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뉴트로 열풍의 상징, ‘양준일 신드롬’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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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뉴트로 열풍의 상징, ‘양준일 신드롬’이 반가운 이유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12.21 21:34
  • 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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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저런 외모로 나이 들어야 하는데 다음 생을 기약해야 할 듯’, ‘양준일 50대 실화냐’, ‘이런 매력남을 몰라봤다니’

이달 초 가수 ‘양준일’이 출연한 JTBC ‘슈가맨3’를 시청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과거 청소년 시절 들었던 그의 노래는 꽤나 어려웠다. ‘리베카’나 ‘가나다라마바사’ 등 양준일의 대표곡들은 익숙하지 않은 가사와 멜로디로 이질감마저 들게 했다. 

30여년이 흘러 이제야 이상하리만큼 귀에 감기는 음악들은 그를 두고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이라는 다수의 해석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게 한다. 1990년대에 느꼈던 물음표가 2019년,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다. 

◆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레트로’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이 ‘뉴트로 트렌드’다. 이는 복고를 유물로 취급하지 않고 소환해 내 재해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자칫 시대가 알아보지 못해 ‘불운의 아이콘’이 될 뻔했던 가수 양준일은 단 한 번의 방송 출연으로 ‘뉴트로 열풍’이 발굴해낸 ‘행운의 아이콘’으로 급변했다. 최근 팬카페 회원 수가 4만 명을 넘었고, 31일 생애 첫 팬 미팅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독특했던 그의 음악 스타일과 지금 봐도 시대를 구분 짓기 힘든 세련된 무대매너는 뉴트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눈에 띄며 ‘탑골GD’라는 별명을 탄생시켰다. 이는 빅뱅의 ‘지드래곤’을 닮은 비주얼과 오래 전 가요프로그램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 이른바 ‘온라인 탑골공원’의 합성어다. 

사실 양준일은 방송 출연 전부터 이미 온라인 탑골공원의 스타였다. 그의 존재를 몰랐던 1020세대가 과거 영상을 보며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양준일 신드롬’을 만들어낸 토대가 된 것이다. 

방송을 통해 그가 가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과 현재 미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서빙 일을 한다는 담담한 고백까지... 오랜 세월동안 심하게 앓아왔을지도 모를 삶의 히스토리는 아프게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준수한 외모와 여전히 멋진 무대매너는 대중에게 매력적인 ‘아티스트 양준일’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겠지만 그보다는 대중이 그의 진가를 ‘그때는 몰랐고 지금에야 알았다’라고 하는 게 정확한 해석이겠다. 

가수 양준일. 사진=JTBC 슈가맨3
가수 양준일. 사진=JTBC 슈가맨3

◆ 확장된 ‘우리’를 가능케 한 ‘뉴트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따금씩 옛날에 더욱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 시절 노래를 들으면서 좋았던 기억을 더듬어 보며 그렇게 추억이라는 이름에 기댄다. 현재진행형인 삶에서 한 발짝 떨어지고 싶을 때 과거를 봉인해제 시킨다. 

그런데 빛바랜 기억을 불러내는 통로가 다름 아닌 ‘유튜브’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가장 핫한 플랫폼에서 시대가 지난 올드한 것들과의 조우, 이 아이러니함이 빚어내는 ‘조화’가 즐겁다.

단지 ‘우리 시절’로의 회귀만이 아니다. 그때를 경험하지 못했던 밀레니얼 세대에게 올드함은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그 새로움에 열광하는 이들로 인해 좁은 의미의 ‘우리’라는 이름은 세대를 뛰어넘어 확장된다. 

1020세대가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발굴해낸 탑골GD 양준일, 그의 신드롬을 가장 반가워하는 세대가 30~50대라고 한다. 그를 바라보는 세대별 의미는 ‘추억’과 ‘새로움’으로 각기 다르지만
같은 대상에 이 같은 세대가 환호하고 있다는 건 실로 즐거운 일이다. 

추억과 새로움이 더해져 ‘힙’한 스타일이 되는 ‘뉴트로 트렌드’, 세대를 아우르며 나타난 ‘양준일 신드롬’은 그래서 ‘시간 관통의 미학’이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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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2019-12-26 09:45:43
첨보는 가수에게 느끼는 시대를 초월한 30여년의 반전!

현명해 2019-12-23 12:07:37
컬럼 완전공감입니다!
시대의 낙오가 아닌 양준일씨 내딘 걸음이 빠르고 그 보폭이 컸을 뿐
역시 신념있는 실력자는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법!

찐미 2019-12-23 01:55:44
억울해요 능력있는아티스트를 28년동아보지못한것이~~

유정 2019-12-22 23:36:24
신세대 어린 뮤지션들에게
좋은 모델링이 될것같아요~♡
자신의 예술세계를 지킨 진정한 예술가 입니다

엘에이 2019-12-22 18:31:54
뮤직뱅크 음악중심나와도 젊은층들이 환영할것 같네요
젊은 가수들의 무대에 양준일님 꼭 그 무대서서 다양한 층의 음악 선물을 해주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