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어른들의 추태가 빚은 ‘보니하니’ 방송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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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어른들의 추태가 빚은 ‘보니하니’ 방송 중단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12.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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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다. 성인 남성 출연자들이 조카뻘 되는 미성년 출연자에게 유흥업소 접대부를 연상시키는 은어와 욕설, 폭행을 의심케 하는 행동까지 서슴없이 했다는 사실이 실로 경악스럽다. 그것도 카메라 앞에서 말이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제재 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대중은 이미 공분했고, 문제를 일으킨 ‘당당맨’ 역의 개그맨 ‘최영수’와 ‘먹니’ 역을 맡은 ‘박동근’, 그리고 프로그램 ‘보니하니’는 뿔난 대중의 정서상 퇴출 대상일 수밖에 없다. 

◆ 무개념 어른들이 만든 대형사고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는 16년간 방송된 EBS의 대표적인 효자 프로그램이다. 어린이용 예능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초등학생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개그맨 최영수와 박동근은 이 프로그램에 무려 10년 동안이나 출연해왔다. 개편에 따라 출연자가 교체되기도 하는 방송사의 일반적인 관례에 비춰 볼 때 이토록 오랜 시간 출연 할 수 있었던 것은 EBS가 나름대로 두 사람에 대한 신뢰를 해왔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런데 과연 신뢰해도 될 만한 출연자였을까.

대중을 화나게 했던 유튜브 라이브 방송 이후, 그동안 이들이 보여 왔던 일명 ‘추태 영상들’이 봇물 터지듯 속속 제기 되기 시작했다.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박동근이 청소년 출연자인 채연의 목을 세게 잡는 장면, 그리고 역시 그가 채연에게 물을 퍼붓는 장면 등 폭력적인 모습들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런 장면을 연출한 무개념 출연자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어떤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채 전파를 탔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방송사 차원에서 제재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언제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대중의 반응은 ‘매의 눈’을 가진 시청자보다 제작진의 잣대가 훨씬 더 무뎌있음을 의미한다. 

개념 상실한 두 어른이 빚어낸 추태는 곪을 대로 곪아있던 것이 급기야 대형사고로 터진 것이다. 

논란이 된 EBS '보니하니' 유튜브 영상.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된 EBS '보니하니' 유튜브 영상. 사진=연합뉴스

◆ 보장된 시청률이 안전판 될 수 없어 

이번 일을 출연자들의 ‘친분’에 의한 ‘심한 장난’으로 치부했던 제작진은 어설픈 제 식구 감싸기로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린이가 주 시청 대상이기에 장면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쓰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유해한 장면과 재미를 구별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방송사는 오랜 시간 보장된 시청률이 가져다 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EBS는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 채널이다. 출연자의 언어폭력, 신체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청원 글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대중의 분노를 방증하는 것이다. 

서둘러 김명중 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며 책임자 해임과 제작진 전면 교체 등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니하니’의 일시적인 방송중단이 아닌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큰 것은 이번 사태가 EBS가 갖는 상징성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재미와 시청률이 안전판이 될 수는 없다. 캐스팅 과정에서 출연자의 인성 여부를 판단하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어른’의 사전적인 의미 중 하나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문제의 유튜브 영상은 삭제됐지만 안타깝게도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로 인해 대중의 분노는 현재진행형이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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