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코드] 올해도 산타가 오실까?...크리스마스 즐길 영화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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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코드] 올해도 산타가 오실까?...크리스마스 즐길 영화 4편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12.2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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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믿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34번가의 기적'
북극행 특급열차 타고 산타 마을 향하는 환상적 여정..'폴라 익스프레스'
호기심많은 소년과 허당 도둑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노엘의 선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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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산타클로스가 찾아올까.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사진=IMDb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12월 25일은 성탄절, 예수의 탄생일이다. '즐거운 성탄'이라는 뜻의 '메리 크리스마스'는 종교는 달라도 전세계인들이 주고 받는 가슴 따뜻한 인삿말로 이 날 하루 만큼은 불신, 증오, 반목이 없는 평화로운 날로 즐기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이 기독교 편향적이라며 중립적인 의미로 '해피 홀리데이' (Happy holidays)를 함께 써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홀리데이'를 함께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초기부터 "사람들은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를 쓰게 된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리고 '메리 크리스마스'만을 쓰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 자신의 지지층인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

태어나서 세례를 받을 때, 결혼식 때 그리고 장례식 때 이렇게 생애 단 세 번만 교회 혹은 성당에 간다는 서구 기독교인들이지만 그래도 성탄절을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들은 수백편 넘게 제작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오전부터 TV에 방영될 영화들은 이미 예상되는 바. 에디터가 엄선한 영화 네 편을 소개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 올려진 '34번가의 기적'.사진=디즈니 플러스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 올려진 '34번가의 기적'.사진=디즈니 플러스

소녀 나탈리 우드가 출연하는 '34번가의 기적' (1947)

매년 벌어지는 '메이시 백화점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앞두고 산타 분장을 한 연기자가 술취한 것을 우연히 발견한 크리스 크링글(에드문트 그웬). 그는 이벤트 책임자 도리스 워커(모린 오하라)를 찾아가 술취한 산타를 보고 아이들이 실망하면 어떡하냐며 항의한다. 도리스는 연기자를 해고하고 대타를 찾지만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자 긴 수염과 외모가 산타처럼 보이는 크리스에게 산타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산타를 연상시키는 외모에 부드러운 미소의 크리스가 산타클로스를 맡은 뒤 아이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되고 크리스는 메이시 백화점의 대표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한편 도리스는 그가 유명세를 얻으면서 아이들에게 허황된 꿈을 심어준다고 생각하며 못마땅해 하는데...

남편과 이혼한 도리스는 딸 수잔(나탈리 우드)에게 현실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무미건조한 아이로 키웠기 때문. 산타클로스는 없다고 믿으며 자라온 수잔은 크리스를 보고 정말 산타라면 자신이 원하는 큰 집을 갖게 해달라고 조른다. 동화같은 삶을 살며 동심을 사랑하는 크리스가 이상하다며 정신감정까지 의뢰하는 메이시 백화점 간부들. 결국 법정에서까지 산타가 존재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지만 다행히 크리스의 순수함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된다. 

지나치게 현실적이던 도리스와 수잔 모녀는 크리스에 의해 꿈과 희망, 믿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수잔의 가슴 속에 산타클로스의 기적이 이뤄진 것이다.

 

산타의 존재를 믿게된 산타(에드문트 그웬)과 수잔(나탈리 우드).사진=IMDb
산타의 존재를 믿게된 수잔(가운데 아래, 나탈리 우드).사진=IMDb

고전 영화 '34번가의 기적'은 1973년, 1994년 두 번이나 리메이크 된 고전중의 고전이다. '이유없는 반항', '초원의 빛',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 출연했던 청춘 스타 나탈리 우드의 9세 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탈리 우드 전기(傳記)에 따르면 나탈리는 촬영 내내 산타 역의 에드문트 그웬이 진짜 산타클로스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아카데미 각색상, 원작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골든 글로브에서도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에드문트 그웬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이제야 산타가 있다는 걸 믿겠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고. 

뉴욕 시 34번가는 바로 메이시 백화점이 있는 곳. 영화 속 메이시 백화점 장면은 실제 34번가 뉴욕 본점에서 촬영됐다.  1858년 뉴욕 맨해튼 34번가와 7번가가 만나는 곳에 오픈했던 메이시 백화점은 미국내 가장 화려하고 큰 규모의 백화점으로 20세기 후반 파산할 때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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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을로 가는 북극행 특급열차 '폴라 익스프레스'. 사진=IMDb

 

퍼포먼스 캡쳐 기법으로 섬세히 묘사한 '폴라 익스프레스' (2004)

크리스마스 이브, 한 소년이 산타클로스가 올해도 올까 의심반 기대반 잠을 못이루고 있다. 사춘기가 시작된 소년은 산타가 정말 있는지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 북극에는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는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그들의 부모 역시 소년에게서 마법이 풀려가고 있다고 믿기 시작하는데...

