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의 이란 이란] 호르무즈 파병, 우리정부 신중하게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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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의 이란 이란] 호르무즈 파병, 우리정부 신중하게 결정해야
  • 김 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
  • 승인 2019.12.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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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 긴장고조, 이란 배후설 증거없어
이란, 핵협정 준수 희망...미국·유럽 핵협정 이행안해
호르무즈해협 파병, 한국 선호하는 이란시장 잃는 것...신중해야
김혁 한국외대 교수
김혁 한국외대 교수

[김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 최근 우리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에 대해서 검토했다’고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요청한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5월부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유조선이 피격, 억류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석유 생산시설인 쿠라이스 유전과 아브카이크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미사일 공격으로 중동 지역내 긴장이 고조됐다.

이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 호송단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영국, 이스라엘, 호주,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지역 위기의 주범으로 이란을 지목하고 이란의 억지력 강화를 위해 군사동맹체를 구성, 이란의 면전에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목적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감시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사진= AFP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감시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사진= AFP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5월 이후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당시는 미국을 필두로 대부분의 전세계 언론에서 앞다투어 이란배후설을 내세웠지만 그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이란 배후설의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던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과 관련해서도, 지난 10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란에서 비롯되었음을 독자적으로 입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5월 이란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 독일간 2016년 타결한 이란 핵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독단적으로 탈퇴한 후 1년이 지난 올해 5월부터 이란은 4단계에 걸쳐서 이란 핵협정에서 제한한 핵프로그램의 일부를 재개했다.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지난 1년간 이란 핵협정 유지를 지지하는 협정 당사국들의 요구를 수용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등 핵협정에 규정된 의무를 준수하고 이에 대한 검증절차에도 순수히 응했다.

하지만, 미국의 독자적인 對이란 경제제재 부활 후에 유럽 3개국은 정치적으로는 이란 핵협정이 존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이란에게 약속한 이란산 원유수입, 이란과의 독자적인 금융거래 라인 운영은 지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이란 경제의 핵심 동력인 원유 수출 차질로 현지 화폐는 전년대비 1/3로 평가절하 되고 물가가 40% 이상 뛰어오르고, 실업률이 폭등하는 등 이란의 경제는 또다시 어려움에 빠져들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성실히 지킨 대가는 처참했다.

1년간의 인내에 따른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에 대해 이란은 독자적인 생존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고 지난 40년간 이어 온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 8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란 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도 미국의 제재에 맞서 ‘저항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저항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구축된 산업시설을 근간으로 경제구조의 석유의존도를 축소하고 자국산업 육성과 제재로 타격을 입은 민간 시설 개발과 자본 자산 매입에 정부의 지출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서방간 긴장 완화 조짐...이란대통령, 이번주 일본 방문도 

그러나, 이란 내부의 경제적 자립정책과 별개로 국제사회와의 유일한 정치적 소통 통로인 이란 핵협정에 대해, 이란정부의 입장은 '협정 존속'이다. 이는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미국을 제외한 이란 핵협정 서명 6개국 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참석 당사국들은 최근 이란의 핵프로그램 재개에 대한 중단을 요청하면서도 “모든 어려움과 차이점에도 당사국들은 핵협정에 대한 지지와 헌신에 있어 완전한 단결을 유지했다”며 미하일 울리아노프 빈 주재 러시아 대사가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지난주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 정부 중재로 각자 억류했던 상대국 학자들을 맞교환 후 이란정부는 추가적인 교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미국이 독자적인 제재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수감자 교환 문제 이외에 미국과 독자적으로 협상하지는 않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혔으나 그 외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양자가 아닌 이란 핵협정 당사국의 틀 내에서는 가능하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역내 이란과 첨예한 갈등을 보였던 미국의 최우방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오만, 쿠웨이트, 파키스탄 등 제 3국의 중재와 직접적인 메시지 교환을 통해 이란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19년만에 이란 로하니 대통령이 이번주 일본을 방문하는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긍정적인 기대를 보인 것으로 보아 이란 공격설 등 극단으로 치닫던 이란 관련 국제정세는 조금 진정된 듯 하다.

이번 이란-일본간 정상회담 시 일본은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에는 참여하지 않고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1대를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조사 및 연구’ 목적으로 배치하는 독자적인 활동 계획에 대해 이란에 양해를 구할 예정이다.

이미 이란은 어떤 외국 군대도 호르무즈 지역의 안정이나 안전, 평화에 공헌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 놓은 바 있어 이번 방문에서 양국간 진통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란이 일본의 중재로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다.

지난 8월 미 국방장관이 방한, 정경두 국방장관에 협력을 요청하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미국이 이미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 신호를 보냈다”며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8월 미 국방장관이 방한, 정경두 국방장관에 협력을 요청하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미국이 이미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 신호를 보냈다”며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정부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파병 검토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화를 통한 평화정착을 내세우고 있는 우리 정부가 정작 국외 갈등 지역에서의 군사행동에 동참하려는 것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평가할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란 핵협정이야말로 국제사회에서 오래된 첨예한 갈등을 무력이 아닌 외교적 대화로서 이루어 낸 다자주의 협상의 결과물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동시에 우리 기업과 중소 무역 업체들이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인구 8천만명에 이르는 '한국브랜드 선호시장'을 키웠고, 지금 이를 지켜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 김혁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겸임교수 및 김앤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외대 이란어과, 이란 테헤란대학교 역사학과 대학원(이슬람 이전 고대사 전공)을 졸업했다. 2012~2016년까지 LG전자 이란법인 TV담당 주재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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