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세 종교학자가 말하는 유다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신학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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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세 종교학자가 말하는 유다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신학의 식탁'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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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준, 박태식, 박현도 세 종교학자가 깊이 있게 풀어낸 ‘세 종교’ 이야기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었으나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갈등과 반목 풀어내
종교는 그 자체로 존재, 발전하는게 아니라 주변의 관계 속에 존재하고 발전하는 것
신학의 식탁. 들녁 펴냄.
신학의 식탁. 들녁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크리스마스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여느 시즌처럼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장식물이 거리를 뒤덮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열리는 이벤트와 별다르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아기 예수 탄생을 중요한 행사로 생각하는 천주교나 개신교 신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겠지만 크리스마스를 통과의례처럼 기다리는 비신자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냥 먹고 마시고, 선물 주고받는 축제로만 보이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 시절 종교를 다룬 책을 골랐다. ‘신학의 식탁’. 세 종교학자가 풀어쓴 유다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이야기다. 전 세계 사람들 절반 이상이 믿는 이 종교들은 모두 중동에서 탄생했다. 그 시작은 유다교였고 다음에는 그리스도교가 마지막으로는 이슬람교가 태어났다. 같은 지역에서 태어난 세 종교는 그 뿌리도 같다.

세 저자는 한 종교씩 맡아서 그 뿌리를 파헤쳐 보고 거기서 나온 줄기와 가지들은 어떻게 뻗어 나갔는지 각자의 문체로 이야기한다. 첫 부분은 ‘구약성경’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의 뿌리를 알아본다. 저자는 ‘구약학성서언어학’과 ‘고대근동언어’ 전문가 ‘주원준’이다.

 

구약학은 구약성경과 관련된 언어, 문학,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 연구방법에 바탕을 둔 구약학 연구는 구약성경을 더욱 깊이 탐구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사진=pixabay
구약학은 구약성경과 관련된 언어, 문학,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 연구방법에 바탕을 둔 구약학 연구는 구약성경을 더욱 깊이 탐구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사진=pixabay

주원준은 구약성경을 토대로 연구하는 ‘구약신학’과 ‘구약학’의 차이를 설명하며 시작한다. 그중 구약신학은 “신앙을 바탕으로 신학적 주제”를 다룬다. 흔히 설교 시간에 들을 수 있는 구원론, 메시아론과 같은 신학적 주제를 연구한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의 신학대학에서 언급하는 구약학은 일반적으로 구약신학을 의미할 때가 많다고 한다.

반면 구약학은 구약성경과 관련된 언어, 문학,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 연구방법에 바탕을 둔 구약학 연구는 구약성경을 더욱 깊이 탐구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저자는 구약신학과 구약학의 기반이 되는 ‘고대근동학’도 소개한다. 고대근동학은 과거 중동 지방의 언어, 역사, 정치, 사회 현상 등을 연구한다. 저자는 이를 기반으로 고대 근동 문명이 유다교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한다.

고대 이스라엘은 강대국 사이에 낀 완충지대였다. 역사적으로도 독립 왕조보다는 식민 통치를 받는 시절이 많았다. 덕분에 지배하는 민족의 언어와 풍속을 따를 때가 많았다고. 주원준은 그런 대표적 사례들을 소개하며 고대 근동 문명과의 접촉이 고대 이스라엘의 언어, 문학, 정치, 풍속 등에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구약성경은 물론 유다교 형성 과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한다.

 

“구약성경은 (주변 강대국과) 끊임없는 대화와 교류의 과정에서 탄생하고 전승된 문헌이다.” (113쪽)

 

두 번째 부분은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와의 관계를 다룬다. 저자는 성공회 사제이며 성공회대학교 교수인 박태식이 맡았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구약시대로부터 대부분의 시기를 식민 통치의 그늘에서 살아야 했던 역사를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유다교 교리를 놓고 파생한 집단들인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에세네파가 태어났다고. 그들은 “하나님이 직접 전해준 율법을 만사의 중심에” 놓거나 “헬레니즘 문화를 수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이득을 보려”하는 등 의견 차이를 보이며 반목했다.

저자는 의견을 달리하는 집단들이 구약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전승문학과 묵시문학, 메시아사상과 부활 등 유다교 교리를 두고 논쟁한 역사를 설명한다. 사람들이 흔히 유다교 경전으로 알고 있는 탈무드 탄생 배경과 탈무드를 해설하기 위해 생겨난 많은 보조 개념들도 소개한다.

