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女총리가 어때서?"...핀란드에 유리천장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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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女총리가 어때서?"...핀란드에 유리천장이 없는 이유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18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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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마린 총리 배출..세계 지도자 중 최연소
과거 할로넨 대통령 10년이상 재임하기도
유럽국가 중 여성에게 참정권 준 최초 국가
성중립 대명사 '핸(Hän)' 사용 정부가 적극 장려
리 안데르손(32) 핀란드 신임 교육장관, 마리아 오히살로(34) 내무장관, 산나 마린(34) 총리, 카트리 쿨무니(32) 부총리 겸 재무장관(왼쪽부터)이 지난 10일(현지시각) 핀란드 의회에서 공식 임명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 안데르손(32) 핀란드 신임 교육장관, 마리아 오히살로(34) 내무장관, 산나 마린(34) 총리, 카트리 쿨무니(32) 부총리 겸 재무장관(왼쪽부터)이 지난 10일(현지시각) 핀란드 의회에서 공식 임명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남자도 대통령 할 수 있어요?"

우스갯소처럼 들리지만, 핀란드에는 부모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어린 아이들도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질문을 언급하며, 핀란드에서는 여성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너무도 익숙한 일이라고 소개했다. 

헬싱키의 중앙도서관에서 어린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빠들이나, 어린아이 손을 잡고 호수 옆 공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는 아빠들을 만나는 것은 핀란드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 결과, 핀란드는 취학 연령의 아이들이 엄마보다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나라다. 

국가가 국민들의 여가시간에 대한 약속, 즉 일을 정해진 시간에만 하고, 가족들이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약속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핀란드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정부가 국민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의 우먼 파워..새로운 것은 아니다

최근 핀란드의 일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산나 마린 신임 총리를 빼놓을 수 없다. 마린 총리는 34세의 나이에 세계 정상 중 최연소 지도자로 이름을 올렸다.

핀란드 연정에 참여한 사회민주당과 중도당, 녹색당, 좌파연합, 국민당 등 5개 정당 대표 중 사민당의 린네 전 총리를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며, 이중 3명은 30대다.

새로 출범한 내각의 장관은 총 19명인데, 이 중 여성이 12명으로 남성(7명)을 압도한다. 현재 의회 200석 중 여성은 94석을 차지한다.

여성이 요직을 차지한 것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 타르야 할로넨 사회민주당 대표가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해 2012년까지 10년 이상 재임했다. 임기 중 안넬리 예텐메키(2003년), 마리 키비니에미 총리(2010~2011년) 등 두 명의 총리가 탄생하기도 했다. 
  
유럽국가 중 최초로 여성에 참정권

핀란드에서는 여성이 이토록 정치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핀란드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아의 자치령이었던 핀란드는 1906년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었고, 같은 해 여성이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일이기도 했다. 이듬해인 1907년에는 첫 여성 의원이 탄생했고, 1926년에는 첫 여성 각료가 등장했다.

핀란드는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정치계에서 여성의 입지를 굳혀왔고, 이번에는 세계 최연소 총리까지 배출해냈다. 

하지만 정작 핀란드에서는 마린 총리의 나이나 성별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마린 총리 역시 "나이와 성별에 대한 질문은 부적절하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한 핀란드 시민은 "우리는 그것(나이와 성별)에 대해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단지 올바른 위치에 오른 총명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핀란드 정부는 성별과 무관한 대명사 '핸(Hän)'을 사용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핀란드 정부 홈페이지
핀란드 정부는 성별과 무관한 대명사 '핸(Hän)'을 사용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핀란드 정부 홈페이지

1543년부터 성중립 대명사 사용 

핀란드에서 또 한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핀란드어에는 남자 혹은 여자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없다는 점이다. 영어로 그(he)나, 그녀(she)는 핀란드어로는 모두 '핸(Hän)'으로 통용된다. 핀란드어 '핸'은 1543년부터 문자언어로 쓰였으며, 그 이전부터 구전언어로 사용돼왔다. 

핀란드 정부는 관련 홈페이지에서 "누군가를 성별과 무관하게 부를 수 있는 대명사를 사용하는 일은 차별을 없애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라며 "핸은 포용적인 핀란드어 인칭 대명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핀란드는 성중립 대명사 사용 캠페인을 정부 차원에서 시작했을 정도로 평등 지향적"이라고 보도했다. 

핀란드, 남녀평등 3위...한국은 108위

스위스의 싱크탱크 세계경제포럼(WEF)이 17일(현지시각) 발표한 '글로벌 젠더 갭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핀란드는 세계 남녀평등 상위국 순위에서 전체 153개국 중 3위를 차지했다. 핀란드는 성별차이 지수가 0.832를 기록했는데, 1은 완전평등을, 0은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아이슬란드(0.877)와 노르웨이(0.842)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카트리 쿨무니(32)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핀란드에서) 유리천장을 느낄 일은 없다"고 단언하며 "정치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누구나 정책 결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세계 남녀평등 상위국 순위에서 108위(0.672)를 기록해, 지난 2018년 115위에서 7단계 상승했다. 중국(0.676)은 106위를 차지했으며, 일본(0.652)은 12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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