자정 5분전, 밖에서 굉음이 들려 나가보니 거대한 증기기관차가 집 앞에 정차한다. 잠옷 차림으로 뛰어나가니 기차의 차장은 승차하라고 소리치며 소년에게 열차를 탈 거냐고 묻는다. 소년이 어디로 가는 기차인지 묻자 "이건 북극행 특급열차란다"라며 차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그러면서 탑승자 명부에 이미 소년의 사진이 있다며 기차를 타라고 설득한다.

 

"올해는 백화점 산타랑 사진도 안찍고 산타한테 편지도 안쓰고 [...]

무래도 올해가 중요한 때가 같은데 내가 너라면 이 기차를 타겠다"

 

소년처럼 잠옷 차림의 친구들로 가득 찬 기차는 북극의 산타클로스 마을로 향한다. 기차표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의심많은 소년을 도와주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기차는 북극 산타 마을에 도착하는데...그 곳에서는 수천명의 엘프가 전세계 어린이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고 있었다. 친구는 썰매의 종소리가 들린다고 하지만 아직 소년에겐 들리지 않는다. 보기 전에는 믿지 못하는 소년. 마침내 엘프 사이에 산타클로스가 등장하자 소년에게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산타는 소년에게 종을 선물하지만 그만 도중에 잃어버리게 되고...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 다음 날 크리스마스 아침.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산타가 주었던 방울을 발견한다. 소년은 산타로부터 받은 작은 방울을 영원히 간직한다. 

 

친구들도 방울소릴 들을 수 있었지만 세월이 가면서 아무도 들을 수 없게 됐다.

언젠가부터는 내 동생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도 크리스마스를 믿는 내게는 여전히 아름다운 방울 소리가 들린다.

 

첨단 기술로 표정하나하나를 담은 cg기법. 배우 톰 행크스.사진=IMDb
첨단 기술로 표정하나하나를 담은 CG기법. 배우 톰 행크스.사진=IMDb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는 최초의 모션 캡쳐 영화로 2006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실제 배우 몸에 센서를 붙이는 모션 캡처의 일종인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됐다. 모션 캡처는 애니메이션 영화와 비디오게임에서 가상 인물이 사실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해주는 장치. 실제 인물의 움직임들을 포착해서 그것들을 컴퓨터로 만들어 낸 등장인물에 적용함으로써 완성된다.

톰 행크스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8세 소년, 차장, 산타클로스 등 1인 5역을 연기하였다. 이 영화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세번째로 호흡을 맞춘 톰은 이미 '포레스트 검프'와 '캐스트 어웨이'를 함께 했다.

저메키스 감독은 80년대 최고의 히트 시리즈 중 하나인 '백 투 더 퓨처'의 감독. 1989년, 1990년 연속으로 발표한 '백 투 더 퓨처'의 2편, 3편 역시 큰 성공을 거뒀다. 스필버그 수제자로 알려진 저메키스는 스필버그처럼 최첨단 기술을 시도해왔다.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스필버그의 그늘에서 벗어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네이버영화
겁없는 꼬마와 초짜 도둑이 만나 벌이는 한밤중의 소동을 그린 프랑스 코미디 영화 '노엘의 선물'. 사진=네이버영화

호기심 짱 소년과 허당 도둑의 콤비...'노엘의 선물' (2014)

일찍 세상을 떠난 아빠를 만나기 위해 별나라에 가고 싶어하는 꼬마 앙투완 (빅토르 카발). 어느날 자신의 집 베란다에 잘못 들어온 산타복장의 한 남자(타하르 라힘)와 마주치는데, 앙투완은 하느님이 기도를 들어주셔서 산타가 찾아온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달라는 선물은 주지 않고 허둥지둥 도망가기 바쁜데...사실 그는 산타복장을 하고 빈집만 골라 터는 좀도둑이었던 것. 

도둑을 진짜 산타라 믿은 앙투완은 썰매를 타게 해달라며 졸졸 쫓아다니는데 금을 모으면 썰매를 타고 별나라 갈 수 있다며 회유하는 도둑은 몸집이 작은 앙투완을 이용해 금을 훔치기 시작한다. 도둑의 거짓말에 넘어 간 앙투완과 도둑은 콤비가 되어 겨울 밤 파리의 지붕을 누빈다.

앙투완을 속이고 이용하는 나쁜 어른이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텔레파시로 별나라와 통신한다며 앙투완을 달래주는 도둑. 재소자 신분으로 전자발찌를 차고 잠시 외출을 나왔던 그는 앙투완과 하룻밤 동안 우정을 쌓으며 점차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데. 이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된다.

