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채권이든 야구든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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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채권이든 야구든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19.12.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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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맥스 먼시 선수에서 보는 극단적인 야구수비 '시프트'
채권시장에서도 올해 금리 하락, 듀레이션 확대 '지나친 시프트' 보여
가을이후 금리반등에 채권전문가들 '마음고생'...'사인'을 되짚어볼 필요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애널리스트] 맥스 먼시. 우리에게는 류현진의 LA다저스 동료이자 호쾌한 타격으로 알려진 야구 선수다. 지난 6월에는 다저스의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대결에서 홈런을 치고 난 이후 상대 투수인 매디스 범가너와의 설전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맥스 먼시는 이처럼 타격이나 경기에 임하는 열정적인 태도로 크게 주목을 받는 선수지만 필자에게는 끌어당겨치기 타법으로 상대 수비수들의 이른바 ‘시프트(shift)’ 수비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다.

시프트 알면서 반대 타구 못하는 까닭있듯

시프트는 야구 경기 중 수비를 하는 입장에서 상대 타자의 타격 습관을 근거로 타구가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구간에 수비수들을 대거 배치하는 수비 위치의 변화를 주는 전략을 일컫는다. 실제 맥스 먼시는 왼손 타자로 극단적으로 끌어서 당기는 타격 습관을 보이는데, 그 결과 대부분의 타구들이 1루와 2루 사이로 향한다. 따라서 맥스 먼시가 타석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수비수들은 주심의 위치를 기준으로 홈플레이트 오른쪽(1루쪽 방향)으로 슬금슬금 모인 반면 왼쪽(3루쪽 방향)으로 수비수가 전혀 없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LA다저스의 맥스 먼시는 상대팀이 3루 수비를 비우는 강력한 '수비 시프트'에 대해 홈런을 날려버리거나 간혹 번트로 대응, 상대팀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사진= 연합뉴스
LA다저스의 맥스 먼시(오른쪽)는 상대팀이 3루 수비를 비우는 강력한 '수비 시프트'에 대해 홈런을 날려버리거나 간혹 번트로 대응, 상대팀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5월 템파베이와의 경기에서 먼시는 자신에 대한 극단적인 시프트 수비를 역(逆) 이용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선보인다. 내야수들이 모두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1루와 2루 사이에 대거 자리한 사이에 공을 3루 방향으로 번트로 툭 밀어서 보내버린 것이다. 번트된 공은 수비수들이 없는 3루 방향으로 대굴대굴 굴러갔고, 그 결과 먼시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1루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인터넷 상에서 꽤 유명해진 이 장면은 우리에게는 당시 1루수였던 템파베이 최지만 선수의 허탈하면서도 멋쩍은 표정으로도 상당히 많은 조회수를 올린 장면이기도 하다. 시프트 수비는 타자들의 습관이라는 확률 정보에 근거하여 수비 위치를 변화하는 행위로 이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야구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됐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시프트 수비가 보편화되면 앞서 맥스 먼시의 사례처럼 간단히 타구 방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행위 만으로도 큰 힘을 쓰지 않고 소기의 성과(1루 진출)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타격 습관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아무리 시프트 수비를 하고 의식적으로 반대편으로 타구를 보내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한다. 또한 시프트를 의식하고 타격을 할 경우 오히려 타구의 질이 좋지 못해 그냥 시프트를 무시하고 자신의 호흡이나 리듬으로 타격한다는 선수들도 많다고 한다.

가을 채권시장, 채권운용자들 마음고생 컸던 이유도 '시프트' 탓

올해 채권시장은 연초부터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롱 포지션이 일상적인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연초 금리 하락과 장기물 중심의 급격한 금리 하락에 따른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금리 하락에 대한 배팅과 듀레이션 확대가 이른바 위너(winner)의 전략이었다. 그냥 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꾸준히 채권을 사고 듀레이션을 늘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운용 전략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처럼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강력한 매수 혹은 롱 포지션 전략의 승리는 반대로 가을 이후 진행됐던 급격한 금리 반등을 이끈 또 다른 이유들 중에 하나였다는 생각이다. 금리의 하락 폭이 깊고 그 과정에서 채권 운용자들이 단일한 포지션으로 일관했던 상황이 가을에 보여준 금리 상승 과정을 더욱 거칠고 크게 만들었다는 판단이다.

경기에 대한 판단이든 금융시장에서의 포지션이든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행보(포지션 쏠림)는 반대로 이에 상응하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지난 가을에 보인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마음 고생의 근간에는 여름까지 줄기차게 이어진 경기 둔화 혹은 경기 침체에 대한 강력했던 믿음이 일종의 반작용을 불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중앙은행을 비롯한 정책 당국은 기준금리 결정이나 경기 판단과 같은 행보 외에도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포지션 동향에 대해서도 매우 면밀하게 예의주시하고, 경우에 따라 포지션의 쏠림이 지나치다고 판단될 경우 직간접적인 수단을 동원한다.

올해 지난 가을직전, 'R(경기후퇴)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장기물채권에 돈이 몰리면서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같은 지나친 단일 포지션으로 인해 가을이후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시장이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지난 가을직전, 'R(경기후퇴)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장기물채권에 돈이 몰리면서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같은 지나친 단일 포지션으로 인해 가을이후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시장이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정책당국자도 MLB 수비코치처럼...크고작은 사인들

맥스 먼시가 타석에 등장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1루 쪽 방향으로 편향된 시프트 수비가 지나치게 반복될 경우 수비 코치가 사인을 보내 너무 3루쪽을 비워놓지는 말라는 경계성 메시지나 이에 대응하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과 동일한 구조다.

금융시장도 다른 일상들과 마찬가지로 기존에 익숙해진 관성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즉 가격이 오를 때는 계속 더 오를 것 같고, 빠질 때는 계속 더 빠질 것 같이 생각하는 속성이 강하다는 의미다. 연말을 앞두고 올해 여름 채권시장에서 나타났던 뜨거웠던 롱 포지션 일변의 상황에 대해 중앙은행을 비롯한 여러 정책 당국자들이 보여준 크고 작은 사인들을 다시금 생각나는 이유다. 채권이든 야구든 너무 과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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