유다교에서 그리스도교가 빠져나온 가장 큰 이유는 예수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유다교가 예수를 어떻게 보았는지 밝힌다. 처음에는 이스라엘 곳곳에서 활동하는 이름 없는 종교 활동가 중 하나로, 아무런 위험이 없는 존재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연합뉴스
유다교에서 그리스도교가 빠져나온 가장 큰 이유는 예수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유다교가 예수를 어떻게 보았는지 밝힌다. 처음에는 이스라엘 곳곳에서 활동하는 이름 없는 종교 활동가 중 하나로, 아무런 위험이 없는 존재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연합뉴스

 

예수는 예루살렘 순례와 성전에서의 제사를 교인의 의무로 만들고 그 통과의례를 경제적 이익 장치로 만든 종교지도자들을 맹비난했다. 자기가 비난받는다는 것은 곧 하느님을 비난하는 것으로 해석한 유다교 지도자들은 예수를 고발했다. 유일신 모독죄로 기소된 예수는 결국 로마의 정치범처럼 십자가형으로 처형되었다.

저자는 예수의 메시지를 유다교 교리와 비교를 한다. 같은 주장도 있지만 결이 달라지며 맥이 달라지는 내용도 생겼다고. 그 해석의 차이 때문에 예수는 죽임을 당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수가 종교지도자들과 율법해석이라는 지점에서 부딪혔다는 사실이다. (중략) 예수의 선포가 기존의 제도권 유다교와 심각한 대립 상황에 놓여 있었다.” (231쪽)

 

jtbc 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공저자 박현도. 사진=jtbc
jtbc 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공저자 박현도. 사진=jtbc

 

마지막 부분은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박현도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이슬람 이해 안내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란 테헤란 대학교에서 이슬람을 공부한 저자는 카톨릭 신자라고 한다. 그는 중동과 이슬람 관련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방송에서 찾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글에서 저자는 한국에서 이슬람이 오해받는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한국 교회가 이슬람을 악마처럼 생각하고 적그리스도로 몰아가는 현실도 무척 아파한다. 그래서일까 이슬람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저자의 마음이 글에서 느껴졌다. 덕분에 이슬람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던 사실들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유다교가 전해준 유일신관을 이슬람도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슬람에서 말하는 알라(Allah)는 유일신(The God)을 가리키는 말이다. ‘알라 외에 신은 없다’라는 말은 그리스도교인에게 ‘하느님 외에 다른 신은 없다’라는 말과 같다고 한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함마드를 알라의 사도로 보는 것이다. 이슬람 전통에서 예수 역시 사도이기 때문이다.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자 하느님 그 자체로 믿는 그리스도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이다.

또한 저자는 무함마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한다. 사료로 본 무함마드의 인생과 종교 활동은 물론 그리스도교 시각에서 본 비판까지. 하지만 저자는 철저히 이슬람 경전과 균형 잡힌 연구 자료만으로 무함마드를 바라보고 해석한다.

흔히 코란으로 알고 있는 ‘꾸르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며 구약성경과 비교도 한다. 무엇이 같고 어떤 게 다른지. 특히 꾸르안에는 그리스도인을 우호적으로 다룬 내용이 많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슬람은 “(사도이자 인간인) 예수의 신성을 강조하는 그리스도론을 알라의 유일성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인다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갈라진 지점이다.

하지만 저자 박현도는 진실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진지하게 이웃 종교인 이슬람을 들여다보자고 제언한다.

 

“유일신 전통이라는 커다란 집에서 같이 유일신을 믿지만, 해석을 달리하는 친구로 무슬림을 받아들이면 어떨까?” (387쪽)

 

세 저자가 이야기한 세 종교 이야기에서 다른 듯 같은 메시지를 읽었다. 종교는 혼자서 존재하고 발전하는 게 아니라 주변과 관계하면서 존재하고 발전한다고. 비록 세 종교가 한 뿌리에서 나와서 갈라졌지만 종교 본연의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는 같다고.

오늘날 한국은 나와 다른 것을 혐오하고 저주하는 게 일상인 나라가 되어버렸다. 그 한가운데에 종교가 굳게 자리 잡고 있다. 정확히는 역사와 하느님을 자기가 원하는 모습대로 해석하는 일부 기독교(라고 쓰고 교회라는 건물을 사랑하는) 집단이 그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을 모독했다고 고발당했지만 정치범처럼 처형당한 이천 년 전 예수는 오늘 한국 교회를 보고 뭐라고 할까. 가장 낮은 자리에 태어나고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죽기까지 헌신한 자기를 한국 교회가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면 뭐라고 할까.

그런 한국 기독교가 앞장서서 크리스마스를 소비하고 배설하는 통과의례로 만들어 버린 건 아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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