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경제전망 - 낙관적 편향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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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경제전망 - 낙관적 편향의 탓
  • 한용주
  • 승인 2015.10.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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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망에 대한 ‘불편한 진실’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지혜 필요

한용주 경제칼럼니스트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한국은행을 비롯한 공공 연구기관과 금융투자회사에서 새해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지난해 발표했던 올해 경제전망들이 하나 같이 빗나갔다. 이렇게 경제전망이 빗나갔다는 기사는 매년 반복되는 뉴스이다.

 

그 동안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1%포인트 이상 예측오차를 보였던 게 기본이었다. 2008년에는 무려 2% 포인트 이상 오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숫자에 대한 오차만 있는 게 아니라 경기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에 대한 예측도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전해에 가장 중요했던 변수는 그 다음해에 생명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을 포함한 연구기관들의 전망이 왜 이처럼 엉터리일까? 그것도 전망 수치가 2∼3%포인트 틀리는 게 아니라 아예 오르고 내리는 것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경제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과 올해 메르스 방역실패와 같은 예상할 수 없는 돌발 변수가 있었듯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설사 예상 가능한 변수라 하더라도 그 영향의 강도가 예측을 크게 벗어 나는 일도 허다하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와 국제경제 변화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인구구조 변화는 기존에 형성된 경제 예측모델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과거 인구가 증가하던 시대의 경제 모델을 인구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시대에 적용할 경우 예측치가 크게 벗어 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그 많은 연구기관이 번번히 엉터리 경제전망을 내놓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여기에 전문가는 알지만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한국은행과 같은 공공 연구기관과 대기업 경제연구소의 경제 전망치가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비관적 전망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닫게 만들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실적으로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 정부와 협력하여 국민경제 운용에 책임을 나누는 기관으로 심리적인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비관적인 전망은 꺼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Wall street 금융회사는 정치 후원금을 가장 많이 내는 이익집단이다. 미국 대통령도 Wall street 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후보자를 연방은행 의장으로 임명하기 어렵다. 전임 연방은행 의장들이 퇴임 후 Wall street에서 강연과 책 발간을 통해 거액의 수입을 올리는 것만 보더라도 그들의 유착관계를 알 수 있다. 미국은 민주정치 국가이면서 금권정치 국가이기도 하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공공기관도 Wall street 금융회사의 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공공 연구기관은 그렇다 하더라도 Wall street금융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민간 투자금융회사들이 내놓은 전망이 방향성이 틀리거나 큰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건 또 왜 그럴까?

 

사람은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고 바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약 94%라고 한다.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낙관적인 전망으로 상품을 권유하면 잘 팔린다는 점을 알고 있다. 금융회사는 투자 금융상품을 판다기 보다는 희망을 판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은 금융회사에서 희망을 사는 것이다.

 

 

투자금융회사 대부분은 주주로부터 경영실적을 매년 평가 받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고객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우선하여 경영한다. 현실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할 때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할 때 경영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투자금융회사는 낙관적인 전망을 선호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전세계 수많은 공공 연구기관과 금융회사의 경제전망이 낙관적으로 편향되는 경향이 있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고 불확실성이 커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데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낙관적인 편향이 더해져서 엉터리 전망치가 발표되는 것이다.

 

이렇게 경제전망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있지만 실상 우리 자신에게도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믿으려는 속성이 있고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듣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취사선택하여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성이 있는데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투자자가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투자자 자신이 조급함과 욕심에 사로잡히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이 바라는 대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희망이라는 덫에 빨려 들게 되는 셈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큰 흐름은 예측할 수 있다. 단기적인 경제전망에 매달리지 말고 큰 흐름만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큰 흐름만 활용해도 우리는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

 

경제전망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삼성증권 투자권유대행인 ▲삼성생명 종합금융컨설턴트
010-8993-7058 jamesha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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