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부동산 전성시대...'투기와의 전쟁'서 이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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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부동산 전성시대...'투기와의 전쟁'서 이기려면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9.12.23 09: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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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주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18번째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의 강도는 이전보다 훨씬 강했다. 투기 지역 내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으며 서울 지역 대부분을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시장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으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과열된 주택 경기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45%나 상승했고 빈부 격차가 날로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치솟은 집값은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바로 잡기 위해 시장에 강력히 개입, 다양한 세금 규제 방안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을 도입하는 등 나름의 최선을 다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방송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대책에 관해 자신감을 갖고 추진,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잡겠다고 단언했다. 재임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 왔고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시장이 안정화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해당 문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관점이다. 부동산을 정상화하려는 대통령의 결단을 읽을 수 있다. 

‘살 집 한 채만 두고 모두 팔자’라는 구호는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시장에 보내는 상징적 시그널이다. 하늘보다 더 높이 치솟는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고강도 규제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도 거주 목적 이외 재산 증식 수단으로 보유한 주택을 서둘러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연이어 발표했다. 

가장 나쁜 시장도 가장 좋은 정부보다 좋다

자유방임주의를 토대로 시장의 원리를 중시한 시카고 학파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은 “가장 나쁜 시장도 가장 좋은 정부보다 좋다”는 유명한 어록을 경제학계에 남긴 바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경제학 연구에서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의 원리를 규제하거나 맞서서 성공한 정부의 제도나 대책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시장을 이긴 정부의 규제가 없다는 뜻이다. 

시장의 원리를 강조한 경제학자들이 정부의 선의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선과 악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도덕적 기준으로 보상하지도 않는다. 그 동안 주식 및 부동산 투자를 통해 상당히 많은 금액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자신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이를 증명해왔고 경제학자들도 시장 원리를 정밀하게 연구해 이를 입증해왔다. 

정부는 지난 16일 투기 지역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고강도 부동산 규제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현재 방식대로 잡히지 않으면 더 강력한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국민과의 대화에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 반 동안 수도권 집값은 폭등했고 투기 근절을 위해 추진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공시가격 현실화, 분양가 상한제는 모두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였다. 

시사저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30년간 국내 부동산 대책을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부동산 집값을 바로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 참여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높은 부동산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비강남 구분할 것 없이 역대 정부 중 부동산 가격이 가장 크게 올라 빈부 격차라는 말이 보편화된 시기가 진보 정권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정의와 공정의 기준으로 부동산을 규제하는 건 지극히 정치철학적 논리이지 경제학적 논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임대료 통제, 분양가 상한제 한계 등을 해외에서 증명한 연구가 1930년대부터 꾸준히 나왔지만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통해 집값을 지속적으로 안정화시켰다는 경제학 연구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은 도덕적 원리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성장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는 항상 중소기업 육성, 벤처기업 활성화 등을 내세웠지만 시장에서 효과가 없으면 곧바로 부동산을 경기부양에 활용해 경제성장에 관한 눈속임을 해왔다. 속칭 허울만 좋은 경제성장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선의는 거기에 그쳐도 충분히 훌륭하다. 

15억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 전면 금지는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강남 부자들에게 유리할 뿐이며 분양가 상한제 지역 확대는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역효과만 창출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는 시중 통화량의 증가를 불러 일으켜 화폐가치의 하락을 초래하고 실물자산의 가치 상승만 유발한다. 지금의 규제 방안이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 2년 6개월 동안 서울과 분당 판교 등 서울 근교지역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상관없이 아파트 가격 폭등을 거듭해왔다. 이 상황에서 고강도 아니 초고강도를 내놓는다고 해도 집값이 잡힌다는 보장은 없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강남 지역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대규모로 동원했지만 강남 아파트 값은 정부의 종부세에도 불구하고 더욱 높이 올랐다. 

정부는 명료하게 부동산 공급을 늘리고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금리 인상 고민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같이 보유세는 대폭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시장지향적 정책으로 부동산에 대응해야 한다.

현재 문제는 저금리로 인한 유동자금 증가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주택 공급 급감이 핵심이다. 시장에 맞서는 정부의 규제 중심 수요 억제책으로는 절대 부동산을 잡지 못한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모두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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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선인 2019-12-23 12:02:12
금융위기 이후에 지속된 저금리 정책도 이제는 재검토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저금리가 경기활
성화보다는 자산가치의 급등에 더욱 큰 영향을 주어서 부작용이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활성화는
금리보다는 기업가 정신의 고취에 정부가 더 큰노력을 해야 해결된다.

백두선인 2019-12-23 11:41:12
현 정권의 부동산가격 급등의 원인은 전 정권의 경기
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3법의 폐기와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의 결과이다. 이처럼 이상급등의 경우는
과감하고 강력한 대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불로소득
의 발본색원 만이 국민 대다수의 근로의욕을 되살려
건전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