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CEO]⑥ 최태원 회장이 던진 3가지 화두...'사회적가치·행복·딥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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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CEO]⑥ 최태원 회장이 던진 3가지 화두...'사회적가치·행복·딥체인지'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2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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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치에 집중하라"... 에너지 계열사 사업 재편
새 역사 만든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美신약승인
'사회적 가치 경영' 계량화 작업 돌입
정규직 고용 ·평균 직원 급여 대기업 1위
올해 '행복토크' 100회 완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6년부터 '행복', '사회적 가치', '딥체인지'를 강조했다.  

다가오는 미래 SK가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회사 내·외부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공유·개방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하며, 적자를 각오하고서라도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진출해야한다는 지론이다. 이를 위해 2017년 각 계열사 정관에서 '이윤 창출'을 '사회적 가치 창출'로 바꾸기도 했다. 기업의 가장 큰 지향목표는 '이윤창출'이라는 도식을 깨버린 파격이었다.  

4년의 노력을 경주한 끝에 2019년 SK그룹은 상당히 눈에 띄는 결과를 맞이했다.

올해 가장 많은 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한 대기업이었고,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대기업 등 직원들의 행복과 직결된 부분에서 빛났다. 올해 초 약속한 '구성원과의 행복토크 100회'도 완주하며 직원들과 스킨십에도 정성을 쏟았다. 또 사업 재편, 미래 성장동력 투자 규모 확대, 자산규모 상승 등 기업으로서 유의미한 결실을 맺었다.

최태원 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하고 1991년 SK상사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입사했다. 1998년 8월 부친 최종현 선대회장이 유언을 남기지도 못한채 수술대 위에서 별세했다.

재계는 창업주 최정건 선대회장(최종현 회장의 형)의 아들인 최윤원 SK케미컬 회장이 SK 그룹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윤원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능력이 가장 좋다며 후계자로 추천, 한자리에 모인 사촌형제들은 만장일치 의견을 보였다. 그렇게 1998년 9월 38세였던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을 이끌게 됐다.

취임 후 최태원 회장은 다른 기업과 비슷하게 SK의 외형적 성장에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가치'를 재계의 화두로 키워내며 경영자로서 제 2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충남 서산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찾아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충남 서산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찾아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SK

◆Performance(성과)

지난 10월 최태원 회장은 제주도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위해선 기존에 들어갔던 리소스를 3년 안에 다 없애겠다는 생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SK의 체질을 바꿔 미래 신사업을 가동시킬 수 있는 SK의 새로운 엔진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딥체인지'다. 

이런 이유로 2019년 SK의 체질 변화는 상당히 극적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미래가치'에 주안점을 둔 움직임이다.

과거 SK의 성장동력은 정유사업이었다. 그러나 올해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 계열사의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방향을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와 석유의 대체재로 꼽히는 셰일가스로 잡았다. 그리고 이 방향으로 흐름을 끌고 가기위해 지금의 '캐시카우'를 과감히 처분했다.

9월 SK이노베이션은 페루광구를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이곳은 천연가스와 원유 생산기지다. SKC는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영업이익의 75%를 차지하는 화학사업을 분할하고 지분의 2분의 1을 해외에 팔았다.

지주사 SK(주)는 올해 약 28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1월 미국 스마트글라스 생산회사 키네스트랄에 약 1150억원, 3월 북미 셰일가스 G&P(gathering & Processing) 기업 블루레이서에 약 165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G&P 기업에 대한 투자는 수년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올해의 경우 블루레이서 투자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전문 PE인 퍼스트리저브가 SK(주)를 '전략적 투자자'로 선정해 공동 투자를 진행해 관심을 모았다.

또 SK하이닉스의 이천·청주 스마트에너지센터 건설(1조6800억원), SK이노베이션의 중국 EVE에너지와 전기자 배터리 공장 신설(5800억원)과 미얀마 BOC 지분투자(1500억원), SK실트론의 미국 듀폰 반도체 웨이퍼 사업부 인수합병(5400억원), SK종합화학의 프랑스 아르케마 폴리머 사업부 인수합병(4400억원) 등이 있다. 모두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업계와 회사들이다.

11월에는 SK바이오팜이 대한민국 제약사를 새로 썼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정)이 미국 FDA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은 것이다. 국내 제약사가 FDA의 승인을 받은 건 최초다.

보통 신약 개발에는 15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고 최소 수천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경영진의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SK바이오팜의 쾌거는 최태원 회장의 집요하고도 뚝심있는 지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경기도 판교 소재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자"고 말하고, 2030년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적과의 동침'도 서슴없다. 카카오는 SK텔레콤이 무기로 내세웠던 문자와 통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큰 회사다. 그리고 지금은 '카카오내비' 등을 통해 '티맵'의 SK텔레콤과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회동을 가진 뒤 3000억원대 지분을 맞교환하는 통큰 결정도 내렸다. 늘 강조했던 '연합 확장'의 일환이다.

