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CEO]⑩ ‘돌풍은 이제 시작’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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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CEO]⑩ ‘돌풍은 이제 시작’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2.2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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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이용우(왼쪽)·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계좌개설 고객 1000만명. 총 수신 20조원. 총 여신 14조원(지난 9월말 기준)'.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 만에 세운 기록이다.

영업을 시작했던 2017년 7월 당시 고객수 114만명, 총 수신 4200억원, 총여신 3600억원과 비교하면 괄목상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이같은 성과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7년 3분기말 481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 규모는 1년 만인 지난해 3분기말 39억원으로 줄었다. 올 1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54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 모두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카카오뱅크 이자수익은 35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000억원)보다 75.0% 증가했다. 수수료수익도 같은 기간 460억원에서 840억원으로 82.6% 늘었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시중은행 못지 않다. 올 3분기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9.97%이지만 지난달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해 두자릿수대로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BIS 권고 비율인 8%를 넘은 것은 물론 시중은행 수준(약 14%)에 근접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준비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Performance(성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카카오뱅크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 체제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베테랑 전문가들이 만나 시너지를 낸 것이다. 시중은행 대부분 은행장 한명이 총괄지휘하는 역할을 맡지만 카카오뱅크는 출범 때부터 전략적으로 협업을 위한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두 대표의 출신 배경은 확연히 다르다. 이 대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전략‧투자 분야 전문가다. 동원증권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특히 동원증권 재직 시절 한국투자증권 인수합병(M&A)에 관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 설립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B국민은행 등에서 유동성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기반으로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자금 확보에 능력을 발휘했다.

이 대표가 자본시장 출신이라면 윤 대표는 금융업과 정보기술(IT)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왔다. 대한화재 기획조정실을 거쳐 에르고(ERGO)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을 역입했다. 

실패 사례로 남은 국내 최초 온라인 보험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에서의 경험이 카카오뱅크의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가 당시 기존 보험사와 차별화되지 않은 금융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이용한 데서 문제점을 찾았다. 카카오뱅크에서는 철저히 'IT' 시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 대표와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2015년) 준비할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당시 산업자본이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우군으로 확보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때 카카오뱅크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각각 윤 대표와 이 대표를 수장으로 지목했다.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과 함께 두 대표가 공동대표에 올랐고 올 1월 연임에 성공, 2021년까지 카카오뱅크를 이끌게 됐다. 카카오뱅크가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윤 대표와 이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가 은행권의 새로운 지배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Leadership(리더십·경영철학)

‘편의성’을 내세운 카카오뱅크 금융상품‧서비스를 살펴보면 이 대표와 윤 대표의 협업 효과가 드러난다. 카카오뱅크는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선보이는 대신 소비자들이 기존 시중은행에서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금융업계의 노하우에 IT기술을 접목시키는 셈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은 기존 시중은행 앱과 달리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다. 지문‧얼굴 인식, 패턴 잠금해제 등 간편한 인증절차만 거치면 각종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을 완벽하게 해결한 셈이다. 시중은행 내에서도 ‘카카오뱅크 만큼 편의성을 높여야한다’는 주문이 나올 만큼 카카오뱅크 앱은 금융 앱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시중은행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금융상품에 ‘펀(Fun) 마케팅’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도 카카오뱅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6월 출시한 ‘26주 적금’이다. 소비자들은 매주 1000원~1만원씩 증액되는 금액을 납입하는데 그 때마다 커피숍 쿠폰처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하나씩 모을 수 있다. 이 ‘쿠폰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기능도 있다.

회비관리 통장인 ‘모임통장’의 경우 카카오뱅크에 계좌가 없는 회원도 회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에게는모임장이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으로 귀엽게 회비 납부를 요청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가 이달 출시한 ‘저금통’은 카카오뱅크 입출금계좌에 있는 1원 이상 1000원 미만 잔돈을 모을 수 있는 소액저축금융상품이다. 실물 저금통처럼 금액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고 한달에 한번만 확인하는 재미 요소를 넣었다.

