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트렌드]페이스북부터 중앙은행까지..'디지털화폐'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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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트렌드]페이스북부터 중앙은행까지..'디지털화폐'에 열광하는 이유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14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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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편리하고 비용 안드는 장점...정보관리의 안전성엔 의문
중국 CBDC 발행 준비 완료...스위스 등도 준비중
민간기업 위한 규율 마련 시급하다는 평가도 
페이스북이 디지털화폐 '리브라'를 내놓은 후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이 디지털화폐 '리브라'를 내놓은 후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여름, 페이스북이 디지털화폐인 리브라(Libra)를 공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회사가 돈을 만들어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미 의회는 부랴부랴 청문회를 소집했다. 정보수집과 관련한 공세가 이어졌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미국 규제기관의 승인이 없다면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영국 영란은행의 마크카니(Mark Carney) 총재는 달러를 대체할 만한 국제 결제통화 창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은 앞으로 몇달 안에 위안화의 디지털 화폐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와 싱가포르, 캐나다 중앙은행도 디지털 화폐를 검토하고 있고,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개월 사이에 글로벌 기업부터 중앙은행까지 전세계가 디지털화폐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법 제정이 미비하다는 커다란 약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디지털 화폐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디지털화폐, 사회문제에도 초점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소개하면서 강조한 디지털화폐의 가장 큰 장점은 '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의 절실한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은 많지만,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은 많다. 리브라를 이용하면 저축을 하거나, 대출을 받거나, 송금하는 것이 쉬워진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는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NGO 단체인 여성을 위한 세계은행과, 아프리카 자회사에서 전화회선을 이용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영국 보다폰 등이 리브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리브라가 사용하는 기술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이미 실용화된 디지털 기술이다. 컴퓨터로 거래 기록을 관리하고, 조작을 막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미국 달러와 유로 등 주요 통화에 연동시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며,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요동치지 않는다.

은행계좌를 이용했을 때 발생하는 수수료도 리브라에서는 공짜다. 며칠씩 걸리는 국제 송금도 순식간에 완료할 수 있다. 쉽고 빠르고 안정적인데다, 수수료도 지불하지 않으며, 사회문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팔방미인'인 셈이다. 

정보관리체제에 대한 신뢰도가 관건

디지털화폐는 여러가지 장점을 보유하고 있으나, 취약한 점도 있다. 정보관리체제에 대한 불신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트코인은 거래의 익명성을 유지하지만, 미래의 디지털화폐는 그 반대가 될 것이고, 모든 거래는 감시기관에 추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10월 있었던 청문회에서 저커버그 대표를 몰아붙인 공격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모든 거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추적할 수 있고,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금 세탁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되겠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큰 걱정거리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라는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사용자 ID와 함께 거래 데이터는 전부 기록이 된다. 페이스북이 이 정보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던진 질문이었다.  

이같은 부정적인 반응에는 페이스북에게도 원인이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유럽 및 미국에서는 거대 IT 기업이 개인 데이터를 독점해 수익을 올리는데 반발이 강해지고 있다"며 "게다가 페이스북은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발생해 개인정보를 모으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각국 중앙은행 앞다퉈 발행 추진 

유럽연합(EU)은 유로화와 당초 법적, 규제적으로 위험이 적절히 해소될 때까지 디지털화폐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디지털화폐를 무조건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디지털화폐 도입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브라와 같이 민간기업에 의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공공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정보수집에 따른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음은 물론, 디지털화폐에 발빠르게 나선 중국의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EU 의장국인 핀란드는 EU 의회에 공공 디지털화폐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럽중앙은행(ECB) 제안서 초안을 제출했다. 고위험 디지털 화폐 리스크에서 벗어나 공공 디지털 화폐를 채택하자는 주장이지만,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두려움도 한 몫 했다. 

중국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라고 알려진 광군절(11월11일)에 맞춰 DBCD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민은행이 이를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지 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스위스, 싱가포르, 캐나다 등 일부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를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금 사용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스웨덴 릭스뱅크 역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나 중국이 디지털화폐 첫 발행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가 지난 10월23일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 사진=연합뉴스

민간기업에 엄격한 규제 적용해야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 분야에 서둘러 발을 담그면서 일각에서는 민간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쌓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브느와 꾀레(Benoît Cœuré) ECB 이사는 "중앙은행이 보장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민간기업들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는 디지털 송금 시스템의 보안성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FT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민간기업들은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허가를 받기 위해 엄격한 규제 절차를 지켜야 할 것"이라며 "이는 디지털화폐를 위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는 가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디지털화폐를 상용화하기 전에 디지털 통화의 이용에 관한 국제적인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을 포함해 국제적인 규제·감독 체제를 시금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두번째, 세번째 리브라를 대비해 토양을 다져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과제 해결에 돕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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