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펭수' 기대한다"던 방통위, EBS 인프라예산 왜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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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펭수' 기대한다"던 방통위, EBS 인프라예산 왜 줄여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13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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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펭수' 언급하며 2020 예산에 반영 안 해
EBS 프로그램 제작비 예산 283억원으로 지난해와 동일
방송인프라 개선 예산은 오히려 5억원 줄어
방송통신위원회가 EBS 프로그램 제작 예산을 지난해와 동일한 283억원으로 책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EBS 프로그램 제작 예산을 지난해와 동일한 283억원으로 책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제2의 펭수'를 만들기 위한다며 EBS에 프로그램 제작비로 283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와 전혀 변동이 없는 금액으로, '생색내기'가 아니냐며 눈총을 받았다. 

13일 방통위는 2020년도 예산으로 총 2610억원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올해 2592억원보다 18억원(0.7%) 늘어난 규모다. 당초 정부안인 2599억원보다도 11억원(0.4%) 증액됐다.

◆ '제2의 펭수'라면서 EBS 예산 오히려 깎아

이중 방통위는 양질의 방송 콘텐츠 제작, 미디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체 예산의 약 30%를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에 편성했다. 이와 함께 EBS 프로그램 제작비 283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면서 "올해 전 국민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은 EBS '자이언트 펭TV'의 펭수가 본 예산으로 제작된 만큼, 내년에도 제2의 펭수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9년 예산과 2020년 예산을 살펴보면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 항목은 283억3900만원으로 동일하다. 보도자료에서는 마치 '펭수 붐'을 위해 예산을 증액한 것처럼 에둘러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변동이 없는 것이다.

최근 펭수의 인기가 치솟자 방송계 뿐 아니라 유통, IT, 공공기관, 식품 등 분야를 막론하고 '펭수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EBS는 펭수 전담 TF를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다. 관련 상품 출시 요청도 쇄도해 EBS는 이모티콘을 출시했고, 12월이 가기 전에 공식 굿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펭수의 인기는 당분간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EBS 입장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위해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방통위는 '제 2의 펭수'를 언급하면서도 추가적인 예산 지원은 책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방송인프라지원'은 16억6700만원 줄었다. 심지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방송 인프라 개선 예산을 28억3000만원에서 22억9500만원으로 5억3500만원 줄였다.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 제작사는 그쪽에 역량을 집중하는 편이다. 이 과정에서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며 "EBS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사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예산을 늘리기는 어렵다. 때문에 방통위가 '펭수'의 활성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예산에 반영하지 않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방송콘텐츠 지원을 통한 미디어 시장 활성화

방통위는 양질의 방송 콘텐츠 제작, 미디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체 예산의 약 30%를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에 쓴다.

우선 공영방송의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한다. 방통위는 내년도 EBS의 프로그램 제작비로 283억원을 편성했다. 또 국외에 거주하는 동포 등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KBS의 대외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제작비 78억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 중소방송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40억원을 배정해 지역 중소방송의 우수 프로그램에 대해 제작비를 지원하고, 지역방송 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영세한 공동체라디오에 대해서도 우수 콘텐츠에 대한 제작비를 신규로 2억원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발굴에 힘쓰기로 했다.

또한 방통위는 내년부터 아시아 지역 국가(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해 해당 국가 방송에 편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5억원을 준비했다. 아울러 국내 방송사들이 국제 콘텐츠 마켓에 진출하여 판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방송콘텐츠 국제마켓 주빈국 유치' 사업을 신규 추진하기 위해 9억6000만원을 편성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영세한 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방송광고 제작과 송출, 컨설팅까지 지원하는 '지역밀착형 방송광고 활성화 기반 구축' 사업에 16억4000만원을 신규 배정했다. 기존에 시행해 온 중소기업 대상 '혁신형 중소기업 방송광고 활성화 지원'도 지속 추진한다.

◆ 불법 음란물 유통 방지 등 시청자 및 이용자 보호 강화

방통위는 2020년에도 방송통신 서비스 시청자 및 이용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지난 4월 강원도 산불 발생 시 드러난 재난방송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관방송사 KBS의 재난방송 시스템을 개선한다. 그리고 청각 장애인에 대한 수어방송을 지원하는 등 재난방송의 역량을 높이고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는 사업에 19억원을 편성했다.

또한 불법 음란물 유통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총 29억원을 배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에 구성된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 운영을 지원하고, 음란물 유통의 온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웹하드 서비스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아울러 스마트폰 앱을 통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강화에 31억원, 군장병들에 대한 인터넷 윤리교육 51억원, 스마트폰 중독 예방 13억원, 인터넷 신뢰도 기반조성 6억1000만원 등을 편성,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한다.

방통위는 "이번 2020년도 예산 확정을 계기로 내년도 예산이 보다 내실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점검할 예정"이라며 "또 충분한 예산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2020년도 업무계획 수립과 연계한 신규사업 발굴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여 2021년도 예산에 충실히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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