금융상품 측면에서 바라보면 ‘26주 적금’과 ‘모임통장’, ‘저금통’ 모두 특별할 것이 없다. 시중은행이 이미 선보였던 금융상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IT기술을 만나 ‘히트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두 대표는 앞으로도 금융과 IT를 결합, 기존 금융상품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방침이다.

◆Episode(조직애·인재관)

카카오뱅크의 조직문화에서도 시중은행과 다른 IT기업의 특성이 드러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만큼 금융권의 보수적인 문화에 IT업계의 자유분방함을 더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에서는 영업직원이 아닌 프로그램 개발자가 가장 우대받는다. 카카오뱅크 임직원 680여 명 중 약 40%가 정보통신기술(ICT) 출신이다.

윤 대표와 이 대표는 ‘행장’ 대신 ‘대표’라는 명칭을 고집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대표라는 직급도 떼버린다. 카카오의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영향을 받아 직원들끼리는 업무용 영어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일반 직원들도 윤 대표를 ‘다니엘(Daniel)’로, 이 대표를 ‘얀(Yan)’으로 부른다.

두 대표를 위한 공간이나 임원실도 없다. 임직원 간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다. 부서별 칸막이를 없애 모든 직원들이 사무실을 공유하도록 했다. 말단 직원도 이 대표나 윤 대표에게 궁금한 점을 직접 묻는다.

금융업계에서 전례없는 ‘안식휴가제도’ 또한 윤 대표가 카카오의 휴가 제도를 카카오뱅크에 이식한 것이다.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이 제도에 따라 30일간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200만원의 휴가비도 별도로 지급된다.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부터).

◆Challenge(도전)

인터넷전문은행업계에 지각 변동을 앞두고 윤 대표와 이 대표의 경영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간편송금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이달 은행업 예비 인가를 따냈다. 이용자가 1000만명이 넘는 토스는 카카오뱅크 못지않은 플랫폼으로 꼽힌다. 2021년  ‘토스뱅크’ 출범 전 카카오뱅크의 ‘1위 굳히기’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우선 카카오뱅크의 다음 행보는 기업공개(IPO)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두 대표는 지난해 카카오뱅크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IPO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카카오뱅크 실적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올 들어 각 분기마다 흑자를 기록하면서 내년을 목표로 하는 IPO 일정도 무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카카오가 지난달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에 올라 IPO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가 주식시장에 안착하면 자본 조달이 훨씬 수월해진다. 사업 확장을 위한 실탄을 장전할 수 있는 셈이다. 혁신 금융상품을 다양화하는 한편 막강한 플랫폼을 앞세워 증권 계좌 대리 개설, 제2금융권 대출 연계 등 비이자수익 확대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Quotation(어록)

-이용우 대표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오픈’ 중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상품‧서비스가 나올지 잘 모른다. 소비자가 찾아올 수 있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9.11.06. 카카오뱅크 미디어 대상 강의)

-윤호영 대표

“고객들이 단기간에 카카오뱅크를 좋아해준 이유는 ‘빠름(속도)’와 ‘간편함(편리성)’ 때문이다. 금융권 최초로 오픈소스(Open Source)를 활용하고 안정성과 속도감이 뛰어난 X86 서버와 리눅스(Linux) 운영체제로 은행 인프라를 구축하는 핀테크적 기술 혁신이 있었다. 절감된 전산 비용을 고객 혜택으로 돌려줄 수 있었다” (2019.03.21. 국제 경제·금융 컨퍼런스)

“10년 전만 해도 미미했던 모바일 사업이 이제는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청년들은 ‘어떻게(how)’ 성공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디서(where)’ 놀면서 목적을 이룰지 고민해야 한다” (2019. 05.17. ‘2019 서울머니쇼’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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