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No"...위험자산에 눈돌리는 성급한 낙관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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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No"...위험자산에 눈돌리는 성급한 낙관론자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16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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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진전과 보리스 존슨 총리의 압승으로 불확실성 제거
안전자산 떠나 위험자산으로 몰리는 투자자들
성급한 낙관론에 대한 주의 목소리는 여전
미중 무역협의 진전 및 보리스 존슨 총리의 조기총선 압승으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무역협의 진전 및 보리스 존슨 총리의 조기총선 압승으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1년간 글로벌 경제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었다. '불확실성'이 바로 그것이다. 올 한 해 글로벌 경제를 암울하게 가려왔던 불확실성 중 두가지를 꼽으라면 '미·중 무역분쟁'과 '영국의 브렉시트 이슈'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가지 재료가 글로벌 경기의 발목을 잡아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개가 낀 듯 뿌옇기만 했던 두가지 불확실성이 지난주에는 살짝 개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 협정에 합의했고, 영국의 조기총선에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존슨 총리가 내세우는 '브렉시트'도 큰 탈없이 진행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던 두가지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섣부른 낙관론은 피해야 한다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놓고 있다. 

WSJ "안전자산 자금 빠진다"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금과 일본 엔화 등 안전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오고 있는 추세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안도감에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시는 이미 사상 최고수준으로 치솟았으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는 금을 꼽을 수 있다. 지난 9월 금 가격은 6년만에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하기도 하는 등 고공행진을 벌였으나, 지난 14일(현지시각) 기준 1480달러 수준에 그쳤다. 은 가격은 9월 최고 수준보다 15% 가량 하락했다. 

금 이외의 다른 안전자산들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일본 엔화 역시 하락세를 보였으며, 비교적 안전한 방어주로 알려진 유틸리티 주식은 이번 분기 S&P500지수 중 가장 수익률이 낮은 업종에 속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상승하는 미국 10년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각) 기준 1.90%를 넘어서는 등 4주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달러 대비 파운드는 지난 13일(현지시각) 2018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린앤어소시에이트의 시장 전략가인 이라 앱스타인은 "지금 안전자산이 왜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비단 미·중 무역합의와 영국의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 뿐만 아니라, 중국의 11월 카이신 제조업 구매지수가 4개월 연속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 세계 곳곳에서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급한 낙관론은 주의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에 팽배한 낙관론이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흐르던 찬 기류가 일단은 해소된 듯한 분위기지만, 향후 2단계, 3단계 협의로 이어지기까지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수석 임원인 크리스 자카랠리는 "주식은 지난 두달동안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미 7%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주가는 이미 올랐지만, 1단계 무역협의 역시 실질적인 관세 철폐가 아니라, 무역분쟁이 잠시 휴전됐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이라는 것. 

특히 아직 세부사항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여러가지 가능성을 폭넓게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뱅크레이트의 마크 햄릭은 "악마는 세부사항에 남아있다"며 "미국 농산물에 대한 중국의 구매, 지적 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등 보다 진행된 협정에 대한 내용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브렉시트 역시 갈 길이 한 참 멀다. 존슨 총리가 어떤 식으로 브렉시트를 진행해갈지, 그것이 영국 경제는 물론 유럽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미 보수당의 승리는 예견된 일이었고, 그 기대감이 시장에 미리 반영돼왔다"며 "이제 투자자들은 경제자료에 초점을 맞추는 등 기본 펀더멘털로 눈을 돌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 경기지표도 엇갈려

한편 미국의 경제 지표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론을 키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좋은 분위기라 하더라도 제조업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16일(현지시각) 서비스업과 제조업종을 두루 살필 수 있는 PMI 지수가 발표될 예정인데, 이는 미국 경제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이를 통해 현재 미국 경제의 객관적인 현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FT는 "경기후퇴에 대한 두려움이 단기적으로는 누그러진 반면, 미국의 견실한 소비가 기업투자 둔화와 맞물리면서 더이상 소비가 경제를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시에테 제네랄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테판 갤러거는 "소비지출이 둔화될 경우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언제 나타날 지 모른다"며 "미국이 2020년 봄에는 완만한 불경기(mild recession)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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