계그룹의 정기인사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신세계그룹은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신세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지난 7년간 신세계를 이끌었던 장재영 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로 이동시켜, 서로 자리를 맞바꾸게 했다. 

정 사장과 함께 인터내셔날 비지니스를 키웠던 차 대표를 통해 신세계 백화점부문을 트렌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임무를,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자리를 옮긴 장 대표에게는 최근 급성장에 따른 안정을 강화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신설되는 국내 패션부문 대표이사에 손문국 신세계 상품본부장 부사장을 내정했는데, 그는 신세계에서 패션담당 상무, 상품본부장 상무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정 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다. 능력이 검증된 이들을 통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정 사장은 그룹 승계 과정에서도 오빠인 정 부회장과 커다란 잡음 없이 조용히 신세계 지분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11년 할인점 부문 인적분할 이후 오빠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정 사장은 신세계를 경영중이다. 

지난 2016년에 정 총괄사장은 정 부회장을 상대로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 남매 책임경영에 들어갔다. 이후 정 사장은 신세계 지분을 9.83%,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 10.33%을 보유하게 됐다. 

정 사장은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SI) 보유 지분 4.2%(3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부친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에게 받은 1900억원 가량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150만주)에 대한 증여세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까사미아 압구정점. 사진제공=까사미아
까사미아 압구정점. 사진제공=까사미아

◆Mission(임무·과제)

정 사장에게 까사미아의 실적 부진은 풀어야 할 숙제중 하나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52억원으로 적자폭이 전년 동기 10억원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세계가 인수하던 2017년까지 19년 연속 흑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인수 이후부터 적자폭이 확대된 것이다.

정 사장이 까사미아의 실적 개선을 어떻게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한샘, 리바트 등 국내 가구 업계가 전반적인 성장 둔화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그는 실적 개선을 위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현재 93개 직영점과 대리점, 숍인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한 백화점 입점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이어 지난달 10년 만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 입점시켰다. 최근 강남 대치동 한티역 인근에 3층 규모의 럭셔리 매장인 ‘까사미아 대치한티점’을 오픈한 것도 이같은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신세계를 승계받기 위한 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의 주식 교환으로 그의 신세계 지분율은 2.51%에서 9.83%로 높아졌지만,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지분율이 18.22%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친의 지분을 그대로 승계받으려면 천억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여세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세계의 추가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마련이 정 사장의 또다른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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