최근에는 AI와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SK유니버시티 같은 사내 대학을 만들어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모두 신산업 동력 확보를 위한 발걸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열린 국내 첫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 2019'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열린 국내 첫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 2019'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eadership(리더십·경영철학)

지난 8월 미국의 200여개 CEO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글로벌 경영계 흐름은 최태원 회장이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 경영'과 맞아 떨어진다.

최태원 회장은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기업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란 주제로 세션을 개최했다. 3월에는 중국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사로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5월에는 국내 최초의 사회적 가치 축제 '소셜 밸류 커넥트2019'를 개최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난징포럼에 참석해 AI와 머신러닝 등을 사회적 가치 창출에 활용하는 방법론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구축한 뒤 택배회사, 스타트업 등과 협력하는 '주유소 공용인프라 홈픽'을 추진하고 있다. 또 '그린밸런스 2030' 계획에 따라 주유소와 LPG충전소 인프라에 태양광 전기 생산 시설과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티맵과 통신분야 빅데이터를 공공기관 빅데이터와 함께 활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함께 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사회적 기업 '코액터스'와 손잡고 청각장애 택시기사 전용 티맵택시 출시다.

6월에는 SK텔레콤, SK C&C,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11번가 등 ICT계열사들이 보유한 기술을 개방형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환경)형태로 외부와 공유하는 'SK 오픈 API 포털'을 열었다.

최태원 회장은 "측정되지 않은 것은 평가할 수 없다"는 지론대로 사회적 가치의 수치화를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SK는 지난 8월 독일 화학기업 바스트와 세계은행이 참여하는 국제 연대(VBA·Value Balancing Alliance)에 참여해 사회적 가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고, 이를 기업의 회계 표준으로 만들 방법을 찾고 있다. 향후 이를 OECD를 통해 각국 기업에 사용토록 권장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Episode(조직애·인재관)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은 직원들의 행복만큼은 비교적 잘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숫자로 파악하긴 어렵지만 행복의 조건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일자리나 급여는 수치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SK그룹은 가장 많은 정규직 근로자를 늘리고,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회사였다.

대기업집단 전문 데이터서비스 인포빅스의 국내 34개 대기업집단(금융그룹 제외) 소속 상장사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 상장사의 정규직 직원은 4만6819명이다. 이는 1년 전 4만3149명보다 8.5%(3670명) 늘어난 수치로 증가율 1위다. 비율이 아닌 증가 인원수로는 2위였다. 1위는 삼성그룹으로 정규직 직원수가 SK그룹의 4배가 넘는 18만9091명이다.

올해 1~3분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8715만원으로 SK그룹이 가장 많았다. 계열사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9700만원), SK하이닉스(9600만원), SK텔레콤(9500만원), SKC(8100만원) 등의 순서였다. 이는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면 차이가 눈에 띈다. S-Oil(8386만원), 삼성그룹(6337만원), 현대차그룹(6196만원), KT&G그룹(6130만원) 등이 평균급여가 비교적 많은 기업으로 집계됐다.

또 평소 최태원 회장은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조했는데, 올해 초 신년회에서 약속한 '구성원과의 행복토크 100회'가 그 사례다. 이 '행복토크'는 지난 18일 서울 서린사옥에서 열린 100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구성원들의 긍정적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100번의 행복토크 매 순간이 인상적이었다"면서 "SK가 추구하는 행복경영은 구성원 행복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열린 SK '행복토크'에서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열린 SK '행복토크'에서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SK

◆Quotation(어록)

"기업의 존재 이유를 '돈 버는 것'에서 '구성원 전체의 행복 추구'로 바꿔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 함께 행복을 추구하면 그 크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2019년 7월, 중국 베이징 SK타워 '행복토크')

"우물 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하고 감사하라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말이 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러분을 자라게 해준 사회를 생각하고 또 기여할 수 있는 착한 인재로 성장해 달라."(2019년 6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증서 수여식)

"지금까지는 돈을 버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와 보상을 했다면 앞으로는 구성원 전체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것"(2019년 6월, SKMS연구소 '2019 확대경영회의')

"기업이 지닌 유·무형 자산을 이해 관계자와 공유하거나 혁신적 기술로 부가가치를 키우는 시도가 더 많아져야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SK와 함께 많은 기업들이 동참해 주길 바란다." (2019년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직장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조직, 제도, 사람을 바꾸고 새롭게 한다고 긍정적 변화가 한 번에 생기지는 않는다. 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작은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2019년 1월, 서울 서린사옥 '행복토크')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다. 혁신을 할 때 무조건 실패한다. 그리고 잘 안 된다.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실패를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거나, 샌드박스의 기본적인 철학적인 배경이 '실패를 해도 좋다'라는 생각이었으면 한다."(2019년 1월,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주재 '2019 기업인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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