 

네이버영화
지붕 위를 넘어 다니는 장면 등을 스턴트 없이 해낸 빅토르 카발. 사진=네이버영화

코미디 영화 '배틀 트립 투 그리스'로  인정받은 알렉산더 코페르 감독은 “앙투완은 별나라에 있는 아빠를 보러 가기 위해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아이지만 삶을 계속 살아나가려면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어린 아이 같은 믿음을 포기해야 한다. 반면 도둑은 앙투완과 함께 시간을 보낸 후 인생의 방향을 찾게 된다. [...] 이것이 바로 마법 같은 크리스마스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앙투완 역을 맡은 빅토르 카발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붕 위를 넘어 다니는 장면 등을 스턴트 없이 해냈다. 빅토르는 '나 홀로 집에' 시리즈의 '케빈'(맥컬리 컬킨)처럼 엉뚱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면서도 동시에 감동을 주는 연기로 프랑스 관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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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이 그친 그 곳. 1914년 크리스마스 이브, 그 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을까. 사진=네이버영화

 

크리스마스 휴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메리크리스마스' (2005)

1914년 제 1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 북부 독일군 점령지역, 백 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독일, 프랑스-영국군의 전투가 벌어진다. 독일의 소프라노 안나 소렌슨은 참전한 남편 테너 슈프링크를 만나기 위해  장교들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고 그걸 구실로 남편을 전장(戰場)에서 불러내 함께 공연한다. 함께 있고 싶었던 안나의 기대와 달리 슈프링크는 그 날 밤만은 참호 속 전우들에게 노래를 불러줘야 한다며 떠나려고 하자 안나도 함께 전쟁터로 향하는데...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참호에서 비루한 저녁을 먹고 있던 군인들의 귀에 영국군의 백파이프 연주가 들리기 시작하고, 연주를 듣는 독일군과 프랑스군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슈프링크는 그들이 만든 트리를 참호 위에 올려 놓으며 노래로 화답한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이 노래는 1818년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진 곡으로 세 나라의 군인들 모두 알고 있는 노래였다. 다시 이 노래에 맞춰 영국군이 백파이프로 반주한다. 함께 노래하며 참호를 나오는 군인들.

영국군 장교가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동안 휴전을 제안한다.  

 

오늘밤 전쟁이 결정나는 건 아니잖소
성탄 이브에 총을 놨다고 뭐랄 사람은 없을 거요.


샴페인을 나눠 마시며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프뢸리헤 바이나크텐!" (Fröhliche Weihnachten), "쥬와이유 노엘!" (Joyeux Noël) 등 자국의 인사말로 성탄을 축하한다. 영국인 신부가 집전한 성탄미사가 끝나자 각자 진지로 돌아가는 것으로 휴전이 끝났지만 다음날 세 나라의 장교들이 다시 모여 모닝 커피를 마시며 각국 진지에 방치된 사망한 군인들의 시신들을 돌려보내자는 인도적 협의를 맺는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1914년 영국, 프랑스, 독일 군사들간에 실제로 일어났던 기적 같은 ‘크리스마스 휴전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완성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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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장교(왼쪽부터),프랑스군 장교, 독일군 장교가 성탄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각국 진지에 방치된 시신들을 돌려주자는 협의를 하는 모습. 사진=IMDb

감독인 크리스티앙 카리옹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14년에서 1918년까지 실제로 독일 점령지역이었던 프랑스 북부 출신이다. 어린 시절 많이 들었던 독일점령기의 일화들과 북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전쟁에 대한 아픈 기억을 이 영화를 만들면서 많이 참고했으며, 1993년에 이브 뷔페토의 논픽션 '플랑드르와 아르투아의 전투 1914-1919' 에 수록된 '믿을 수없는 1914년의 크리스마스'를 읽고 영감을 받아 그 때부터 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독일군 테너의 노래가 양국 병사들에 의해 갈채를 받는 장면, 세 나라의 군인들이 서로 우정을 쌓으며 함께 축구를 하는 장면 등은 모두 실화에 근거한 것으로 카리옹 감독은 이를 사실적이면서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감동적인 휴전 그 날 이후 그들은 어떻게 됬을까. 이 사실이 수뇌부에 알려지면서 프랑스-영국군은 베르됭으로 이동 명령을 받고, 독일군은 동프러시아에 보내져 러시아와 맞서는 최전선에 투입됐다. 

영화에서 휴전 사실을 알게된 프랑스 장군은 "조국이 점령당한 판국에 적군과 놀아날 수 있냐!"며 비난한다. 그러나 당시 휴전에 협정했던 프랑스 장교는 이렇게 말한다. 

 

조국이라고요? 우리가 어떤 고통을 겪는지 알기나해요? 칠면조나 뜯으며 명령하는 자들 보다 독일인이 더 가깝게 느껴져요.

 

어느 전쟁에서나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과 전쟁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은 늘 같지 않았다는 것. 과연 적은 누구인가.

제 63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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